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생활한 지도 8개월이 넘었건만 아직 이곳 사람들이 어떻게 생활하고 무엇을 즐기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 휴가 장소만 해도 그렇다. 나야 고작 주로 외국인들이 즐겨 찾는 라스베이거스 등을 생각하지만, 정작 미국인들이 어디로 잘 가는지는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이번에 난 큰 맘을 먹고 미국인 친구를 한 달 전부터 졸랐다.

"친구야, 나도 미국인들이 잘 가는 곳에 가보고 싶다."

"왜 그러나 친구야, 다 똑같아. 별로 다를 게 없어."

"그래도 가보고 싶어. 숙박비 등 경비는 내가 쏠게."

그렇게 작업(?)해서 겨우 미국인 친구의 동의를 얻어 일정과 장소를 물색했다. 그는 세 곳을 추천했다. 노스캐롤라이나주의 킬 데빌 힐즈(Kill Devil Hills),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미르틀 비치(Myrtle beach), 그리고 테네시주의 스모키 마운틴(Smoky mountain)이었다. 유령의 집이나 전설의 고향을 좋아하면 킬 데빌 힐즈가 좋은 추억거리를 남기겠지만 우리는 스모키 마운틴에 가기로 했다.

다음 문제는 어디서 묵을 것인가였다. 다시 그 친구는 세 가지를 제의했다. 통나무집, 리조트, 싼 모텔. 하지만 난 뭔가 더 특별한 걸 요구했다. 그랬더니 그는 RV 캠핑트레일러를 추천했다. 재밌고 비용도 쌀 것 같아 나는 RV 캠핑트레일러를 이용하자고 했다.

아뿔싸, 예산을 뽑아봤더니 RV가 결코 모텔이나 통나무집보다 싼 게 아니었다. 기름값이나 보험료 등을 생각하면 오히려 더 비싼 것 같았다. 하지만 어쩌리, 이미 뱉은 말인 걸. 그대로 밀고 가는 수 밖에. 대신 식대를 아끼기 위해 식사는 직접 요리하기로 했다.

예산을 훌쩍 넘기며 출발한 여행은 막상 스모키 마운틴의 RV 공원에 도착하자 환상적이었다. 밤에 물흐르는 소리와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모닥불을 피워놓고 고기도 구워먹었다.

또 캠핑 온 이웃사람들과 어울려 술도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주로 가족 단위 여행객이 많았다. 다만 그곳에서 유색 인종을 찾아보기 어려워 아쉬웠다. RV 캠핑트레일러에는 침대, 주방, 소파, 식탁, 샤워와 화장실 시설까지 고루 갖추고 있어 생활하기에는 지장이 없었다.

스모키마운틴 주변에는 꽤 발달한 두 곳의 상업도시가 있다. 피전 포지(Pigeon forge)와 개틀린버그(Gatlinburg). 피전 포지에는 주로 가족 단위의 놀이동산과 쇼를 볼 수 있는 식당, 그리고 많은 쇼핑몰이 몰려 있다.

대개 공장에서 직영하는 아울렛들이라 싼 가격에 쇼핑을 즐길 수 있다. 개틀린버그는 아기자기한 도시다. 수족관과 기념품 가게들이 많으며 도보여행자들을 위해 편의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다. 나는 그곳에서 가장 맵다는 핫소스를 샀는데 청양고추보다도 더 매워 혼났다. 괜히 한국 음식이 가장 맵다고 자랑하며 한 수저 떠먹었는데 끝내 울고 말았다.

스모키 마운틴에는 체로키(Cheroky)라는 인디언 원주민 부족 마을이 있다. 미국 인디언들의 문화와 생활에 관심을 갖고 있으면 한 번쯤 들러봄직한 곳이다.

아무튼 백인들 틈에 섞여서 친구와 즐거운 휴가를 보냈다. 비싼 만큼 추억거리가 많았던 여행이었다.

권미옥 통신원 (미국 샌프란시스코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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