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기지 않는 이야기다. 2007년 대선에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온 사람이 60여 명이고, 여권만해도 7일 현재 출마자가 17명이라는 보도다.

미국의 주간지 뉴스위크 등에서 ‘대통령 작가’로 소개되는 마이클 베스로스(1955년생. 하버드대 경영학 석사. 2002년 ‘정복자-루즈벨트, 트루만의 1941~45년, 히틀러의 독일정복’ 씀). 그는 지난 5월에 <대통령감 용기-용감한 지도자는 미국을 1789~1989년에 어떻게 변화시켰는가>를 냈다.

‘대통령감(presidential) 용기(courage)’에는 43대까지의 대통령중 9명이 ‘용감한 대통령’으로 나와있다. 19~20세기 까지는 4명이다. 그 중 첫번째는 건국의 아버지 조지 워싱턴(1732~1799. 1789~97 재임)이다. 월스트리트저널지가 2003년 조사한 역사학자, 대통령학 학자들이 선정한 베스트 대통령 랭킹 1위다.

마이클 베스로스는 베스트의 첫째 요건을 ‘용기’로 본다.

‘용기’에 대해 동양의 정치학자들은 ‘용기는 의(義)를 위해서 행해지는 것이 아니면 거의 덕(德)으로서 가치가 없다’고 봤다. 공자는 ‘義를 보고도 행하지 않는 것은 勇이 없음을 뜻한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베스로스는 동양의 이런 도덕성 성리학을 구체화해 실제 정치에서의 ‘용기’를 살폈다. 플라톤이 말한 “두려워해야 할 것과 두려워해서는 안될 것을 식별하는 게 ‘용기’다”를 따르고 있다.

조지 워싱턴의 경우를 보자. 베스로스는 1795년 8월 대법원장인 존 제이를 런던으로 보내 영국과 중립조약을 맺으려는 워싱턴의 정책을 ‘용기’의 대표로 봤다.

그때 워싱턴의 정치적 본향인 버지니아에서 조차 “영국과의 조약은 워싱턴 장군의 조기 죽음을 뜻한다”며 데모가 일어났다. 조약을 체결한 존 제이의 허수아비는 미국 각 곳에서 화형되었다. 대통령과는 달리 영국과 프랑스와의 싸움에서(1793~98년) 프랑스편에 나선 에드먼드 란돌프 국무장관은 파면되었다.

워싱턴은 3선이 가능했지만 이를 포기하며 북서부 미ㆍ영 국경선의 확정. 미국의 대서양에서의 중립 항해권 보장을 요구하는 조약에 서명했다.

워싱턴은 1796년 12월 고별연설에서 왜 그가 3선을 포기하면서까지 이 조약을 체결했는지 그 이유를 밝혔다. “영국이 미국의 중립을 보장하면 미국민이 바라는 번영과 합치되는 것을 가질 수 있다는 확신에서 나는 조약을 체결했다”

워싱턴은 영국과 전쟁을 벌여서는 새로 세운 나라가 번영으로 갈 수 없다는 것을 결정하는 용기를 가졌다는 게 베스로스의 해석이다.

베스로스의 두번째 용기있는 대통령은 월스트리스저널의 베스트 랭킹 2위인 에이브러햄 링컨(1809~1865. 1861~65 재임)이다.

링컨은 1864년 8월 심각한 우울증에 빠져있었다. 4년간 계속된 내전은 남부 연합측과 즉각 휴전에 나서고 그 후의 통합(통일)정부 구성, 노예해방을 실시하자는 ‘얼렁뚱땅’식 해결책을 찾고 있었다.

링컨은 재선이 있는 11월을 앞두고 이런 ‘얼렁뚱땅’ 유화책을 쐐기를 박았다. 그것은 5만 명의 연방군을 새로 징집하겠다는 결단이었다. 여당과 언론, 야당은 “재선 안하려면 무엇을 못해!”라고 비아냥 거렸다.

링컨은 이런 비아냥에 대해 단호히 말했다. “내가 재선에 나서겠다는 것은 무력으로 반란군(남부 연합군)을 무찌르겠다는 것이다. 나에게 지킬 나라(미 합중국)가 없다면 대통령도 없다”, “노예제의 허용은 헌법위반이다. 인간의 평등은 신과 인류가 바라는 것이다. 그런 나라로 통합하는 것이 내 의무다.”

베스로스는 노예제도 폐지, 징병제 실시 같은 결단을 내린 것이 링컨의 용기라고 결론내렸다.

이런 용기가 어디서 나왔을까. 링컨 자신의 표현으로는 그 자신의 인격에 대한 평가에 나타나 있다. “내 성격의 정수는 한번 결정한 것, 결심한 것은 다른 어떤 사람의 의견과 바꾸지 않는 것이다. 내 의견을 버릴 때 나는 후회하고 했다.”

앞서 플라라톤이 말한 “두려워할 것과 두려워 말아야 할 것”을 결정하고 그것을 지키는 용기를 말한 것이다.

베스로스는 요약했다. “링컨의 5만명 새 징집은 재선에서 군의 80%가 그를 지지케 했다. 군은 혼자 살려고(재선 되려고) 유화책을 펴는 것은 배반이고 반란이라고 생각했다.”

노 대통령이나 대통령이 되고픈 사람들이나 ‘용기’에 대해 새삼 생각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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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배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