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준 열사 순국 100년을 맞이하여 내치가 이루어지지 않는 가운데 외교로만 국가의 융성을 이루지 못한다는 뼈아픈 교훈을 되새기게 된다.(한국일보 7. 14.)

(2) ‘안중근 의사 독립투쟁 항일 유적지 탐방’에 나서는 대학생들이 12일 출발에 앞서 서울 중구 남산 안중근 의사 기념관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세계일보 7. 13.)

위는 역사적인 두 인물을 소개하며 (1)에는 ‘열사’를, (2)에는 ‘의사’를 사용했다. ‘열사’와 ‘의사’는 어떻게 다를까. ‘열사’와 ‘의사’를 국어사전/한한자전(漢韓字典)은 다음과 같이 풀이하였다.

열사: 나라를 위하여 절의(節義)를 굳게 지키며 충성을 다하여 싸운 사람./절의를 굳게 지키는 선비.

의사: 의로운 지사(나라와 민족을 위하여 제 몸을 바쳐 일하려는 뜻을 가진 사람)./의리와 지조를 굳게

지키는 선비.

‘열사(烈士)’의 ‘烈’은 “곧고 강함”이요, ‘의사(義士)’의 ‘義’는 “옳은 길, 나라 ‧ 군주 ‧ 공공을 위한 마음씨”이요, ‘사(士)’는 “도의를 행하고 학예를 닦는 사람”이다. 이를 종합하면 ‘열사’는 “나라를 위하여 이해를 돌아보지 않고 절의를 지킨 사람”이고, ‘의사’는 “의리와 지조를 굳게 지키며 때로는 나라나 국민을 위해 목숨을 바칠 수도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두 말의 뜻이 비슷비슷하여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양자 구분에 대하여 20년 전 한 언론은 다음과 같이 언급하기도 했다.

이 '열사'와 '의사'를 어떻게 구분하느냐의 기준은 10여 년 전 원호처(현 국가보훈처)의 독립운동사 편찬위원회에서 독립운동사 편찬을 앞두고 항일 선열들의 공적을 조사할 때 대충 정해졌는데, 직접 행동은 안 했어도 죽음으로 정신적인 저항의 위대성을 보인 분들은 ‘열사’라고 하고, 주로 무력으로 행동을 통해서 큰 공적을 세운 분들을 ‘의사’라고 하기로 했다.(동아일보 1987. 8. 27.)

이 기준은 대체로 들어맞는다. ‘의사’의 경우 안중근 의사, 윤봉길 의사는 “무력으로나 행동으로 공적을 이루었다”는 기준을 충족한다. 이때의 ‘무력’은 “군사상의 힘 또는 때리거나 부수는 등의 육체를 사용한 힘”이라기보다는 “총이나 폭탄 등의 휴대용 무기 활용”이 사실(史實)에 더 가깝다.

그러나 ‘열사’의 경우 독립운동을 한 이준 열사 ․ 유관순 열사와, 광복 후 학생운동을 한 김주열 열사나 노동운동을 한 전태일 열사가, “직접 행동은 안 하고 죽음으로 정신적인 저항의 위대성을 보였다”는 기준에 적합하다고 하기 어렵다. 실제 적용 예를 고려하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열사: 나라․겨레․국민을 위하여 맨몸으로 저항하다가 죽음으로써, 문화사적으로 큰 영향을 끼친 사람.

의사: 나라․겨레․국민을 위하여 무력으로 항거하다가 죽음으로써, 문화사적으로 큰 영향을 끼친 사람.

이때 군인은 제외된다.

위의 기준을 적용할 때 안중근 의사 ․ 윤봉길 의사는 물론, 이준 열사 ․ 유관순 열사 ․ 김주열 열사 ․ 전태일 열사도 들어맞는다. ‘열사’든 ‘의사’든 국리민복을 위하여 무언가 해냈다면 오래도록 기림받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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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진 국어생활연구원 원장 gimhuijin@hanafo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