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서 ‘억’, ‘억’ 소리로 시끌하다. 집부자들은 자고나면 집값이 올라 ‘億!’ 격양가(擊壤歌)를 부르고, 집없는 서민들은 내 집 꿈이 더욱 멀어져 ‘억~’ 격앙가를 외친다. 정부는 “이번엔 믿어달라”고 뒷북 대책을 발표하지만 서민들은 “이번에도 안 속는다”며 냉소를 보낸다.

우리 사회가 왜 이 지경이 되었나? 한마디로 사감(私感)과 사익(私益)이 판치기 때문이다. 우선 청와대를 보자. 노무현 대통령은 강남만을 표적으로 해 부동산 정책을 펴다보니 모든 것을 뒤죽박죽으로 만들어 버렸다. 건교부 관리들은 입신을 위해 청와대와 눈맞추기에 급급하다. 장관이 앞장서 투기에 기름을 붓기도 한다. 정치권도 덩달아 표만을 의식해 금리 인상만은 안 된다고 선을 긋는다. 벌써 금리 카드는 실기했다. 은행도 마찬가지다. 예대마진의 단물만 빨아 먹으려고 돈을 더 빌려가라고 안달이다. 언론도 그 판에서 빠지지는 않는다. 일부 언론사는 정권에 대한 반감으로 정부가 정책을 발표하면 딴죽부터 걸고 본다.

그 때문에 새우등이 터지는 건 작은 집 한 채만을 가졌거나 집없는 서민들이다. 평수를 넓히거나 내 집을 마련하려면 수억원의 빚을 내야 한다. 자연히 느는 건 빚이다.

문제는 개인빚의 증가 속도가 너무 가파르다는 데 있다. 만약 어느 날 부동산 가격이 급락한다면 어떻게 될까.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우리 경제가 무한정 부동산 거품을 안고 갈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폭탄 돌리기에 다름 아니다.

내년이면 나라 곳간이 비어 환란을 겪은 지 10년째. 이번엔 개인의 곳간이 비어가고 있다. 그 다음은···. 제2 환란이 올까, 아니면 일본식 장기 불황에 빠질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그때가 오면 또 한번 서민들이 고통의 깊은 수렁 속에서 허우적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전에 우리 사회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개인빚의 뇌관을 제거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머리를 맞대야 한다. 아직 늦지는 않다.


박원식 차장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