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강대국 미국을 지탱해주는 힘은 무엇일까. 동시다발 전쟁를 치를 수 있는 막강한 군사력,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금융 자본, 할리우드로 대표되는 문화 파워가 대표적이겠지만 그 못지않은 요소가 있다. 다양한 인종과 세대를 포용하는 열린 사고와 마음이다.

그 사례를 나는 구직이나 구인 전선에서 목격했다. 많은 기업들이 나이를 따지지 않고 노인들을 채용하며, 노인들도 직업의 귀천을 떠나 즐겁게 일을 하는 것이다.

70세 가까운 할아버지가 매주 일요일마다 대형 트럭을 운전하며 뉴욕타임스를 배달하는 모습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처음에 나는 ‘어떻게 저렇게 나이 많으신 분이 아직도 일선에서 일을 하고 있을까’하고 놀랐다.

한국에 있을 때 노인들이 경로당이나 노인정에 모여 바둑을 두고 TV를 보거나, 손주들을 데리고 산책하는 모습은 자주 보았지만 트럭을 모는 할아버지의 모습은 상상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또 다른 예. 대학 주변의 델리 가게에서 아르바이트 일을 하고 있을 때였다. 80세가 되어 보이는 할머니가 학생증을 목에 걸고 들어왔다. 순간적으로 ‘집에 혼자 있기 무료해서 다시 공부하러 오신 게 아닐까’ 짐작하고 만학도이시냐고 물었다.

그런데 할머니가 대뜸 “Are you kidding?”하고 되레 반문했다. 그리고는 자신은 대학교수라고 말했다. 나이가 많아 거동이 불편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다는 것이다.

지하철역 근처에서 매일 무가지를 배포하는 할아버지의 모습도 기억에 생생하다. 당시 할아버지는 몸이 좋지 않아 무가지를 쌓아두고 옆에서 엎드려 이었다. 매일 “free” 를 외치던 분이었는데 그날 따라 힘이 빠져 있었다. 다행히 다음날 할아버지는 건강을 회복해 다시 큰 목소리로 무가지를 배포했다.

수업시간에 책에서도 읽었다. 60세가 넘은 할아버지가 인라인스케이트를 타고 마트에서 소비자들이 살려는 상품을 찾아주는 파트타임 일을 활기차게 하고 있다는 내용으로 당초 마트 측에서는 그 일이 쉼없는 활동성을 요구하기 때문에 노인들은 부적합하다며 채용을 꺼렸지만, 할아버지의 열성에 감동해 이제는 오히려 노인 채용을 더 선호하게 됐다고 한다.

한국의 노인들은 직장을 그만두고 나면 일거리가 없어 방황한다. 오죽했으면 자식에게 용돈을 타서 종묘공원 등에 모여 하루를 때울까. 물론 한국은 청년실업이 더 심각하기 때문에 노인실업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을지 모른다.

그렇지만 앞으로 한국은 갈수록 노령화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므로 미국처럼 나이에 상관없이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제공해야 한다. 노인들이 젊게 일하고 또 그들의 경륜과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는 나라가 진정 선진국이기 때문이다.

최현정 통신원(미국 뉴욕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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