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공대 총기 난사 사건에서의 교훈

지난 4월 16일(현지 시간) 버지니아공대 총기 난사 사건의 범인이 한국계 이민 1.5세대로 드러남에 따라 많은 사람들, 특히 미국 내 살고 있는 한인들이 큰 충격을 받았다. 나도 그중의 한 사람이다.

하지만 사건 후 이를 처리하는 미국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그들에게 배워야 할 점이 아직도 많음을 느꼈다.

미국 언론과 관계당국은 시종 조승희 씨를 한국이라는 국가와 연결시키지 않고 개인의 문제로 취급하였다. ‘집단주의’을 강조하는 동양의 문화와 판이하게 다른 서양의 정서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만약, 한국 내에서 동남아 이민자 혹은 근로자가 조승희 씨와 같은 사건을 일으켰다면 우리 언론과 당국, 그리고 국민들은 과연 어떻게 반응했을까. 아마도 모르긴 해도 사건 관할 경찰서장이 가장 먼저 치안부재의 책임을 지고 경질됐을 것이고 학교 관계자도 학생관리 소홀 책임을 시인하고 자리에서 물러났을 것이다.

실제로, 한국과 미국 두 나라는 자국 내에 대형 사건이 터졌을 때 그것을 처리하는 방식은 사뭇 다르다. 한국은 일단 쉽게 흥분하면서 책임자가 누구냐부터 찾는다.

그런 다음 그에게 비난의 화살을 쏟아부어 자리에서 물러나도록 한다. 나아가 대통령에게 공식 사과와 각료 경질을 요구한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다. 시간이 지나면 관심이 식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던 양 쉽게 망각 속에 그 사건을 묻어버린다.

하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당장 몇 명의 당국자를 문책하기보다는 사건의 본질이 무엇인가부터 규명에 나선다. 그리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학계 등에서 사건 재발 대책을 마련하기를 기다린다. 관련자 문책은 그 후의 일이다.

대형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을 지켜볼 때마다 나는 미국의 힘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구나를 절감한다.

미국에 유학 와서 학위를 받고 자신의 학문 열정을 꽃피우는 것 못지않게 미국의 성숙한 시민의식과 선진적 문화를 배워가 한국 문화에 접목시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버지니아공대 사건 처리에서 보여준 미국인과 당국의 의연한 모습은 하나의 예일 뿐이다.

이번 사건은 어디까지나 조승희 씨 개인의 문제다. 나는 한국인으로서 지금까지 미국에서 당당하게 살아왔듯 앞으로도 전혀 위축되지 않고 자신있게 살아가고자 한다. 실제로 주변의 미국인들은 한국인을 이상한 눈으로 보거나 증오하지 않고 있다. 희생자들을 추모하되 냉정함을 유지하라는 것, 그것이 이번 사건이 남긴 교훈이 아닐까.

정민철 통신원(미국 인디애나대학 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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