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호 '국가과학자' 이서구 교수, 신희섭 박사

'제1호 국가과학자'로 선정된 이서구 교수(오른쪽)과 신희섭 박사가 나란희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활성산소 연구의 '치어리더’가 되겠습니다.(이서구 교수)

“MIT대와 맞먹는 뇌연구센터 신설 꿈을 이루도록 하겠습니다”(신희섭 박사)

‘제1호 국가과학자’로 이화여대 이서구(李瑞九ㆍ63) 교수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신희섭(申喜燮ㆍ56) 박사 등 2명이 지난 15일 선정됐다.

국가과학자는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 성과를 내는 등 연구 성과의 우수성이 세계적으로 입증된 국내외 과학기술자 중에서 국가과학자위원회가 매년 1~2명(총 10여 명)을 선정한다. 과학기술부가 국가과학자위원회를 열어 각계 추천으로 접수된 국가과학자 후보 6명 중에서 확정한 이들에게는 연간 15억원 내외의 연구비가 최대 6년 동안 지원된다.

이번 국가과학자는 제1호 '최고과학자'였던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논문조작 사건으로 명칭이 최고과학자에서 변경된 것이다. 명칭 변경 이후 이 교수와 신 박사는 처음으로 국가과학자의 영예를 안게 됐다.

이 교수는 'PLC'라는 효소를 처음으로 분리 정제하고 유전자를 찾아내 이 효소가 여러 호르몬 세포 신호전달에 참여하는 기전을 규명했다. 또 'Prx'라는 새로운 항산화 효소를 발견해 항산화 연구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등 활성화 산소의 세포 내 신호전달 역할에 관한 연구를 본궤도에 올려놓은 업적을 높이 평가받았다.

신 박사는 '유전자 녹아웃'이라는 기법을 사용해 특정 유전자에서 돌연변이를 일으킨 생쥐를 탄생시킨 뒤, 그 돌연변이의 결과로 나타나는 증상을 다양한 기법으로 분석해 뇌기능을 '분자에서 행동까지' 밝혀냈다. 이 연구는 지난 10년간 우리나라 신경과학 연구를 세계 수준으로 높이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신 박사는 또 'T-타입 칼슘이온 통로'에 관한 연구를 통해 뇌의 '의식-무의식' 상태를 조절하는 핵심 기전을 규명했으며 나아가 수면 조절 및 간질, 통증 치료 기술개발에 새로운 길을 닦았다고 과기부는 설명했다.

“미국에서도 이런 지원은 받기 힘든 만큼 책임감을 느낀다”는 이 교수는 “여대에 재직하는 만큼 여성과학자 육성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교수의 연구 주제인 활성산소는 사람 몸 안에서 노화와 심혈관 질환, 암 등을 일으키는 유해 물질로 생명과학계의 관심을 모아왔다. 그는 현재 활성산소가 거꾸로 인체에 순기능도 한다는 점에 주목해 관련 원리를 연구하고 있다.

이 교수는 특히 활성산소의 양을 조절하는 체내 효소인 '퍼옥시레독신(Prx)'의 존재를 규명, 2003년 사이언스, 2005년 네이처에 관련 논문을 발표해 국제적인 명성을 얻은 바 있다. 미국국립보건원(NIH)에서 32년간 재직한 그는 지난해 12월 영구 귀국해 이화여대 분자생명과학부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

신 박사는 "세계적인 뇌과학 센터인 미국 MIT대의 '피코어(PICOWER)' 연구소를 벤치마킹해 KIST를 세계적인 신경과학 연구기관으로 만들 것"이라며 “이번 지원을 통해 그 꿈을 이룰 기반을 얻게 됐다”고 기쁨을 표시했다.

서울대 의대 출신으로 미국 코넬대에서 유전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MIT대 조교수를 거쳐 1991년부터 2001년까지 포스텍(옛 포항공대) 생명과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국책연구소 연구원들이 대거 대학으로 자리를 옮기던 상황에 거꾸로 '연구에만 집중하고 싶다'며 KIST행을 택해 과학계의 화제가 되기도 했던 그는 현재 KIST의 신경과학센터장을 맡고 있다.


박원식 차장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