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한국이 세상에 태어난 지 어느덧 마흔두 살이 되었습니다. 켜켜이 쌓인 지령(誌齡)이 2145호. 이는 국내 주간지들 대부분이 아직도 1000호를 넘지 않음을 보건대 주간한국의 전통이 얼마나 뿌리깊은지를 말해줍니다. 시사주간지의 든든한 ‘맏형’으로, 어느 누구도 감히 넘볼 수 없는 듬직한 경륜을 갖추고 있는 것입니다.

경륜과 전통의 힘은 그저, 그리고 하루 아침에 생기지 않습니다. 때로는 군사독재정권의 세찬 외압을 견뎌내야 했고 때로는 외환위기라는 미증유의 내압을 이겨내야 했습니다. 주간한국이 허약 체질이었다면, 기업의 숱한 흥망이 그러하듯 벌써 시장에서 사라졌을 것입니다. 주간한국이 안팎의 시련 속에서도 꿋꿋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독자들의 변함없는 큰 사랑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생일을 맞아 주간한국은 맏형으로서 자부심을 가지면서도, 들뜬 자축보다는 외려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집에 도둑이 들려니 개도 짖지 않더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말이 우리들의 마음을 짓누르기 때문입니다. 주인도 도둑이라서 그랬는지, 던져준 뼈다귀에 순치되었는지, 나태하여 짖기조차 싫었는지, 짖지 않은 지 너무도 오래되어 짖는 사명감을 잊어버렸는지 깊이 자성합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극단적 편가르기로 사분오열되고 있습니다. 신자유주의와 경쟁력 지상주의의 우상에 빠져 가진 자와 가질 수 없는 자 사이에 양극화의 골은 갈수록 깊어갑니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한반도 정세는 어느 때보다도 불안합니다. 이러한 분열과 불확실성 시대에 주간한국은 참여정부의 미숙한 아마추어리즘을 비판하지만 증오심을 부추기는 일부 수구세력의 획일주의도 경계합니다.

창간 42주년을 맞아 주간한국은 다시 마음을 다잡겠습니다. 보·혁 갈등에서 중심을 잡고, 더 낮은 곳으로 몸을 낮추어 약자를 보듬고, 시대의 정의와 민주주의를 위해 짖겠습니다. 형만한 아우가 없음을 보여주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허경회 편집장 heoheo@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