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7일) 그는 작심하고 청와대 홈페이지에 띄운 ‘정치인 노무현의 좌절’이란 제목의 글에서 열린우리당 정동영·김근태 전 의장을 공개 비난했다. “당신들은 지역주의를 타파하고 국민통합의 정치를 하겠다며 창당 선언문을 낭독했던 사람이 맞는가”라며 구태정치, 잔꾀정치를 들먹이며 깨끗하게 정치를 그만두라고 옛 동지들을 맹공했다.

‘정치인 노무현’이 언급한 주장의 사실성 여부를 따지고 싶지는 않다. 다만 ‘정치인 노무현’의 착각에 대해서는 한번쯤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우선 노 대통령은 아직도 자신을 정치 공학을 구사하는 정치인으로 착각하고 있다. 범여권의 차기 대통령 후보 경선과 관련, 자신의 입맛과 코드에 맞는 인물을 내세우려고 지나치게 개입하고 있다. 누구는 후보 자격이 되고 누구는 안 되고를 민심의 잣대가 아니라 노심의 잣대로 재단하고 있다. 민심을 무시하는 행태다.

둘째, 정치인 노무현이 대선에서 당선된 것은 당시 DJ 정권과 민주화세력이 전폭적으로 밀어준 때문이지 자신의 선거전략이 뛰어난 때문만은 아니다. 그런데도 노 대통령은 자신만이 정치를 가장 잘 안다고 호언한다. 심지어 정치는 이렇게 하는 것이라고 훈수한다. ‘노무현표 정치’는 줄줄이 재·보선에서 참패해 민심의 혹독한 심판을 받았는데도 말이다.

셋째, 정치인 노무현은 자신이 지역구도 타파로 당선됐다고 착각한다. 실제는 어땠나. 그는 호남과 충청의 지역연대에 가장 큰 수혜를 입었다. 그리고 지금도 부산·경남 등 영남 지역에 기반한 정치를 하고 있다. 그런데도 당내의 통합신당 주장에 대해선 지역주의라고 비난한다. 남이 하면 불륜이고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식이다.

이제 ‘정치인 노무현’은 ‘대통령 노무현’으로 돌아와야 한다. 대통령으로서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될 일을 가려야 한다. 노 대통령은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될 것인지에 대해 간섭하지 말고 민심의 선택에 맡기되, 민생 문제에 전념해 퇴임 후 역사의 평가를 기다려주기를 국민들은 갈망한다. 참여정부 이후 더욱 악화된 양극화와 경제 불안, 사회 분열과 갈등으로 고통받는 서민들을 다독거리는 데도 노 대통령에게 남은 시간은 길지 않다.

<저작권자 ⓒ 한국아이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