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만 해도 일본 공항에 등장한 한류 스타를 보기 위해 구름처럼 모인 일본 여성들의 환호하는 장면이 세계의 뉴스가 되곤 했다. 요즘도 가끔 그런 장면이 재연되지만 예전만 못하다. 그만큼 일본에서 한류 스타에 대한 열기가 식었다는 얘기다. 동시에 한국, 한국인에 대한 관심도 떨어졌다는 소리도 들린다.

이러한 조짐은 한류가 휘몰아쳤던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도 나타난다. TV에서 연예 프로그램을 가득 채웠던 한류 스타들 소식은 이제 간헐적으로 등장할 뿐이다. 일부에선 일본류, 홍콩의 느와르처럼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레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못내 아쉽지만 한류의 추락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중국권에서 발원한 한류가 일본, 동남아를 넘어 중동, 중앙아시아, 동유럽, 미국, 남미 등으로 퍼져갈 때 그를 배태한 한국에선 괜한 우쭐함으로 어깨를 들썩일 뿐이었다. 그리고 재빨리 주판알을 튕기는 소리만 요란했다.

‘겨울연가’, ‘대장금’을 이를 후속타가 나오지 않고 늑장 피우다 함량 미달의 작품을 양산하면서 한류의 거품이 빠지기 시작했다. 한류로 자국 문화가 위협받게 된 나라에서는 반한류(反韓流), 혐한류((嫌韓流)의 역풍이 불면서 한류가 설 자리를 좁게 했다. 뜨거웠던 한류가 몇 년 사이에 차가운 한류(寒流)로 변한 것이다. 어쩌면 특정 스타에 의존한 한류에 처음부터 한계가 내재돼 있었는지도 모른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고, 어둠이 길면 새벽이 빠른 법. 지금도 늦지 않았다. 우리가 하기에 따라 한류의 부침은 한류의 진화를 가져올 수 있다. 다만 이번엔 ‘한국’의 얼굴을 담은, 전통문화에 바탕을 둔 ‘문화한류’로 나아가야 한다.

이는 종래의 한류가 ‘한국’을 배제한 ‘스타한류’인 것과 대비된다. 문화한류는 덩달아 한국의 국가브랜드를 높일 수 있다. 그래서 한류의 열기가 식더라도 ‘한국’이미지는 오래 남는다. 스타한류에서 문화한류로의 전환이 절실한 이유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고 했던가. 한류에도 꼭 적용되는 말이다.


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