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서 양자 접촉한 북한 김계관·미국 힐 차관보

김계관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와 북한 외무성 부상의 베이징(北京) 행보가 지난주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북한과 미국의 북핵 6자 회담 수석대표로서 두 사람은 11월 28, 29일 베이징에서 직접 얼굴을 맞대며 만나 탐색전을 벌인 것. 28일 오전 중국을 방문한 부상과 전날 도착한 힐 차관보는 중국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부부장 주선으로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1차로 8시간 여에 걸쳐 양자 및 3자 협의를 진행했다.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며 속개된 29일 2차 회동도 장시간 계속됐다. 특히 회동 중간에 북ㆍ미 간 협상이 필요할 경우 우 부부장이 자리를 비켜줌으로써 양자 간 협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쉽게도 양측은 6자 회담 재개를 위한 현안에 대해 이틀간 마라톤 협상을 진행했지만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 특히 방코델타아시아(BDA)의 북한계좌 동결 해제 문제와 북한의 핵폐기 관련 초기 이행조치 문제 등 핵심쟁점에 대해 접점을 찾지 못했다.

이날 회동에서 미국은 핵시설 동결 및 핵 프로그램 신고 등 북한이 차기 6자 회담에서 약속해야 할 초기 핵폐기 조치의 내용을 북측에 설명했다. 힐 차관보는 이 같은 제안을 김 부상에게 하면서 `조지 부시 대통령의 뜻이다'며 제안의 진정성을 역설했다.

반면 북한은 미국 등 관련국들이 유엔 안보리 결의 1718호와 BDA 문제를 포함한 대북 금융제재 등 북한에 대한 모든 적대시 정책을 포기해야 핵폐기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을 개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양측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함에 따라 당초 12월 중순 열릴 것으로 전망됐던 6자 회담의 연내 개최도 불투명해졌다.

그렇다고 양측의 만남이 무의미하고 별무소득이 없는 것이라고 단정짓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시각이다. 특히 북한은 미국측이 제시한 `초기 핵폐기 관련 이행조치'에 대해 '(북한으로)돌아가 검토해서 답변을 주겠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에 대해 현지 외교소식통은 "북한이 미측 제안을 수용할 수 없다고 단정적으로 밝힌 것이 아니라 `검토가 덜 되었으니 돌아가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의 외교소식통 또한 "이번 회동 결과를 실패라고 단정하긴 이르다"며 "앞으로 북한의 반응과 중국의 역할을 잘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 외교부는 지난 29일 오후 자체 웹사이트에 올린 짤막한 발표문을 통해 28일과 29일 베이징에서 열린 6자 회담 북·미·중 수석대표들의 비공식 회동이 사실상 성과없이 끝났음을 알렸다. 하지만 샅바싸움 끝낸 북한과 미국은 이제 6자 회담 재개를 위한 본격 힘겨루기를 곧 시작할 것 같다.

크리스토 힐

박원식차장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