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집 벽이나 문에 써 붙이는 말이 있다. ‘안주 일절’. 한자를 많이 쓰던 시절에는 ‘안주 一切’로 보이더니 한글로 바꾸면서 이렇게 적었다. ‘一切’의 ‘切’은 ‘끊을 절’로도 읽고 ‘온통 체’로도 읽는데 술집에서 ‘절’을 택한 것이다. ‘안주 일절’은 맞는 표현일까.

‘일절’은 부사 ‘아주, 전혀, 절대로’의 뜻으로, 흔히 사물을 부인하거나 행위를 금지할 때에 쓰인다. “일절 말하지 않는다”, “일절 나갈 수 없다”처럼 대개 ‘않다’, ‘없다’ 등 부정을 뜻하는 말이 뒤따른다. ‘절(切)’의 훈인 ‘끊다, 베다, 떨어지다, 없어지다’의 의미가 바탕에 깔려 있다. 용례를 더 보자.

(1) 열쇠를 맡기고 나오는데 새빨간 글씨의 안내판이 보였습니다.

“주차장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고에 대해 일절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동아 7. 11.)

(2) 앞으로 군대 내에서의 구타, 가혹행위, 언어폭력이 법으로 명문화돼 철저히 금지된다. 또 사병은 하급병에게 사적인 명령을 일절 할 수 없게 된다.(문화 7. 10.)

이런 용법으로 쓰이는 ‘일절’이 ‘술안주’와 어울릴 리 없다.

‘일체’를 보자. ‘일체’는 명사 ‘모든 것’의 뜻과 부사 ‘모든 것을 다’의 뜻으로 쓰인다. “도난에 대한 일체의 책임을 지다”, “재산 일체를 학교에 기부하였다”가 그 예다. ‘체(切)’의 훈인 ‘온통, 모두’의 의미가 살아 있다. 용례를 몇 가지 더 보자.

(3) 공정거래위원회의 리베이트 관련 조사가 실시될 것이라는 보도와 관련해 주요 의료기관들은 일체

언급을 회피해 해당 의료기관들의 긴장감이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국민 7. 12.)

(4) 캔자스 주립대 학.석사학위 경력도 모두 허위라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신 교수의 학위 일체

전부 거짓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경향 7. 12.)

(5) 우수 해외 인재 확보를 위해 별도 태스크포스까지 구성한 LED전문업체 서울반도체는 해외유학이나 연수 경비 일체

지원하는 등 직원들의 체감만족도 향상에 힘쓰고 있다.(세계 7. 12.)

이런 용례에 비추어 보면 ‘안주’에 뭐가 붙어야 할지는 자명해진다. “안주 안 돼” 또는 “안주 없음”인 ‘안주 일절’보다는 “모든 안주 있음”인 ‘안주 일체’가 더 잘 어울린다. 아니, ‘일절’이니 ‘일체’니 따질 것 없이 해당하는 뜻을 살려 “안주 다 있음”이라고 한다면 누구나 더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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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진 극어생활연구원 원장 gimhuigin@hanafo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