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세종문화회관에서는 제560돌 한글날 국경일 기념식이 열렸다. 기념식에는 대통령이 한국어 발전 유공자들에게 훈장과 포장(포章)을 주는 순서도 있었다.

보관문화훈장의 데이비드 맥켄(62세·미국) 하버드대 한국문학과 교수. 암허스트 대학과 하버드대에서 공부했다. 스물두 살 때인 1966년부터 2년간 미국 평화봉사단으로 한국에 와 근무하면서 한국 문학을 좋아하게 되었다.

이후 김소월, 고은, 김남조, 서정주 등의 시를 영어로 번역하기도 하고 한국 문학을 평론도 하며 30년간 한국의 문학과 문화를 세계에 널리 알려 왔다. 한국어로 시와 시조를 직접 짓기도 했다. 현재 하버드대 한국학 연구소 소장으로 미국 내 한국어와 한국 문학 연구의 터전을 마련한 공도 있다.

옥관문화훈장의 김영기(65세·미국) 조지워싱턴대 동아시아 어문학과 과장이자 국제학 교수. 이화여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미국 버클리대와 하와이 주립대에서 언어학을 공부했다.

조지워싱턴대에 한국 언어 문화 프로그램을 창시한 그는, ‘15세기 한국의 빛 세종대왕’, ‘한국어 구문론과 의미론’ 등 한국학과 관련한 논저를 많이 출간했다. 다방면에 걸친 학술 문화 행사를 열어 학계와 사회 여러 분야의 발전에도 공헌했다. 미국 풀브라이트(Fulbright) 상을 세 차례나 받는 등 수상 경력도 화려하다. 작고한 소설가 한무숙 씨의 장녀다.

문화포장의 김용귀(51세·한국) 단국대 율곡 기념 도서관 학술정보 지원과장. 한양대 교육대학원에서 공부했다. 10년에 걸쳐 펴낸 ‘한글 서체 자전’은 판본체, 궁체 정자, 궁체 흘림 등을 실은 것으로, 이를 통하여 고전 자료 서체의 변화 과정, 한글 서예가의 서체 활용 양상 등을 알 수 있다.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출판된 이 책들은 한글 서예를 연구하고 한글 글꼴을 개발하며 디자인을 창출하는 데에 기본서가 될 것이란 평가를 받았다. 서울시 서예 공모 대전과 대한민국 서예 대전의 초대작가로도 일한다.

문화포장의 유은종(64세·중국) 월수(越秀)외국어대 동방 언어 학원 부원장이자 한국문화 연구소 소장. 연변대 조선어문학부와 조선 김일성 종합대 어문학부에서 공부했다. 정년퇴임한 연변대 시절에는 우리말 서사 규범의 원칙을 마련하는 한편, 재중(在中)동포의 문화유산을 발굴하고 정리했다.

남북 언어 통일 사업에 나서서 컴퓨터 용어와 체육 용어를 통일하기 위해 자료를 수집하여 편찬하는 일도 했다. 논저로는 동북삼성 조선문 우수 도서상과 길림성 사회과학 우수 성과상을 받은 ‘조선어 의미론 연구’ 등 다수가 있다.

문화포장의 토야마 요시히로(外山吉廣·85세·일본) 시바타시 한국어 강좌회 회장. 그가 포장을 받게 된 배경은 색다르다. 1981년 의정부시에서 제1회 한일 청소년 스포츠 교류 대회가 열렸을 때 당시 시장이던 심대평 씨가, 부단장으로 참가한 토야마 씨에게 “의정부는 일본어를, 시바타시는 한국어를 공부하여 교류의 장을 넓히자”고 했다. 이 제안에 정년퇴직하면 그렇게 하겠다고 답한 토야마 교장은 퇴직 후인 1982년부터 한글을 배웠다.

그해 국제 스포츠 교류 사무국장으로 제2회 한일 청소년 스포츠 교류 대회를 총지휘한 토야마 씨는 한일 학생 간의 의사소통을 위해 한글 강좌를 열었다. 이후 시바타시 한글 강좌회를 결성하여 재일동포와 일본인을 대상으로 주 1회 한국어를 가르치기 시작하여 올해로 25년이 되었다. 한류 열풍이 불기 전부터 한일 교류에 힘써 온 공이 인정받은 것이다.

유공자를 심사하고 평가하는 기준인 우리말 발전에 대한 기여도, 실적, 우리말 보급을 통한 기여도, 기여한 기간 등에 비추어 볼 때 위의 인물들은 모자람이 없다고 본다. 교원은 강단과 학회에서, 사서(司書)는 도서실에서, 각자 서 있는 그 자리에서 한국어와 한국 문자의 발전과 보급을 위해 말 없이 노력해 맺은 열매다.

<바로잡습니다>

제2143호(10월 17일자) 97면 “또 하나의 ‘우리말 달인’ ” 제목의 기사 중 ‘영광의 주인공은···’(왼쪽 단의 아래에서 아홉째 줄)은 ‘영광의 주인공이 된 출연자는···’으로, ‘‘말’과 관련 있다고 했다. 이 ‘말’의 원뜻이···’(오른쪽 단의 아래에서 열째 ~열한째 줄)는 ‘‘말 ’와 관련 있다고 했다. 이 ‘말 ’의 원뜻이···’이기에 바로잡습니다.


김희진 국립국어원 국어진흥부장 hijin@mct.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