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NYT)의 사설은 차분히 부시 연설이 "국민의 합의를 얻기에는 현실성(reality)이 먼 신화 같은 것이다"고 분석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11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9.11 테러 5주년 대국민 연설을 했다.

“이라크에서 어떤 실수가 저질러졌다고 하더라도 가장 큰 실수는 우리가 이라크에서 철수하면 테러범들이 우리를 내버려 둘 것이고 생각하는 것이다.”

“비록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WMD)는 없었지만 세계가 감당하지 못할 만큼 위협이었다.”

“우리가 빈 라덴과 같은 사람에게 이라크를 빼앗기게 되면 우리의 적들은 대담해질 것이고 새로운 은신처를 얻게 돼 이라크의 자원을 극단주의자들의 활동을 강화하는 데 이용할 것이다.”

“9.11 테러를 일으킨 알 카에다 지도자 빈 라덴을 찾아내 법정에 세우자. 이 전쟁에 이기기 위해서는 단합과 국민의 지지가 있어야 한다.”

이런 부시의 ‘여전한 결의’에 대해 뉴욕타임스(NYT)의 사설은 차분히 부시 연설이 “국민의 합의를 얻기에는 현실성(reality)이 먼 신화 같은 것이다”고 분석했다.

“부시나 체니의 ‘우리에게 다시 이런 테러가 일어난다면 똑같은 대처를 하겠다’는 ‘여전한 의지’는 9.11 테러의 현실을 올바로 보지 않는 성명이다.”

NYT 사설은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에서 다수당 지위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공화당의 ‘9.11 테러의 정치화’라고 규정하지는 않았다.

그럼 NYT는 왜 이런 사설을 썼을까? 대답이 될는지 모르겠다.

NYT는 ‘연설’이 있기 하루 전인 10일자에 “5년 동안 미국 내에서는 큰 테러가 없었다. 이런 행운은 어디에서 왔을까. 여기 10명의 9.11 테러를 지휘하고 분석하고 연구한 인사들에게 답을 얻어 본다”는 2,000자 내외의 대안을 기고 형식으로 실었다.

이중 5건의 의견을 요약해본다.

▲ 토마스 퀸과 리 해밀턴(9.11 조사위원회 공동의장, ‘전례가 없는’의 공동 저자)= 최고의 뉴스는 미국 내에 9.11 이후 테러가 없었다는 점이다. 긴 안목의 테러 대책 중 첫 번째는 테러집단의 핵무기에 접근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두 번째 대책은 극렬한 젊은 무슬림들이 실망과 좌절에 빠져 테러의 기회를 갖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그들에게 교육적, 문화적 기회를 주고 법의 존중, 인간의 진실을 터득할 수 있는 세계를 펼쳐 보여야 한다.

▲ 요슈카 피셔(1998~2005년 독일 외무부 장관)= 9.11 테러는 21세기 세계질서에 대한 공격이었다. 테러리스트들은 성공했을까? 대답은 긍정과 부정이 뒤섞여 있다. 어떻든 이라크 침공 전까지 미국은 세계 우방과 함께 했다.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은 순교로 죽음을 기렸고 무고한 시민을 희생시켰다. 우리는 왜 싸웠는가. 자유, 민주주의, 준법정신, 인류의 평등과 평화를 위해서다. 관타나모 포로수용소,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 이라크의 현재 상황은 성공적이지 않다. 그러나 이슬람 극단주의에 대항해 우리의 가치, 민주사회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는 계속 싸워야 한다.

▲ 프란시스 타운센드(백악관 국토안보 보좌관)= 부시는 국토안전부를 창설해 애국자법을 시행토록 해 효과를 봤다. 연방수사국(FBI)도 꼭 필요한 조직임을 증명했다. 9.11 이후 미국 내에서 100%의 테러방지 효과가 있었다. 군인들은 자유를 지키기 위해 잘 싸우고 있다. 우리는 전쟁을 원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전쟁은 이겨야만 하는 전쟁이다.

▲ 잭 골드스미스와 아드리언 베르몰(하버드대 법학교수. 2003~4년 각각 검찰총장보)= 국외에서의 방어가 국내에서의 안전을 얻어냈다. 군과 유사군사단체의 협력, 공격적인 정책이 적들을 좌절시켰다. 사전 공격과 위협에 대한 대처, 감시, 감청이 많은 테러지도자를 잡게 했다. 우리는 이슬람 테러리스트와 싸우기 위해서는 좀 더 기술적인 면에 치중해야 한다. 비록 개인의 비밀과 자유가 제한받더라도 국내 안전을 위해서는 테러에 대한 정당한 기술을 활용해야 한다.

▲ 제시카 스턴(전 국가안보회의 위원. ‘신의 이름으로의 테러’ 저자)= 이슬람 성전주의자(지하드)들의 목적은 미국과 동맹국의 불화, 세계에서 미국의 권위 실추, 미국적 가치를 공허하게 하는 것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계속 존재하기 위해 미국에 대한 테러전을 전 세계화할 것을 종용한다. 이를 막으려면 적당하지 않은 때에 부적당한 적과 전쟁을 벌이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미국 내에 있는 무슬림을 우리 편으로 만들어 이슬람 테러리스트를 방어해야 한다.

이런 대안의 물꼬를 튼 것은 NYT의 오피니언 란의 칼럼니스트 모린 다우드(1999년 퓰리처 평론부문 수상. 2004년 ‘부시의 세계’의 저자)이지 않을까.

조시 부시 전 대통령(아버지 부시) 때 NYT의 백악관 출입기자였던 그녀는 8월 26일자에 부시 부자(父子)가 올 여름 메인주에서 상봉한 것에 대해 썼다. “아들 부시는 매를 맞아야 한다”는 날카로운 충고였다. 그건 41대 대통령인 아버지 부시가 아들(43대)의 엉덩이를 때려야 한다는 해학이기도 했다.

아들 부시가 “아버지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부패한 독재정권과 중동의 다른 독재자들을 받아들였고 사담 후세인이 권력을 유지하도록 놓아뒀다. 반면 나는 후세인을 제거해 민주주의를 확립했다”고 아버지를 비난한 것에 대해 아버지는 매를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우드는 아버지 부시에게 부탁했다. “아들과 세계정세를 논할 때 ‘이렇게 저렇게 해야 한다’보다는 ‘누가 이러저러한 말을 하더라’는 스타일을 벗어나야 한다. 아들 대통령이 정신을 차리도록 82세의 아버지는 매를 들어 아들에게 영향을 미쳐야 한다.”

NYT나 10인의 대안 제시자나 컬럼니스트 모린 다우드의 의견을 부시 대통령은 다시 되씹어야 한다.


박용배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