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개헌’을 끝까지 밀어부칠 태세다. 야당이 반대하고 국민 여론이 싸늘한 데도 4부 요인, 여당 간부를 불러 이해를 구하고 기자간담회를 열어 대국민 홍보에 나서고 있다. 시민사회단체, 학계 인사들을 설득해 개헌 불씨도 계속 지피겠단다.

노 대통령은 그것이 대통령의 책무이고 그래서 부결되든 가결되든 주어진 헌법의 권한을 착실히 행사하겠다고 한다..

1년 전 이맘 때 노 대통령은 청와대 산행에서 “개헌 문제는 대통령의 소관을 넘어서기 때문에 국민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대통령 주도로 추진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런 노 대통령이 1년이 지나 개헌을 제의한 것을 보면 그동안 국민 여론이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흐르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걸까. 하지만 개헌과 관련한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민심은 이전과 달라진 게 없다. 오히려 더 악화됐다. 제발 개헌은 뒤로 미루고 먹고사는 민생문제에 더 관심을 가지라고, 굳이 개헌이 필요하다면 차기 정부에 넘기라고 질책한다.

민심을 더 깊게 들여다보자. 국민들은 왜 임기 말 이 시점에서 개헌을 제기하는지 노 대통령에 대해 깊이 불신하고 있다. 다시말해 노 대통령의 개헌에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인식이다. 또 다른 꼼수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가득하다. 불안한 경제를 추스르기에도 시간이 모자라는데 개헌으로 국론을 분열시키는 것에 대해 이제는 분노감마저 배어 있다.

노 대통령이 존경하고 닮고 싶어한다는 링컨 대통령의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국민이 외면한다면 누구 탓으로 돌리기보다 먼저 자성부터 해야 하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개헌도 그렇다. 더구나 최고 규범인 헌법은 정치인들의 소신이 아니라 구성원인 국민적 합의(Consensus)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노 대통령이 개헌에 올인한다면 그나마 마지막 한 가닥 기대감을 갖고 있는 민심마저 잃어버릴지 모른다. 그것은 노 대통령 개인을 넘어 국민의 불행이기도 하다. 지금이라도 노 대통령은 민심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

링컨은 자신의 말에 책임을 다한 정직한 대통령으로 기억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노 대통령은 어떤 대통령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는가.


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