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7일은 제51회 신문의 날이었다.

한국일보 이날자 사설은 ‘신문의 날에 신문을 생각한다’였다. 결론 부분은 이렇다. “그런데 요즘 우리 신문은 갈등 중재는커녕 스스로 갈등을 생산하는 구조가 고착되고 있다. 신문협회의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신문을 읽지 않은 3명 중 1명이 향후 신문을 구독할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이 결과는 국가와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신문에 대한 신뢰나 기대라고 해석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그런 기대에 걸맞게 보편 타당한 공론의 형성과 올바른 방향 제시에 충실한 것이 신문의 정도이자 살 길이다.”

‘좋은 신문 좋은 나라’, ‘신문의 정도이자 살 길’은 어디에 있을까. 좋은 기자, 좋은 논객이 있으면 살 길이 있고 정도가 있다. 이를 내다본 것일까? 한겨레 3월 23일자 ‘잠깐독서’란에는 김남일 기자(1974년생. 2003년 한겨레 입사. 편집부 근무)의 로버트 로젠스톤 교수(캘리포니아 공과대학. 역사학부)가 쓴 ‘존 리드 평전 – 사랑과 열정 그리고 혁명의 투혼’에 대한 짧은 서평이 실렸다.

서평의 제목은 엄청나다. “기자들이여! 그 앞에서 무릎을 꿇어라.”

서평의 끝마디는 짧다. “평전은 리드가 ‘라 마르세예즈’를 들으며 놀던 매음굴까지 찾아 들어가 그의 인간적 바닥까지 솔직히 들춰낸다. 그는 불완전한 혁명가였지만 완벽한 기자였다. 그의 친구가 ‘혁명의 특파원’에게 보낸 헌사 앞에 세상 모든 기자는 무릎 끓어야 한다.

“네가 지금 하고 있는 것처럼 모든 역사가 씌어졌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잭 리드와 함께 비로소 보도가 시작되었다고 말하겠어…. 너의 기사는 문학이야.” 군중, 연설, 박수, 환호, 전단, 포스터, 붉은 기. 평전을 원작 삼아 제작된 영화 ‘레즈’(1981년 제작. 51회 아카데미 감독·촬영·여우조연상을 받음)에서 리드(워렌 비티)의 사랑 장면에 겹쳐지는 ‘인터내셔널’가가 흥얼거려진다.”

“너의 기사는 문학이야”라고 헌사를 바친 사람은 36년간 미국 신문계에 ‘오늘과 내일’을 쓴 월터 리프맨(1889-1974년. 58년 <여론>(1922년 나옴), 62년 <도덕의 전문(前文)>(1929년 나옴)으로 퓰리처 북 상 수상). 그는 존 리드(1887년 10월 22일-1920년 10월 19일. 1914년 <반란의 멕시코>, 1916년 <동유럽의 전쟁>, 1919년 <세계를 뒤흔든 열흘>(1919년) 펴냄>와 1910년 하버드대 졸업 동기생이다.

그는 리드가 ‘뉴욕 월드’의 특파원으로 1914년 3월, 멕시코의 농민 반란군 지도자 판쵸 비야의 모습을 보도하자 이 같은 찬사를 쓴 것이었다. 뉴욕의 언론계에 진보적 칼럼니스트며 논객이던 리프맨은 하버드대 해학 잡지인 ‘램푼’의 편집자였으며 응원단장, 수구팀 주장이었던 리드의 열정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은 하버드에서 ‘사회주의자 클럽’ 동아리 멤버였다.

리프맨의 찬사는 리드가 1917년 10월 25일 일어난 러시아가 소비에트 국가가 되는 가운데 특파원, 미국 공산노동당 대표로 활약할 것을 예견했다. 리드는 대학 4년 동안 20편의 시, 9편의 단편소설을 쓴 낭만파 문인이었다. 리드는 미국에서 가장 비싸게 지불된 특파원이요 ‘완벽한 기자’이기도 했다.

그가 1917년 10월 25일의 혁명전야에 소비에트 회의에서 본 트로츠키(1879-1941년 8월. 암살당함), 레닌(1870-1924년)의 모습을 ‘세계를 뒤흔든 열흘’에서 묘사한 것을 보면 그가 얼마나 ‘완벽한 기자’, ‘좋은 논객’이었는지 깨닫게 한다.

1917년 10월 25일의 소비에트 혁명 전야에 온건 사회주의자의 야유와 반대, 함성 속에 트로츠키는 등단했다. 리드는 그 모습을 썼다.

“트로츠키의 얼굴은 마르고 뾰족했고, 표정은 빈정대는 듯 했다. 그는 메피스토텔레스(‘파우스트’에 나오는 악마)를 연상시켰다.”

“트로츠키는 미소를 지었다. 맑지만 약간은 냉소적인 듯한, 그만의 독특한 웃음이었다.”

리드의 레닌에 대한 묘사는 깊은 사랑과 존경이 깃들어 있다. 10월 25일 볼셰비키에게 정권이 넘어가고 10월 혁명이 승인되는 상오 10시께 레닌이 소비에트 대회에 등단했다.

“그는 테이블 모서리를 붙잡고 서서, 눈을 깜빡이며 군중을 둘러봤다. 박수가 멈추자 그는 입을 열었다. ‘이제부터 우리는 사회주의 체제를 세워 나갈 것입니다.’”

리드가 표현한 레닌의 모습은 사실적이다. 그러기에 시적이다.

“그는 작지만 단단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그의 머리는 벗겨진 앞짱구였고 또 약간 큰 편이었다. 눈은 예리하고 코끝은 뭉툭했으며 입은 관대한 듯 넓었고 아래턱은 무거워 보였다.

예나 지금이나 유명한 그의 수염은 깔끔하게 면도한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내 까칠해지고 있었다. 그의 옷은 허름했고, 바지는 너무 길었다. 그의 외모는 대중의 우상이 될 만큼 인상적이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역사상 가장 사랑받는 지도자에 뽑힐 정도로 인기를 누렸다. 그는 오직 지성만으로 대중적 인기를 누린 독특한 지도자였다.”

좋은 신문 만드는 좋은 기자가 되려는 33세 이하의 기자들은 ‘존 리드 평전’과 ‘세계를 뒤흔든 열흘’을 꼭 읽기를 바란다.


박용배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