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8,103대1 바늘구멍 뚫은 '한국인 우주인 1호' 후보 고산·이소연씨

한국 최초 우주인 후보로 확정된 고산·이소연씨
“임무를 완수하고 귀환한 뒤 우주인 경험을 살려 조국의 우주개발사업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고산 씨)

“섹시하고 멋진 우주인 박사로서 이공계 기피 현상을 타파해 이공계 연구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습니다.”(이소연 씨)

여성이냐 남성이냐. 한반도를 넘어 우주로 향하는 꿈을 개척할 전령사인 ‘한국인 우주인 1호’는 성(性)대결로 최종 판가름나게 됐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누가 되든 패기만만한 젊은 과학도가 영광의 주인공이 될 거라는 사실이다.

첫 한국인 우주인 후보로 확정된 2명은 고산(30×삼성종합기술원 연구원) 씨와 이소연(28×여×한국과학기술원 박사과정) 씨. 과학기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지난해 크리스마스 날 발표했다. 이들은 총 3만6,206명의 지원자 중에 9개월 동안 기초체력과 과학능력, 언어능력, 사회성, 우주 적합성을 평가한 4단계의 선발 과정을 거쳐 1만8,103대 1의 바늘구멍을 뚫고 선발된 것이다. 이들은 4월 8일부터 러시아 가가린 우주센터에서 본격적으로 비행 시뮬레이션, 오지 착륙을 대비한 생존훈련, 중력이 없는 곳에서 생활 등 우주인 적응 훈련을 받는다. 이후 11월께 최종 1명이 한국 최초 우주인으로 탄생된다.

우주선 탑승자는 내년 4월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러시아 우주왕복선 소유즈를 타고 이틀간의 비행을 거쳐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도착, 8일간 머문다. 그곳에서 ‘우주에서 물을 얼리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 등 18가지의 과학실험을 한 후 발사기지 근처 초원에 낙하하며 황홀한 우주 여행을 마친다.

이번 10일 동안의 우주여행에 소요되는 비용은 모두 260억원(정부 예산 210억원, 주관 방송사 50억원). 우주선 탑승자는 하루 26억원짜리의 세상에서 가장 비싼 여행을 하는 셈이다.

일부에서는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데 거액의 국민세금을 들여야 하는지에 대해 문제점을 제기하기도 하지만, 한국이 세계 35번째의 우주인 배출국이 된다는 점에서 88올림픽 개최처럼 그것은 돈으로 헤아릴 수 없는 무형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이 우주 강국으로서 지구 밖에 첫걸음을 떼는 역사적 순간이며 한국우주과학기술을 세계에 알리는 날이 되기도 한다. 또한 새 정부 출범에 맞춰 새출발을 다짐하고, 불황으로 움츠린 국민의 자긍심을 한껏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카투사 출신으로 영어에 능통하고 만능 스포츠맨인 고산 씨. 태권도 3단에 “한번 시작한 일은 끝장을 보는” 악바리 성격의 이유진 씨. 최종 후보로 누가 결정되든 첫 한국 우주인은 ‘과학홍보대사’을 중임을 맡아 국민영웅이 된다. 넓은 우주만큼 우주인의 앞날은 넓어진다. 영웅은 누가 될지 대통령선거만큼이나 흥미롭다.


송강섭 차장 specia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