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1층 선적장에는 현대중공업에서 생산된 대형 포클레인을 비롯해 버스·트럭 등도 눈에 띄었다.

‘포클레인’이 중장비 제조회사의 이름이라는 것을 알고 그렇게 해석한다면 ①은 아주 이상한 내용이 돼 버린다. 현대중공업에서 대형 ‘중장비회사’를 만든다고? 그런데 문맥에 따르면 ‘유압을 이용하여 땅을 파내는 굴착기’라는 의미로 쓰였다.

1970년대 건설 열기와 함께 우리나라의 건설 현장에 포클레인 회사의 굴착기가 밀어닥쳤을 때 사람들은 ‘Hydraulic Excavator(유압으로 작동하는 굴착기)’라는 장비 이름은 그냥 스쳐 버리고 ‘Poclain(포클레인)’이라는 상호에 초점을 맞춰 대부분 ‘포클레인’으로만 부르기 시작하였다.

이후 ‘포클레인’은 엄청난 세력으로 쓰이면서 장비 이름으로 굳어져 국어사전에서도 ‘삽차’의 뜻으로 인정되기에 이르렀다. 회사 이름이 장비 이름이 된 재미있는 예다.

②미국 대학생들은 공부할 때 책장 곳곳에 수많은 포스트잇을 붙여가며 책을 읽는다. 포스트잇에는 교과서 내용에 대한 자신의 독창적인 생각이나 비평 혹은 다른 참고 도서의 또 다른 의견들이 적혀 있다.

②의 포스트잇을 보자. 1970년대, 스리엠(3M)회사에서 일하던 스펜서 실버(Spencer Silver)가 접착력이 그리 세지 않은 접착제를 개발하고는 그 용처를 궁리하고 있었다.

한편 동료인 아트 프라이(Art Fry)가 악보 위에 무엇을 적지 않고도 찬송가 책에 표시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실버의 접착제를 보고는 이를 종이 조각에 묻혀서 면(面)을 쉽게 찾을 수 있게 하는 용도로 활용했다. 얼마 후, 프라이는 상사에게 올리는 보고서에서 질문이 있는 면에 붙임쪽지를 붙여 제출했다. 상사는 해당 면의 붙임쪽지에 답변을 적어 프라이에게 보내는 다른 서류와 함께 보냈다.

이후 포스트잇은 모든 붙임쪽지를 대표하는 상품이 되었다. 본디 종이는 그대로 보존하면서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되자 인기 있는 문구로 자리잡게 되었다.

③1일 오후 2시 10분께 회색 봉고차 두 대, 흰색 승용차 한 대, 형사기동대차 한 대 등 차량 넉 대가 김 회장 집에 도착했다.

③의 ‘봉고차’는 기아차가 지난 1981년 1톤 트럭을 12인승 승합차로 개조해 내놓은 모델이다.

정부의 자동차산업 합리화 조치 등으로 존폐의 위기에 놓였던 1980년대 초반 눈부신 판매 실적으로 ‘봉고 신화’를 만들면서 기아차를 회생시킨 차종이다.

봉고버스는 출시 5년 만인 1986년 국내 판매 10만 대를 돌파한 데 이어 지난 2004년 말까지 총 63만 5,000여 대를 팔면서 ‘승합차의 대명사’로 자리를 굳혔다. 이후 레저용 차량 붐과 함께 미니밴 시대가 열리면서 2005년 단종되었는데 승합차라는 의미로 ‘봉고차’는 여전히 큰 세력으로 쓰이고 있다.

그 밖에 오랫동안 잘 팔리는 특정 회사의 특정 상품이 고유명사에 머물지 않고 보통명사가 되는 예가 적잖다. 이는 신체 부위인 ‘입[食口]’이 ‘가족’으로, ‘손’이 ‘일꾼’으로 그 의미가 확대된 것과 같은 예로 볼 수 있다.

<저작권자 ⓒ 한국아이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