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개발원이 지난 9일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성이 평등한 미디어 언어 개발을 위한 토론회’를 열어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성 평등 언어 사용을 제안했다.

이 토론회에서 신문과 방송, 인터넷 매체 등에서 쓰는 언어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하고 이같이 요청한 것이다. 발제자인 이수연 한국여성개발원 연구위원은 일간 신문 세 종, 지상파 TV 네 종, 인터넷 포털 사이트 세 종을 모니터링한 결과 전체 성 차별적 언어는 7,570예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를 매체별로 보면 인터넷이 3,481예로 가장 많고 신문이 2,268예, 방송이 1,821예로 뒤를 이었다.

성 차별적 언어의 유형을 보자. 우선 한쪽 성 지칭으로 양성 포괄(예: 스포츠맨, 금융맨), 성별의 불필요한 강조(예: 여성 총리, 여류 작가), 고정관념적인 성 구실 속성 강조(예: 남자보다 강한 여자. 철의 여인, 여우, 늑대, 내숭녀, 요조숙녀, 흑기사), 성 차별적 이데올로기 내포(예: 현모양처. 미망인. 처녀작), 선정적 표현(예: 쭉쭉빵빵, S라인, 섹시 레이디, 애마소녀, 숫처녀), 특정 성 비하(예: 아줌마. 부엌데기) 등으로 분류된다.

이 가운데 사용 빈도가 가장 높은 것은 고정관념적 성 구실 속성 강조로, 모든 매체가 이런 표현을 가장 자주(4,810예, 63.5%)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정적 표현 1,098예(14.5%), 성별의 불필요한 강조 930예(12.3%)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이 위원은 성 차별적 인 예를 중성적으로 바꾸어 표현할 것과 말 속에 여성 비하나 성적 함축성을 없앨 것을 제안했다.

예를 들면 ‘스포츠맨’은 ‘운동선수’로, ‘스포츠맨십’은 ‘운동 정신’으로, ‘친가, 외가’는 ‘아버지 본가, 어머니 본가’로, ‘처녀작’은 ‘첫 작품’으로, ‘미망인’은 ‘고(故) 아무개의 부인’으로, ‘윤락녀’는 ‘성매매 여성’ 등으로 바꿔 사용하자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우리 민법도 한번 생각해 보자. 민법 제781조 ‘자(子)의 입적(入籍), 성(姓)과 본(本)’ 등에서도 남성 중심의 예가 나타난다.

①자(子)는 부의 성과 본을 따르고 부가(父家)에 입적한다.

②부를 알 수 없는 자(子)는 모의 성과 본을 따르고 모가에 입적한다.

③부모를 알 수 없는 자(子)는 법원의 허가를 얻어 성과 본을 창설하고 일가를 창립한다.

④혼인 외의 출생자가 인지된 경우 자(子)는 부모의 협의에 따라 종전의 성과 본을 계속 사용할 수 있다.

⑤자(子)의 복리를 위하여 자(子)의 성과 본을 변경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부, 모 또는 자의 청구에 의하여 법원의 허가를 받아 이를 변경할 수 있다.

위의 ‘자(子)’는 ‘아들’뿐만 아니라 ‘딸’도 가리킨다. 즉 ‘자’가 ‘아들딸’, ‘자녀’인 것이다. ‘子’에 ‘아들’뿐만 아니라 ‘자식’의 의미도 있기는 하나 민법에서조차 여성이 남성 지칭 속에 묻혀 들어간 셈이다. 해마다 7월 1일 ∼7월 7일 여성 주간에는 "함께 하는 남녀평등, 함께 하는 밝은 사회"라는 구호를 내건다.

남녀의 협력과 조화, 성별, 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받지 않는다는 헌법, 교육에서 차별받지 않는다는 교육 기본법 등을 비롯하여 각 분야에서 이 양성평등을 실현하도록 더욱 많이 노력해야 한다. “딸은 후손도 아니다?… ‘종중 땅 소송’ 잇단 패소”, “한국 여성 지위 세계 63위”, “엄마 성도 물려주자… 여성계 100인 선언 예정”, “여성 공무원 ‘이름 부르기’ 운동” 등의 보도도 여성의 자리를 찾으려는 노력의 한 고리로 보인다.


김희진 국립국어원 국어진흥부장 hijin@mct.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