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대표팀, 세계선수권대회서 미국 깨고 6년 만의 우승컵

태극기를 휘날렸다. 한국이 제22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 야구 종주국 미국의 벽을 허물고 6년 만에 감격의 우승컵을 안았다.

한국은 9월 28일(한국시간) 쿠바의 상티 스피리투시 후엘가 구장에서 열린 대회 결승에서 에이스 김광현(안산공고)의 호투와 임익준(광주 동성고)의 끝내기 안타에 힘입어 미국을 4-3으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한국의 우승은 원년인 1981년과 94년(14회), 2000년(19회) 대회에 이어 통산 4번째이다.

한국은 강적 미국을 만나면, 괴력을 발휘한다. 공교롭게도 한국의 결승전 상대는 모두 미국이었고, 모두 한국이 이겼다. 국가 대항전으로 열린 올해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본선 리그에서도 한국은 미국을 7-3으로 이겼다.

이번 승리는 통쾌한 재역전승이라 더욱 짜릿했다. 야구는 ‘9회 말 2사부터 시작’이라는 말이 실감난 한판이었다. 한국은 3-3으로 맞선 9회 말, 선두타자 김남형(인천고)이 몸 맞는 공으로 출루한 뒤 2사 후 4번 타자 이두환(장충고)이 고의 볼넷을 얻어 1, 2루의 찬스를 잡았다.

타석에는 8회부터 대타로 나온 임익준. 2-3으로 뒤진 8회 볼넷을 골라 동점 득점을 올린 ‘럭키 보이’ 임익준은 볼 카운트 1-2에서 미국의 다섯 번째 투수 팀 앨더슨의 공을 맞받아 힘껏 방망이를 돌렸고 타구는 상대 유격수 앞에서 한 차례 바운드한 뒤 살짝 키를 넘겼다. 3-3 균형을 깨는 극적인 끝내기 안타였다.

허세환 감독은 “모두가 목이 쉬어버렸을 정도로 진땀 나는 승부였다. 그라운드에서 쓰러지더라도 끝까지 물어뜯고 싸우겠다는 투지가 승리를 이끌었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이날 승리의 원동력은 ‘닥터K’ 김광현이었다. 총 4이닝을 3안타 2실점으로 막고 승리의 발판을 닦았다. 탈삼진도 3개나 추가했다. 예선리그 최종전 네덜란드전부터 8강 대만전, 4강 캐나다전에 이어 결승전까지 4경기 연속 승리투수가 된 김광현은 대회 최우수선수(MVP)의 영예도 안았다.

양현종과 이두환은 각각 왼손투수, 1루수 부문 올스타로 뽑혔다. 양현종은 예선리그 성적만으로 가린 개인타이틀 방어율 부문 1위(9⅔이닝 무실점)도 차지했다.

한편 세계야구선수권대회는 1997년까지 해마다 열리다가 이듬해부터 2년마다 개최되고 있다. 81년 대회엔 선동렬, 94년 대회는 이승엽, 2000년 대회엔 추신수와 이대호 등이 주역으로 활약했다.

한국이 불굴의 의지로 야구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면서 세계 정상의 역사를 얼마나 이어나갈 수 있을지 기대된다. 스포츠계에 부는 또 다른 한류다.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