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 모두에게 문제가 하나 주어졌다. 그것도 ‘대입 논술’이라는 초고난이도의 문제다. 이 문제에 맞닥뜨리면 웬만한 사람은 모두 골치가 지끈거린다.

문제를 낸다는 대학 교수도, 문제를 풀어야 하는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도, 이구동성으로 “우리도 못 풀겠다”고 아우성이다. 당대의 문장가 이어령 선생도 “자신 없다”고 미간을 찌푸린다. 그러니 학생들은 더 말해 무엇하리.

호기심에 한 대학교의 논술 문제를 유심히 들여다봤다. 논술 세대가 아닌 기자로서는 하나의 제시문을 읽고 주제를 파악하기도 벅찼다. 그런데 논제는 여러 개의 제시문을 연관시켜 내용을 이해하고, 나아가 분석적이고 비판적이며 창의적인 결론을 도출하라고 요구한다. 허~억!

한국의 초중고생 대다수가 학교에서, 학원에서 주입식 교육을 받아온 건 주지의 사실이다. 돈만 많이 주면 언제든지 맛깔나게 가공된 정답을 덥석덥석 받아 먹을 수 있다. 스스로 생각하는 인재가 아니라 주어진 정보대로 움직이는 ‘로봇’으로 키워지는 것이다. 이런 교육 풍토가 글로벌 시대에 나라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원인임은 분명하다. 이제는 사라져야 할 구시대의 교육 유물이다.

하지만 아무리 나쁜 관습도 하루아침에 버리기는 힘들다. 지금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교육 방식은 논술 시험을 대비하기엔 너무도 무기력하다. 그리스 신화의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처럼 논술이란 침대에 자기 몸을 맞추어야 하는 학생들만 죽을 맛이다.

작금의 ‘논술 논란’을 보자면 교육은 백년대계라는 말이 참으로 무색해진다. 시대 변화에 따라 교육 방식과 철학이 달라지는 건 불가피하지만 우리의 교육 현실을 무시하며 무시로 바뀌는 입시 제도는 해도 너무 한다.

교육은 누가 주도해야 할 것도 아니고 일방적인 것도 아니다. 주는 쪽과 받는 쪽이 있고 이들을 아우르는 환경이 있다. 미궁과 같은 논술 논란을 빠져 나오려면 ‘2인 3각’의 양보와 지혜가 절실하게 요구된다. 그게 백년대계를 세우는 일의 첫걸음이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