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터게이트 사건을 추적해 언론계에 탐사보도(Investigative reporting)의 표본 기자로 이름을 날린 워싱턴포스트(WP)의 밥 우드워드 부국장은 요즘 어떤 심정일까.

그는 지난 9월 30일 ‘부시는 전쟁 중 (Bush at War)’의 3부 저서를 ‘부정(否定)의 나라(State of Denial)’라는 제목으로 냈다. ‘부시의 전쟁 중’ 제목의 1부는 2002년, 2부인 ‘공격 계획’은 2004년 출간됐다.

왜 그는 ‘부정의 나라’라고 제목을 달았을까. 우드워드는 책이나 기사를 쓸 때 사실(fact)의 추적으로 결론을 낸다. 주장이나 논리는 독자들에게 맡긴다.

그는 제목에 ‘부정’이란 말을 쓴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2006년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부시 집권 6년을 마무리하기 위한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부시는 거절했다.

그는 2003년 2월에도 이라크를 공격해 바그다드를 점령한 부시 행정부가 어떻게 공격 계획을 세웠는가를 파헤친 2부 ‘공격 계획’ 집필을 위해 여러 차례 부시를 만나 인터뷰했다.

이런 인터뷰에서 얻은 결론은 부시가 자기 나름의 논리 전개를 할 줄 알며 ‘부정’하는 버릇이 뚜렷하다는 것이었다. 특히 부시는 이라크에서 핵이 있음을 찾아내지 못한 것을 부정했다.

그는 이번에 ‘부정의 나라’를 쓰면서 부시 대통령 대신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을 지난 7월 6,7일 이틀간 인터뷰할 수 있었다. 우드워드는 책에서 럼스펠드가 부시처럼 ‘부정’에 익숙한지를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34년지기이며 국방정책위원인 케네스 애덜먼은 럼스펠드가 ‘깊은 부정(Deep Denial)’에 빠져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애덜먼이 지난 6월께 정책위 회의에서 “우리가 이라크에서 지고 있다. 미군은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고 자문했다. 럼스펠드는 독백하듯 말했다. “우리는 미국 내에서의 전쟁에서는 질 수 있지만 이라크에서는 질 수 없다”며 악화하는 전쟁을 ‘부정’했다.

우드워드나 애덜먼은 ‘잘못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심리상태’를 비판적으로 표현한 말인 ‘부정’, ‘깊은 부정’을 부시와 럼스펠드에게 헌정했다. 두 사람은 더욱 부시나 럼스펠드가 “그들이 저지른 이라크에서의 많은 사상자가 나온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너무 괴로워 ‘부정’이란 방어의 말을 썼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럼스펠드는 우드워드와 가진 인터뷰에서 2002년 1월 국방장관에 두 번째 취임한 후 ‘부정’의 인사가 된 것을 독백하듯 중얼거렸다. <국방장관직은 매우 어려운 자리다. 내가 펜타곤에 다시 온 후 한두 달 동안 미국 군사력의 변환을 위해 갖가지를 밤새 생각했다. ‘나는 이 자리를 맡아달라고 해서 수락했다. 그런데 국방장관직은 어떤 자리인가를 알아냈는가. 문제가 어디 있는가를 찾았는가. 방해자는 어디에 있는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하지 말아야 할 일은 무엇인가’>

"럼스펠드의 경질은 네오콘의 패배가 아니다. 그는 네오콘 노릇을 한 적이 없다. 이라크 전쟁의 궁극적 책임은 '내가 결정권자'라고 주장하는 부시에게 있다."

우드워드는 그의 독백에 대해 “우리(부시 정부)는 다음 대통령을 위해 해야 할 일(테러와의 전쟁, 미국 군사력의 경량화 등)을 해야 한다”로 요약했다.

부시는 중간선거에서 패배한 직후인 지난 8일 럼스펠드 장관의 경질을 발표하며 또 한 명의 ‘부정’ 인사인 그에 대해 평했다. “이번 선거는 워싱턴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그러나 미국민을 공격으로부터 지켜야 한다는 나의 기본 책임을 변화시킬 수는 없다. 럼스펠드 장관은 이런 책임과 미국민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6년간 충실히 봉직했다. (…) 그는 지난 5년간 미국 역사에 중대한 결과를 가져온 테러와의 전쟁을 치르면서 엄청나게 군을 변환시키고 개혁했다. 그는 변환의 시대에 맞는 탁월한 지도자며 이 위기의 시대를 참신하게 조망했다. ”

부시나 럼스펠드나 한 달에 3,500건의 미군 및 이라크 군경에 대한 공격이 발생하는 이라크 전쟁의 결과나 전망은 내놓지 않았다. 더군다나 왜 전쟁을 벌였는가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다. 소위 자유주의자, 진보적 언론이 펼치는 전쟁의 비극에 대한 비판만 ‘부정’했다. 우드워드도 사실만 적시했지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이에 대해 WP 전 베이징특파원이었고 LA타임스 칼럼니스트인 제임스 만 (현재 존 홉킨스 국제대학원 연구교수, ‘불칸의 등장-부시의 전시 내각의 역사’저자)은 WP 10일자에 기고했다.

“럼스펠드의 경질은 네오콘의 패배가 아니다. 그는 네오콘 노릇을 한 적이 없다. 시끄럽게 떠드는 반대자다. 어떤 특정한 철학을 주장하지도 않았다. 다만 정부의 반대자나 비평자에 대해 공격하고 도전한 사람이다. (…) 미국이 앞으로 보상해야 할 이라크 전쟁을 자신의 일처럼 만들었다. 그러나 이라크 전쟁의 궁극적 책임은 ‘내가 결정권자’라고 늘 주장하는 부시 대통령에게 있다.”

역설적일지 모르겠다. 럼스펠드와 부시는 차기 대통령선거에 출마할 후보들에게 어떤 길을 가야할지를 가르쳐준 셈이다.


박용배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