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말레이시아로 돌아가는 그에게는 언뜻 신록의 푸르름 같은 자신감이 엿보였다. 나무를 알고 지낸 지 12년 만에 나무가 자신에게 화답한 것이라고 했다. 어쩌면 나무와 그는 몸과 마음이 통했는지도 모른다.

해외조림 전문기업 ㈜주신엔터프라이즈 이기남 회장. 그는 13년 전 태권도 교관으로 낯선 인도네시아 땅에 첫발을 내디뎠다. 무인(武인)으로, 의인(義人)으로 도(道)를 가르쳤고 그의 명성이 자자해지면서 당시 수하르토 대통령의 신임을 얻었다.

외로움을 달래고 마음을 다잡고자 수시로 그는 원시림을 찾아 나무와 대화했다. 어느 토양에 어떤 나무가 빨리 자라고, 병에 강한 나무가 무엇인지, 기후와 나무의 관계 등을 서서히 체득했다. 현지인들도 많이 만났다. 원시림의 나무와 같이 순박하기도 하고 거칠기도 했다.

그만큼 인맥이 무성해졌다. 동티모르 사태가 터져 취재간 한국 기자가 반군에 억류됐을 때 그를 구출할 수 있었던 것도 묵묵히 쌓아온 인간 관계와 신의 덕이었다.

하지만 수하르토 측근들의 권력욕과 부패에 실망한 그가 무인에서 자연인으로 돌아갔을 때 인도네시아는 더 이상 그에게 순수한 원시의 섬이 아니었다. 불편해진 그는 말레이시아로 둥지를 옮겼다. 그곳에서 또다시 나무와 사람들을 만났다. 숲에 더 오래 머물면서 사람과 나무와의 인연은 깊어졌다.

오랫동안 숲에서 살면서, 나무와 대화하면서, 그는 지구가 아프다는 것을 가장 먼저 알았다. 그리고 빨리 지구를 치유해야 한다는 사실도. 결국 그는 그토록 좋아하던 조림사업을 선택했다.

2004년엔 말레이시아 사바주의 1,200만 평 조림사업권도 따냈다. 일본의 대기업이 알고 먼저 찾아왔다. 돌려보냈지만 국내 기업들은 굼떴다. 씁쓸했다.

나무는 정직하다. 받은 만큼 되돌려준다. 지구온난화로 온실가스 감축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나무는 그에게 효자가 되었다. 그래서 그는 베는 것이 아프지 않게 더 빠르고 강하게 키우겠단다.

오랜 만에 그가 숲에서 나왔다. 나무 냄새가 풍겨왔다. 그의 가족은 말레이시아 원시림에 있다. 서둘러 돌아가는 이유다. 짧은 시간 그와 대화하면서 기자는 나무로 조국의 발전에 기여하려는 그의 꿈이 무럭무럭 커가고 있음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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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