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수집이 취미인 톰 크루즈가 자신의 격납고 채우기에 나섰다. 1986년 ‘탑건’의 주연을 맡아 스타덤에 오른 그는 최근 360만 달러(약 34억 원)를 들여 한국전에서 맹활약한 ‘플라잉 더치맨’, 일명 ‘머스탱’ 전투기를 구입했다.

이로써 할리우드 인근 버뱅크의 봅 호프 공항에 있는 그의 비행기 격납고는 만원사례를 해야 할 판이다.

그는 이미 아내인 케이티 홈스의 이름을 붙인 또 하나의 머스탱 전투기 ‘키스 미 케이트(Kiss Me Kate)’를 비롯해 S-2B 스턴트 플레인과 무려 4200만 달러(약 391억 원)에 이르는 ‘걸프 스트림 IV’ 제트기를 보유하고 있다. (세계일보 6. 15.)

‘미션 임파서블’, ‘라스트 사무라이’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미국 영화배우 톰 크루즈의 전투기 사랑을 소개한 기사의 일부이다. 그의 격납고(格納庫: 비행기나 비행선을 넣어 두거나 정비하는 건물)가 전투기로 가득 차 있으니 ‘만원사례’를 할 정도가 되었다는 말이다.

‘만원사례(滿員謝禮)’란 무엇인가. ‘만원사례’의 ‘만원’이란 “정한 인원이 다 참”을 뜻한다. “만원 버스로 출퇴근하다”처럼 쓰인다. ‘사례’란 “언행이나 선물 따위로 상대에게 고마운 뜻을 나타냄”을 말한다.

“이 사람을 찾아 주시면 후한 사례를 하겠습니다”처럼 쓰인다. 선거에 뽑힌 사람이 뽑아 준 데 대하여 고마움을 나타내는 일이 ‘당선?사례’요, 거듭 절을 하며 고맙다는 뜻을 나타내는 일이 ‘백배(百拜)사례’다. 사례의 뜻으로 주는 것이 돈이면 ‘사례금’이요, 물건이면 ‘사례물’이며, 말이나 글이면 ‘사례사(謝禮辭)’이다.

‘만원사례’란 “만원을 이루게 해 주어서 고맙다는 뜻으로, 극장 같은 흥행장에서 만원이 되어 관객을 더 받지 못하겠다는 것을 완곡하게 이르는 말”로 흔히 매표소에 써서 붙여 놓는다. “연일 만원사례 중인 영화관”처럼 쓰인다.

다음의 ‘만원사례’의 예는 어떤가.

(1) 이달 초순 일본을 여행했다. 퇴근길 도쿄 번화가의 선술집은 만원사례다. 경기가 살아나고 있음이 감지되었다.(내일신문 6. 25.)

(2) 그는 (중략)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 차범석 작품인 연극 ‘산불’의 첫 무대를 꼽았다. 1962년 초연될 당시 매일 만원사례를 빚으며 관객들이 보여준 뜨거운 호응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문화일보 6. 1.)

(3) 문제는 좁은 토론회장. 각 후보들의 지지자들이 관광버스를 타고 몰려들어 토론회장 일대 교통은 큰 정체를 빚었고 여기에 (중략) 광주 시민들까지 관심을 보이면서 만원사례를 이뤘다.

(4) 포테인먼트(스포츠+엔터테인먼트)를 주창하고 나선 SK의 이만수 수석코치는 최근 “문학구장이 만원사례를 이루면 팬티 바람으로 경기장을 돌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1)과 (2)는 무난하다. 자리가 꽉 차 더는 들어갈 틈이 없어 ‘만원사례’라는 말을 써 붙일 정도가 되었음을 뜻한다. (2)의 ‘만원사례를 빚다’는 그러한 상황을 초래했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반면 (3)과 (4)의 ‘만원사례를 이루다’는 적절하지 못하다. 특히 (4)는 문학구장이 관중으로 꽉 차면 팬티 바람으로 경기장을 돌며 사례하겠다는 뜻이므로 앞뒤가 맞지 않는다.

(3)과 (4)의 ‘만원사례를 이루다’는 ‘만원을 이루다’로 고쳐야 상황에 맞게 된다. 요컨대 ‘만원’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가 따라야 ‘만원사례’란 말을 쓸 수 있다.

김희진(국어생활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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