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변화시키겠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윈도 XP’ 이후 6년 만에 새로운 운영체제(OS)인 ‘윈도 비스타’ 일반소비자용을 전 세계에 출시하던 지난달 31일, 또 한번 세계에 큰소리를 쳤다. 실제로 세계 소프트웨어 시장의 최강자인 그들이 윈도의 새로운 버전을 세상에 내놓을 때마다 디지털 라이프 환경은 한단계 업그레이드됐다. 이번에도 그럴까.

일단 윈도 비스타는 화려한 그래픽으로 비주얼에 익숙한 신세대들을 유혹한다. 경치, 조망을 의미하는 비스타(vista)라는 이름이 암시하듯 윈도 비스타는 3D그래픽을 구현해 사용자들의 눈을 놀라게 한다. 또한 네트워크 연결성을 확장시켜 최근 인터넷 업계의 최대 화두인 UCC(User Created Content, 사용자제작콘텐츠)를 언제 어디서나 쉽게 즐길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

무엇보다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은 검색 기능 강화이다. PC 내부에 저장되어 있는 파일과 동영상, 사진 등의 검색이 훨씬 용이해졌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기사를 검색을 하듯이 PC 안의 각종 자료를 빠르고 손쉽고, 보기 편하게 찾을 수 있다. 파일 이름은 물론이거니와 문서 내용과 심지어 이메일까지 검색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밖에 ‘사이드 바’가 화면의 오른쪽에 위치해 각국의 시간과 날씨, 언론사 등에서 제공하는 속보 뉴스와 증권 정보 등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정기 PC검사와 유해 사이트로부터 자녀를 보호하는 기능도 내장되어 있다.

그렇다고 윈도 비스타가 기능이 첨단화한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출시 전부터 예상하지 못한 문제점을 드러냈다. 당장 호환성 문제가 대두됐다. 윈도 비스타를 깔면 당분간 일부 은행의 인터넷뱅킹을 제대로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각종 전자 민원서류도 인터넷으로 받을 수 없고 게임을 할 때도 호환이 잘 안 될 수 있다.

이는 윈도 비스타가 보안 및 안전성 기능을 강화하면서 국내 인터넷 사이트들이 많이 사용하는 엑티브X(ActiveX) 프로그램과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불안한 호환성 문제를 해결하려면 한 달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한다. 따라서 윈도 비스타를 구입한 고객들은 몇 달 동안 화면이 화려해진 대신에 일부 금융거래 차질 등의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또한 국내 판매 가격이 턱없이 비싸 소비자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한글판 공식 가격이 35만4,000원. 23만원대의 미국 내 영문판 판매 가격보다 훨씬 비싸다. 아무리 운송비 등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MS가 한국 내 독점적 지위를 악용하여 가격 횡포를 부린다고 네티즌은 비난하고 있다.

한편, 윈도 비스타 가정용 출시로 국내 IT업계는 특수를 잔뜩 기대하고 있다. 기능이 향상된 만큼 PC와 모니터, 반도체 칩 등의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본다. 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은 지난달 31일 " 윈도 비스타는 향상된 그래픽 지원 기술을 도입했기 때문에 그래픽 메모리 등의 수요도 크게 증가할 것이다”며 “일부에서는 효과가 느릴 것이라고 우려할 수도 있겠지만 궁극적으로 반도체 산업에 긍정적 파급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가격이 비싼 데다 호환성에도 문제를 드러내고, 또한 PC사용자들이 기존의 XP 운영체계에 큰 불편함을 느끼고 있지 않아 당분간 한국 내 판매 실적은 기대한 만큼 신통치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각국의 소비자들도 아직까지는 구입 여부를 관망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윈도 비스타로 운영체계가 바뀌려면 5년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어쨌던 유비쿼터스 등 디지털 환경이 급속히 변화하고 그것에 맞춰 PC 운영체제도 달라져야 하기에 소비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윈도 비스타 제품을 구입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배현정 기자 hi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