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에서 ‘-장이’와 ‘-쟁이’가 어떻게 구별하여 쓰는지 궁금하게 여기는 분이 많다. 그 구별법은 무엇일까.

‘장이’는 일부 명사 뒤에 붙어 ‘그것과 관련된 기술을 가진 사람’의 뜻을 더하는 말이다. 손으로 직접 어떤 물건을 만들거나 해당 물건을 활용하되, 그 일이 바로 생업에 연결될 때 ‘-장이’를 쓴다. 국어사전에서 ‘-장이’가 붙는 예를 찾아보자.

우선 주생활 관련 용어를 보자. 벽돌 만드는 벽돌장이(-), 지붕 이는 개초장이(蓋草-)·이엉장이·기와장이, 토담 쌓는 토담장이, 흙·회·시멘트 바르는 미장이, 벽에 도배하는 도배장이(塗褙-), 단청하는 단청장이(丹靑-), 생철로 챙이나 홈통 만드는 챙장이가 있다.

복식 관련 용어를 보자. 감투 만드는 감투장이, 망건 뜨는 망건장이(網巾-), 짚신 삼는 짚신장이, 금·은·옥을 세공하는 금장이·은장이·옥장이, 피륙을 바래는 마전장이, 가죽을 부드럽게 하는 무두장이, 가죽으로 물건 만드는 피장이(皮-), 우산 만드는 우산장이(雨傘-)가 있다.

살림살이로 쓰는 세간 관련 용어를 보자. 가구 만드는 가구장이(家具-), 고리버들로 고리짝이나 키 만드는 고리장이·유기장이(柳器-), 구리 그릇 만드는 구리장이, 놋그릇 만드는 놋갓장이· 유기장이(鍮器-), 옹기 만드는 옹기장이(甕器-), 토기 만드는 토기장이(土器-), 깨진 솥 때우는 솥땜장이, 대장일 하는 야장장이(冶匠-), 나무로 가구나 문방구 짜는 소목장이(小木-), 왕골이나 부들로 돗자리 꾸미는 인석장이(茵席-)가 있다.

장례 관련 용어도 있다. 시체를 씻기고 옷 입히며 염포로 묶는 염장이(殮-), 시체를 넣는 속 널과 겉 널을 만들거나 파는 관곽장이(棺槨-), 무덤을 만드는 사토장이(莎土-)가 있다.

그 밖에 나무나 돌에 조각하는 각수장이(刻手-), 간판을 그리거나 만드는 간판장이(看板-), 대장일을 하는 대장장이, 도장 새기는 도장장이(圖章-), 채색하는 도채장이(塗彩-), 작은 도끼로 돌을 쪼개고 다듬는 돌도끼장이, 금박(金箔) 세공업을 하는 또드락장이, 돌로 물건 만드는 석수장이(石手-), 풍물 만드는 풍물장이(風物-), 톱질하는 톱장이, 종이나 제본한 책의 가장자리 자르는 도련장이(搗鍊-), 강촌에서 때림도끼로 뗏목이나 장작 패는 강도끼장이(江-), 배 만드는 조선장이(造船-), 활 만드는 조궁장이(造弓-)가 있다.

‘-쟁이’는 일부 명사 뒤에 붙어 ‘그것이 나타내는 속성을 많이 지닌 사람’의 뜻을 더하는 말이다.?

거짓말쟁이, 간살쟁이, 개구쟁이, 거드름쟁이, 걸신쟁이, 겁쟁이, 게으름쟁이, 고지식쟁이, 고집쟁이, 꾀병쟁이, 난봉쟁이, 내숭쟁이, 노름쟁이, 늦잠쟁이, 떼쟁이, 말썽쟁이, 멋쟁이, 무식쟁이, 방귀쟁이, 배꼽쟁이, 변덕쟁이, 봉급쟁이, 상투쟁이, 수다쟁이, 신경질쟁이, 심술쟁이, 싸움쟁이, 아첨쟁이, 아편쟁이, 어리광쟁이, 엄살쟁이, 여드름쟁이, 연애쟁이, 영감쟁이, 오입쟁이, 옹고집쟁이, 욕심쟁이, 월급쟁이, 익살쟁이, 자랑쟁이, 주정쟁이, 총쟁이, 코쟁이, 트집쟁이, 폐병쟁이, 허풍쟁이, 혹쟁이, 흉내쟁이가 그 예다. ‘점쟁이, 뚜쟁이, 중매쟁이, 요술쟁이, 마술쟁이’는 직업과 관련은 있지만 손으로 직접 어떤 물건을 만들거나 해당 물건을 활용하는 일을 하는 것은 아니므로 ‘-쟁이’를 쓴다.

뜻에 따라 어형이 달라지는 것도 있다. 안경을 직접 만들면 ‘안경장이’요, 안경을 사다 쓰면 ‘안경쟁이’다. 양복을 직접 마름질하여 지으면 ‘양복장이’요, 양복을 사다 입으면 ‘양복쟁이’다.

지난 2일 체결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잘 됐다는 국민도 있지만 살아갈 일을 걱정해야 하는 국민도 많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밀려나지 않고 살아남으려면 자신이 하는 분야에서 훌륭한 ‘-장이’가 되어야 한다. 자신이 하는 일에 온갖 심혈을 기울이는 장인정신(匠人精神), 이것이야말로 어려움을 뚫는 다시없는 무기가 될 것이다.


김희진 국립국어원 국어진흥부장 hijin@mct.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