잠에서 깨어난 두 거인. 그들의 위력은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구촌의 판도를 뒤흔드는, 이른바 ‘친디아’(China+India)로 불리는 중국과 인도 두 대국의 행보 하나 하나에 전 세계가 주시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으로 거듭나면서 과거에 가졌던 정치적 비중을 훨씬 뛰어넘을 만큼 엄청난 경제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인도 역시 은자(隱者)의 나라에서 자본주의의 새로운 심장부로 환골탈태하는 중이다.

두 나라의 인구를 합하면 무려 25억. 세계 인구의 40%가 중국과 인도 사람이다. 양국 내수 시장은 수많은 해외 기업들에게 기회의 신천지로 떠올랐으며 아울러 양국이 생산하는 제품은 저렴하고 괜찮은 품질로 각국 소비자들 속에 스며들고 있다. 그만큼 세계는 두 나라의 입김에 점점 더 노출돼 가는 양상이다.

상황이 이쯤 되다 보니 이제는 단순히 그들을 경제적으로만 바라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들의 경제적 힘은 곧바로 정치외교적 힘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한 예로 중국은 에너지 외교의 기치 아래 세계 각국에 손길을 뻗치고 있으며 인도 역시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제3세계의 거인들과 전략적 동맹 관계를 구축 중이다.

그들이 더욱 무섭게 느껴지는 것은 내부의 정치적 결속력과 분명한 국가 목표다. 세계 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덩치를 보유한 두 나라가 한 곳에 에너지를 집중했을 때 나타날 힘은 가공할 만하다. 괜히 거인이 아닌 것이다.

시선을 거둬 우리를 돌이켜 보자. 식민지 시대와 전란의 참화를 겪고도 불과 수십년 만에 세계 10위권 경제강국으로 우뚝 선 자존심이 있다. 하지만 거기에 너무 오래 머물러 있다. 주변 국제 환경은 광속으로 변해 가는데 국내 정세는 집안 싸움에 편할 날이 없다.

친디아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분명하다. 자본주의 시대에 국력의 기본은 경제력이지만 그 원천은 역시 정치력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우리 정치인들은 더도 말고 경제인들만큼만 정신을 차렸으면 한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