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DJ 차남 ·'행정의 달인' 금배지 달아

기세등등하던 한나라당의 바람이 이번엔 힘을 못썼다. 한나라당 깃발만 꽂으면 무조건 당선되리라던 4·25 재·보선에서 그 깃발이 역풍을 맞아 무더기로 날아간 것. 그 자리에는 무소속 후보들이 차지했지만 특히 눈에 띄는 두 국회의원 당선자가 있었다.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차남인 홍업 의원(전남 무안·신안)과 국민중심당 후보 심대평 의원(대전 서을)가 주인공.

김 의원은 ‘DJ 효과’를 등에 업고 끝내 여의도 입성 꿈을 이뤘다. 또 ‘행정의 달인’ 심 의원도 금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특히 김 의원은 DJ와 장남 김홍일 전 의원에 이어 차남까지 고향에서 국회의원을 ‘대물림’을 해야 하느냐는 비난을 잠재우고 보궐선거에서 이겨 의미가 컸다. 김 의원 개인적으로도 2003년 대기업으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옥고를 치렀던 불명예에서 벗어난 셈이기도 하다. 김 의원의 이번 승리는 민주당의 ‘올인 전략’과 어머니 이희호 여사, 박지원 DJ비서실장 등 동교동 사람들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은 바 크다.

김 의원이 금배지를 달기까지의 과정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지난 3월 21일 민주당의 전략공천 이후 불어닥친 `세습정치' 논란에 지지율은 선거 초반 바닥을 기었다. 이제는 호남 민심도 달라졌다는 분석도 잇따랐다.

하지만 김 의원의 승리로 호남에서 DJ의 영향력은 여전함을 보여주었다. 무엇보다 범여권 통합을 줄기차게 강조해온 DJ의 대리인이자 분신이 여의도에 진출했다는 데 시사하는 바가 크다. DJ의 ‘대선 훈수 정치’가 김 의원을 통해 자연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분석도 그래서 나온다.

대전 서을에서 승리한 심 의원은 국무총리실 행정조정실장과 충남도지사를 역임하는 등 40여 년 간 공직생활을 하다 정계에 투신한 충청권의 대표적인 정치인이다.

대전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1966년 행정고시에 합격하면서 공직에 입문한 심 의원은 상황 판단력과 업무추진력이 뛰어나 '행정의 달인'이란 평가를 받았다. 때문에 선거 때마다 각 당의 러브콜을 받아왔으며, 김종필(JP) 전 자민련 총재의 뒤를 이를 '차세대 충청권 리더'로 꼽혀 왔다.

그는 70년 국무총리실에 근무할 때 JP와 처음 인연을 맺었고 95년 5월 자민련 창당과 함께 JP의 특별보좌역으로 자민련호에 승선했다. 그해 6월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자민련 후보로 충남도지사 직에 출마해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되면서 충청권에 자민련의 뿌리를 내리는 큰 역할을 했다. 이후 3연임하였다.

JP도 "충청권에서 심대평만 한 인물이 없다. 장관은 물론 총리와 대통령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인물"이라고 치켜세우는 등 자주 각별한 애정을 표시했다.

심 의원에게도 좌절은 있었다. 2005년 3월 8일 자민련을 탈당한 이후 이듬해 1월 17일 국민중심당을 창당했지만 자신의 데뷔 무대인 5·31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것.

하지만 이번 보궐선거에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한나라당 후보를 압도적인 표차로 따돌리면서 화려하게 재기했다.

김홍업과 심대평 두 의원이 이번 4·25 재·보선 결과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은 올해 대선의 가장 큰 변수인 범여권 통합과 밀접하게 관련 있기 때문이다. 호남과 충청의 민심 향배에 어느 정도 영향력을 지닌 그들의 선택에 따라 대선 결과는 달라질 수 있어 두 의원의 몸값은 계속 치솟을 것 같다.


박원식 차장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