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는 지금 겨울이다. 땅이 넓어 도시에 따라 날씨 차이가 있지만, 내가 살고 있는 서부의 퍼스는 아침저녁으로 꽤 쌀쌀하다. 퍼스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도 겨울이었다.

호주에 처음 와서 놀랐던 점은 집집마다 제대로 된 난방시설이 없다는 것이었다. 물론 부유층이 사는 집들이야 다르겠지만 대다수의 일반 가정이 그렇다는 말이다. 한국의 뜨끈뜨끈한 방바닥을 상상했던 내게는 문화 충격이었다.

호주인들은 심지어 한겨울에도 난방기구를 잘 사용하지 않는다. 전기요금이 한국에 비해 꽤 비싸기 때문에 관리비를 아끼는 위해 그렇다고도 한다.

별도로 난방을 하지 않는 때문인지 집 안에서 운동화를 신고 점퍼를 걸치고 생활하기도 한다. 간혹 아침에 샤워할 때만 욕실 난방기구를 10분 정도씩 사용한다. 추위를 많이 타는 나는 처음에는 적응하기가 힘들었다. 호주의 겨울은 한국보다는 춥지 않지만 실내에서 좀처럼 난방을 가동하지 않기 때문에 실제 체감온도는 더 낮았던 것.

그래서 호주에 온 한국인들은 전기장판을 구입하거나 미니 난방기구를 설치해 사용한다.

전기장판은 70달러에서 80달러 정도면 살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전기기구를 사용할 경우 집 주인에게 사전 양해를 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기요금이 많이 나오면 추가로 돈을 더 청구한다. 특히 홈스테이나 쉐어하우스에 머물 경우 반드시 집 주인과 상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늘어난 공공요금의 책임 소재를 놓고 서로 얼굴을 붉히는 일을 당할 수도 있다.

수도 요금도 마찬가지다. 물이 많이 쓰면 추가 요금을 받는다. 그렇다고 깍쟁이 같은 그들을 욕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그래서 한국인들은 이곳 사정을 잘 몰라서 불리한 조건으로 쉐어하우스나 홈스테이에 머무는 경우가 많은데 사전에 정보를 많이 얻고 신중하게 계약해야 한다.

퍼스의 겨울의 또 다른 특징은 유난히 비가 자주 온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처럼 몇 시간 계속 내리는 경우는 드물고 잠깐씩 자주 온다. 그래서 호주인들은 가을이나 겨울에 외출할 때 항상 우산을 휴대하고 다닌다. 우산을 잊고 나들이 해도 크게 걱정할 것은 아니다. 10분 정도만 기다리면 비가 그치고 날씨가 화창해지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곳 날씨는 예측할 수가 없다. 이밖에 호주의 겨울은 건조하다. 피부가 날씨에 민감한 사람들은 따로 화장품을 준비해서 와야 할 정도다.

조윤정 통신원 (호주 퍼스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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