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받는 한국 며느리 되기’,‘추석맞이 송편 만들기’, ‘외국인 주부들을 위한 예법 교실’….

명절이 다가오면, 으레 국제 결혼 이주 여성을 위한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외국인 주부들이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절을 올리는 모습이 언론에 대문짝만하게 등장하기도 한다.

요즘 들어 국제 결혼한 가정이 늘면서 외국인 주부들을 ‘이방인’이 아닌 ‘우리 이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지난해 농촌 남성 10명 중 4명이 외국 여성과 결혼했다는 통계는 이러한 주장에 더욱 힘을 실어 준다.

그러나 취재를 하면서 이러한 외국 여성들의 우리 이웃화는 너무 ‘일방 통행’으로 흐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사랑 받는 한국 며느리’가 되기 위한 외국인 여성들의 눈물 겨운 노력은 강조되면서도 ‘외국인 여성의 사랑 받는 남편’이 되기 위한 역할 모델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

결혼으로 한국과 깊은 인연을 맺은 이들의 한국 문화 배우기는 당연하지만, 이주 여성의 언어와 문화에 대해 배우고 존중하기 위한 분위기는 부끄럽게도 아직 조성되지 못한 것이다. 때문에 문화 간 차이를 극복하는 일은 순전히 여성의 몫으로 남겨져 있는 실정이다.

글로벌 시대의 경쟁력은 문화의 다양성이다. 그것은 국제 결혼한 외국 여성들에게 그들의 문화 대신 한국 문화만을 받아들이라고 종용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일깨워주고 있다. 외국인 어머니의 언어와 문화를 배운 2세들이 ‘왕따’가 아닌, 글로벌 시대의 새로운 인재로 자랄 수 있어야 우리나라의 경쟁력도 배가될 수 있다.

외국인의 한국화가 아닌,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고 융합하는 방향으로 어서 인식을 전환할 때다.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