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아이 입양 4년 만에 둘째딸 품에 안아

“배우로서 선택했던 그 어느 작품보다도 엄마로서 선택한 입양이 가장 아름다운 선택이었으며 소중한 사랑이었다.”

연극배우 윤석화(51) 씨가 둘째아이를 입양했다. 2003년 입양을 통해 첫째아들 수민이를 얻고 엄마로서의 행복에 겨운 심정을 <작은 평화>라는 책을 통해 밝혔던 그녀는 이번엔 생후 2개월 된 딸 아이를 가슴으로 낳았다.

윤 씨는 3월 21일 서울 서대문구 동방사회복지회를 찾아 둘째딸 수화를 품에 안고 벅찬 감격에 젖었다. 첫 아이를 입양한 지 4년 만이다.

윤 씨는 첫째 수민이를 호적에 올린 뒤 복지회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공개 입양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데 크게 기여했다. 이후 영화배우 김진아, 개그우먼 이옥주, 차인표-신애라 부부 등이 잇따라 입양으로 아름다운 가정을 꾸렸다.

당초 윤 씨는 수민이를 입양한 후 1~2년 내에 둘째아이를 입양할 계획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바쁜 스케줄로 뜻을 이루지 못하다가 안식년인 올해 둘째 입양을 성사시켰다고 복지회는 전했다. 당분간 외부 활동을 일체 접고 육아에만 전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윤 씨는 수민이를 입양한 뒤부터 수민이의 누나뻘 되는 여자아이를 다시 입양하려 했으나 번번이 성사되지 못했다. 입양하려던 아이의 친아빠가 갑자기 친자 포기를 하지 않아 무산되기도 했고, 입양 제의를 받고 남편과 논의하던 중 아이가 해외로 입양되기도 했다.

이 같은 안타까운 좌절 끝에 윤 씨는 마침내 ‘하늘의 뜻’에 따라 생후 2개월된 갓난 아기를 품에 안게 된 것이다.

윤 씨는 이러한 수화와의 가슴 떨리는 첫 만남의 순간에 대해“처음 보고 나서 두말할 것 없이 ‘내 딸이다’를 느꼈다”면서 “생후 1주일 만에 처음 아이를 봤는데 아이가 내 눈을 빤히 쳐다보며 눈을 떼지 않았다”고 입양 직전 한 여성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이렇듯 입양은 매우 고귀한 사랑의 실천이지만, 그 과정은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둘째아이 입양을 진행하면서 윤 씨가 가장 걱정한 것은 ‘나이’였다.

건강한 엄마가 좋은 엄마가 될 수 있다고 믿는 그는 수화를 맞기 위해 보약까지 지어먹었다. 그러나 50세가 넘은‘나이’는 개인적인 걱정 차원만은 아니었다. “아이와 부모의 나이 차가 50세 이상 되면 입양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규정 때문에 윤 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갓난 아이를 새로 입양할 수 없었다.

하지만 올해 1월부터 자녀와의 나이 차가 60세가 돼도 입양이 가능하고, 독신자에게도 입양을 허용하는 등 보건복지부의 입양 규제가 완화돼, 윤 씨는 마침내 뜻을 이룰 수 있게 된 것이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그래서 정부의 제도 개선은 무척이나 반가운 소식이다. 나이 등 입양 조건 완화 외에도 입양 부모에게 부담이 됐던 200만 원의 입양수수료 전액을 정부가 지원하고, 입양 아동이 18세가 될 때까지 월 10만 원씩 양육 수당을 지급하는 방안도 마련됐다.

또 장애아를 입양할 때 나오는 지원금은 월 52만5,000원에서 월 55만1,000원으로 인상됐고 연간 의료비도 240만원에서 252만원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저출산 국가임에도 여전히 ‘고아 수출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장애아의 입양은 지금도 매스컴의 주요 뉴스거리가 될 만큼 드문 ‘희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뿌리깊은 핏줄 의식과 장애에 대한 극심한 선입견 탓이다. 성급하지만 일부에서는 벌써부터 윤 씨의 아이들이 성장했을 때 사회로부터 받을 상처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과연 언제쯤이면 우리는 가슴으로 낳은 아이에 대한 편견을 머리에서 지우고, 입양으로 하나된 가족을 진심으로 따뜻하게 축복해줄 수 있을까.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