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 새해 시무식에서 노사화합에 찬물 끼얹어

“현대차 정도면 대우 괜찮은 편입니다. 세상에 악조건의 상황에서도 더 좋은 상황을 만들려고 노력하시는 많은 분들을 욕되게 하지 마십시오. 차라리 노조의 투쟁을 교육복지 쪽으로 한다면 박수라도 치겠습니다. 다같이 가야 할 때와 자기 주장을 펴야 할 때를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5일 자신을 ‘현대차에서 근무하는 남편을 둔 여자’라고 소개한 한 네티즌의 글 일부다. ‘귀족 노조’가 된 현대자동차노조의 명분 없는 투쟁을 설득력 있는 어조로 질타하고 있다. 답답한 사람이 비단 그 주부뿐이랴.

2007년 신년 벽두부터 불거진 현대차노조의 극렬투쟁이 국민적 공분을 낳고 있다. 새출발을 다짐하는 시무식이 열리던 날, 노조 간부들이 식장에 참석하는 회사 사장을 폭행하고, 지난해 생산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음에도 성과금 150% 전액 지급을 요구하며, 특근ㆍ잔업을 거부하는 등 노조의 투쟁이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상식의 도를 넘어섰다는 비판이 거세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이미 지난달 28일부터 벌이고 있는 특근ㆍ잔업 거부로 4일까지 총 4,472대의 자동차를 생산하지 못해 724억원의 생산 차질을 빚었다. 4, 5일 연이어 주가도 폭락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국내외에서 현대차의 브랜드 이미지마저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다가는 GMㆍ포드자동차처럼 강성노조 때문에 노사 모두 공멸하는 것이 아니냐는 위기감마저 팽배해지고 있다.

국내 최대 노조인 현대차노조는 그간 ‘한국정치의 축소판’으로 비난받아왔다. 1987년 출범이래 지난 19년 동안 해마다 최소한 한 차례 이상의 불법 파업을 벌였다. 파업을 하지 않은 해는 94년 단 한 해뿐. 특히 91년 성과급 투쟁 당시에는 한 달여 간 회사 전체를 불법으로 점거하고, 복면과 쇠파이프로 들고 직원출입을 막는 등 사업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더욱이 심각한 문제는 ‘투쟁의 정당성’을 상실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금 인상과 노동자들 내부의 계파간 이해다툼에만 지나치게 매달려, 회사의 흥망과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엔 관심을 두지 않는 듯 보인다.

현대차 사측은 이번에는 노조의 어떤 요구에도 응하지 않을 것이며, 업무방해나 폭력 등에 대해 고발 조치를 한 뒤 추후 노사합의를 통해 취하하는 기존의 잘못된 관행에서 과감히 탈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측은 우선 노조위원장 등 22명을 고소하고, 손해배상도 청구키로 했다.

인터넷에는 폭력과 억지로 얼룩진 현대차 노조를 비난하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현대차 귀족노조 규탄 서명운동과 현대차 불매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다. “현대차 노조원들 그러다가 뒤통수 맞는 수도 있다. 나중에 전부 아웃소싱으로 하게 되면 노조활동이고 뭐고 할 수도 없게 된다.”(ID: supl2k) “현대자동차를 구입하고 싶었으나 귀족 노조원 정말 싫어서 다른 회사 차로 구입했다. 나 같은 사람 많아지기 전에 그만뒀으면 좋겠다.” (ID: sky610620)

외신에서도 “현대차가 노조에 발목잡혀 글로벌 빅5의 꿈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고 충고하고 있다.

이제 현대차노조는 무엇이 자신들과 회사, 국가경제에 도움이 되는지 냉철하게 판단해야 하지 않을까. GM의 길을 걷는냐, 도요타의 길을 걷느냐 기로에 서 있기 때문이다.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