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가들이라면 각별히 조심해야 할 곳이 있다. 바로 강남역이다. 서울 강남구가 새해 첫날부터 담배 꽁초와의 전쟁을 선포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단속에 적발된 흡연자와 단속 공무원, 시민들 간의 갑론을박 논쟁으로 강남 거리는 연초부터 시끌벅적하다.

단속 한 달 동안 적발된 인원 수만 9,000여 명. 길거리에서 무심코 한 행동으로 5만원이란 적지 않은 돈을 순간에 날리게 된 사람들 입장에선 당연히 기분 나쁜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잘못한 건 인정하지만 무심코 버린 것인데 5만원의 과태료 부과는 너무 하지 않느냐”는 불만은 차라리 애교에 속한다. 신분증 제시 요구에 줄행랑을 치거나 “경찰도 아닌 공무원이 왜 단속을 하느냐” “함정 단속이다”이라며 거칠게 항의를 퍼붓는 경우도 있다.

쓰레기통 부족을 무단 투기의 원인으로 돌리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쓰레기통이나 만들어놓고 무단 투기를 적발해야 할 것”이라는 논리적인(?) 대응도 뒤따랐다.

이에 대해 단속에 나선 공무원들은 “무단 투기자들은 쓰레기통이 바로 앞에 있어도 습관적으로 땅바닥에 꽁초를 버리는 경우가 많다” “서울 시내에서 쓰레기통을 가장 많이 설치한 곳이 바로 강남구”라며 반박한다.

이렇게 쏟아지는 논쟁 속에서도 분명한 것은 단속 후 강남 거리는 무척이나 깨끗해졌다는 사실. 이는 역시 5만원이란 과태료의 위력을 여실히 보여준다고밖에 할 수 없다. 언론이나 시민들이 즐겨 찾는 비교 대상인 서초구와의 비교에서 이는 더욱 확연히 드러난다.

젊은이들 사이에선 “강남역에서 담배꽁초를 버리려면 강남구인 7번 출구 말고, 서초구인 6번 출구로 가라”는 농담이 나돌 정도. 과태료 부과보다는 캠페인을 통한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잖은 지적에 맞서 “한국 사람은 역시 강제성이 있어야 돼”라는 씁쓸한 농담이 설득력을 얻는다.

특히 적발되는 사람들의 십중팔구가 80년대생 20, 30대 젊은이들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나라의 미래가 담배 연기만큼이나 뿌옇다. 물론 흡연이냐, 비흡연이냐를 선택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다. 하지만 함께 살아가는 이웃과 환경을 고려하는 책임 있는 자세는 옵션 사항이 결코 아니다. 아직까지도 과태료 부과가 안 되는 지역에선 담배 꽁초 무단 투기를 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면, 흡연자의 입지는 점점 좁아질지 모른다. 경찰이 오불관언할 때 강남구청이 벌이는 담배 꽁초와의 외로운 전쟁이 어떤 결실을 맺을지 궁금하다.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