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건강에 대해서는 제가 당분간 간호부 노릇 하던 경험으로 힘껏 간호를 하여 드릴 테니 조금도 염려 마십시오.(한용운, ‘흑풍’, 1936)

(1-2) 대부분의 환자가 휠체어에 실려 나오거나 간호원들의 부축을 받고 조심스레 걸음을 옮기고 있다.(홍성원, ‘육이오’, 1975)

(1-3) 김현종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6일 한ㆍ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건축사, 간호사, 수의사의 자격증 상호 인정과 함께 출입국 절차 간소화 문제 등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한국일보, 2007. 5. 7.)

(1-1, 2)는 소설 작품에서, (1-3)은 신문에서 인용한 예다. 의사의 진료를 돕고 환자를 돌보는 사람으로, 법으로 그 자격을 정하는 동일한 직업이 위의 용례처럼 ‘간호부’, ‘간호원’, ‘간호사’로 차이를 보인다. 이들 세 용어는 어떻게 바뀌어 왔을까.

1907년 대한의원에 간호부양성소가 설치된 후 ‘간호부(看護婦)’라고 하였다. 8·15광복 이후에는 ‘간호원(看護員)’이라 하다가 1987년 의료법이 개정되면서 ‘간호사(看護師)’라고 부르게 되었다. 관련 법령으로는 ‘전문간호사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칙’(제정 2006. 7. 7. 보건복지부령 제364호) 등이 있다. 명칭의 어감을 좋게 하고 성(性)의 벽을 허무는 데에는 ‘간호원’, ‘간호사’의 끝 음절 ‘원(員), 사(師)’가 큰 구실을 했다. ‘며느리’, ‘아내’ 등 여성을 뜻하는 ‘부(婦)’를 ‘원(員)’으로 바꾸면서 어떤 일을 맡아 하는 사람의 뜻을 나타내어 한 단계 높이고 ‘사(師)’를 취하면서 ‘사람의 모범이 되어 남을 이끄는 사람, 선생’의 뜻을 지니는 것으로 격을 더욱 높이는 동시에 남녀 누구나 이 직업에 종사할 수 있게 하였다.

(2-1) 운전수 뒤 좌석이 비어 있었으므로 나는 거기에 앉았고, 상습적으로 눈을 감았다.(김원우, ‘짐승의 시간’, 1989)

(2-2) 화물 자동차를 얻어 타는 게 고작이었다. 그것도 그 화물 자동차 운전사가 마음 좋은 사람이어서 짐칸에라도 태워 주면 모를까.(최일남, ‘거룩한 응달’, 1977)

(2-1, 2)는 ‘운전수’와 ‘운전사’로 갈린다. 단순히 ‘사람’임을 뜻하는 ‘수(手)’를 칭호나 직업 이름에 붙이는 ‘사(士)’로 바꿔 의미 가치를 한 단계 높였다. 현 법령에서는 ‘운전사’를 취하였다.

(3-1) 회사 정문엔 수위실이 있고 수위실 안엔 언제나 나이 든 수위가 지키고 서 있다.(최인호, ‘지구인’ 1984)

(3-2) 간다 못 간다 하면서 싸우고 있다가 결국 시장 경비원하고 순경이 오더니 나를 잡아갔지.(황석영, ‘어둠의 자식들’, 1980)

(3-1, 2)는 ‘수위’와 ‘경비원’으로 갈린다. ‘수위’가 지키어 호위한다는 뜻만으로 전달될 소지가 있고 낮추는 느낌도 주므로, ‘경비’에 ‘원(員)’을 붙여 기관이나 설비 등의 경비를 책임지는 사람임을 분명히 알리는 효과를 나타냈다. 현 법령에서는 ‘경비원’을 취하였다.

그 밖에 법령에서 바꾸거나 취한 예로는 ‘우편집배원(←우체부)’, ‘집달관(←집달리)’, ‘환경미화원(←청소부)’, ‘구두미화원(←구두닦이)’, ‘가두신문판매원(←신문팔이)’ 등이 있다. 2005년 3월부터는 일반직 6급 이하 공무원의 직급에 '주무관(主務官)'이라는 대외 직명제를 취해 자부심을 심어 주고 전문화를 유도하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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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진 국립국어원 국어진흥부장 hijin@mct.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