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 가능성, 승진 가능성, 발전 가능성, 성공 가능성…. 또 한 단어인 관측가능성, 기대가능성, 조종가능성…. ‘앞으로 실현될 수 있는 성질’이란 뜻인 ‘가능성’을 우리는 아주 많이 사용한다. 우리가 별 생각 없이 사용하는 ‘가능성’을 이젠 한번쯤 생각해 보자. 용례의 출처는 3월 8일 자 언론 보도를 중심으로 한다.

(1) 몇 년 전 미국 미시간 주립대학의 마이클 포셀 교수는 실험실 내에서 피부 세포 조직의 시계를 거꾸로 돌려 늙은 세포를 젊은 세포로 만들었다고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인간에게 부작용 없이 적용하기까지는 수많은 난제를 해결해야겠지만 인간의 노화 과정을 되돌릴 가능성을 보였다는 점에서 한편으론 기쁘고 다른 한편으론 두렵기도 하다.

(1)의 ‘가능성’은 ‘인간의 노화 과정을 되돌려 도로 젊어질 수도 있는 성질’을 가리킨다. 그 어떤 존재라도 젊음을 유지하기를 바라며 ‘청춘 복귀’를 반가운 일로 받아들일 것이니 ‘가능성’은 자연스럽게 쓰인 것이다.

그리고 다음의 (2)는 ‘가능성’ 외에 ‘소지’도 잘 어울린다. ‘소지’가 좀 더 객관적이고 중립적이라는 차이는 있다.

(2) 월드건설은 교하1,2차, 센트럴파크 등의 대단지를 건립한 바 있어 브랜드 프리미엄도 누릴 가능성이 높다. 자유로 문발IC와 맞닿아 있으며, 1000여 평의 커뮤니티 광장과 편의시설을 갖추었다.

그런데 ‘가능성’은 아무 때나 써도 좋은 말일까. 용례 (3)~(4)를 보며 생각해 보자.

(3) 저가 영상통화폰이 단기간 어느 정도의 가입자를 확보하는 데에 도움이 될지는 몰라도, 국내 휴대폰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높은 상황에서 장기적으로는 독(毒)이 될 가능성이 높다.

(4) 일반서비스 및 요식업은 실패 가능성이 가장 높은 창업 아이템으로 꼽혔다.

(3)~(4)의 ‘가능성’은 (1)~(2)의 ‘가능성’과 성격이 다르다. 어떤 상황이라도 ‘독’을 받아들이려는 사람은 없을 것이고 실패하기를 바랄 사람은 없을 것이니, (3)~(4)에서 보인 ‘가능성’은 부자연스럽다. 이때에는 ‘가능성’ 대신 ‘우려’가 더 자연스럽다. 그런 점에서 ‘환경오염 우려’ · ‘퇴출 우려’ · ‘비정상적 운영 우려’ · ‘낙하산 인사 우려’ 등도 ‘우려’를 제대로 활용한 예다.

이루어지기를 원하는 바에 대해서는 ‘가능성’이요, 원하지 않는 바에 대해서는 ‘우려’ 또는 ‘걱정’으로 써야 대체로 상황에 알맞은 표현이 된다. “이번 수출에서 적자 가능성이 우려된다.”란 표현이 앞뒤가 안 맞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한편 다음의 (5)~(6)은 ‘우려’ 외에 ‘소지’로 바꾸어도 괜찮다. 이때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크다’, ‘소지가 크다’로 바꾸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5) 세미나에서 발제자로 나선 박효종 서울대 윤리학과 교수는 “현재 한국 사회의 분열과 갈등은 통제 불능 상태에 이르렀다고 해도 무방하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7년 대선은 목숨을 걸고 싸우는 것과 같은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6) 전 세계적으로 ‘사용자 제작 콘텐츠’(UCC) 열풍이 거센 가운데 최근 독도와 동해를 다케시마와 일본해라고 주장하는 일본 극우 세력의 UUC 동영상이 해외 UCC 사이트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전파력이 강하고 메시지 전달 효과가 뛰어난 UCC의 특성상 해외 네티즌들이 일본의 잘못된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아 대책이 요구된다.


김희진 국립국어원 국어진흥부장 hijin@mct.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