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1.5%포인트’, ‘2,452표’차 승리였기 때문일까. 한나라당 대선 후보에 확정되고도 이명박 주자는 한마디 말- ‘어머니!’를 쏟아내지 못했다.

아직도 강과 산을 넘어 본선에서 당선까지의 길이 험하고 어렵기에 그는 ‘어머니’란 말을 삼갔을까?

대답이 될는지 모르겠다. 이명박 한나라당 17대 대선후보는 지난 2월 15일 대선 출사표를 낼 당시 그의 4년간 서울시장 시절을 되돌아보며 대통령으로 가는 소신을 쓴 책을 냈다. <온 몸으로 부딪쳐라>였다.

이 책에는 ‘어머니’-채태원(64년 작고)에 대한 그의 마음이 곳곳에 알알이 박혀있다. 길게 이를 인용한다.

<<젊은 시절 나는 어렵게 고려대학교 입학시험에 합격하고도 등록금이 없어 입학을 포기하려고 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다행히 당시 이태원 재래시장 상인들의 도움으로 환경미화원 자리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런데 왜 일면식 하나 없는 나를 도와주었던 것일까? 그것은 노점상이셨던 어머니가 시장 상인들에게서 얻었던 신뢰 덕택이었다.

어머니의 노점은 생선가게 앞이었다. 어머니는 그곳에서 장사를 할 수 있게 해 준 가게 주인에게 항상 고마움을 표시했다. 고마움을 표시하는 어머니의 방법은 독특했다. 어머니는 당신의 물건을 다 팔아도 귀가하지 않았다. 그 가게가 문을 닫을 때까지 남았다가 일대를 말끔히 청소하고 갔다. 물론 가게 주인도 어머니를 몇 번 만류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어머니는 똑 같은 말씀만 하셨다.

“내가 이 앞에서 장사할 수 있게 해 준 은혜를 갚을 길이라곤 이 방법밖에 없네요.”

…그것만이 아니었다. 심성이 반듯하다는 소문이 나자 상인들은 싸움이 붙으면 어머니를 찾아와 시시비비를 가려주길 원했다. 뭔가 지혜가 필요한 일이 있어도 어머니에게 달려왔다. 조금 과장하자면, 어머니는 시장 상인들의 포청전이자 솔로몬이었다. 어느새 어머니는 그 시장에서 상인들의 정신적 지주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자기 가게 하나 갖지 못하고 남의 가게 앞에서 노점상을 하시는 어머니가 시장 상인들의 존경을 받았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바로 사람들로부터 얻은 신뢰의 힘이었다. 어머니는 가난했지만 그런 면에서 세상의 누구보다 부자였다. 그런 어머니의 자식이 등록금이 없어 대학을 못 간다고 하자 상인들이 발 벗고 나선 것이다.

…어머니는 결국 돈이 아닌 신뢰로 나를 대학교에 보내주셨고, 돈보다 신뢰가 훨씬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찍부터 깨우쳐 주셨다.>>

그런 이명박 후보의 어머니 채태원은 1964년 12월 15일 세상을 떴다. 아들을 났을 때 “밝은 보름달이 치마폭에 쏘옥 안기는 꿈을 꾼 후 아이를 갖게 된 것”을 이름으로 삼아야 한다는 첫 주창자였다. 그래서 족보에는 ‘상경’으로 이름지었지만 ‘明’(밝을 명) ‘博’(넓을 박)이 되게 한 것도 어머니 채씨 때문이었다.

‘어머니’는 이 후보가 64년 6ㆍ3 데모로 6개월의 징역을 살고 나온 지 두달만에 숨졌다. ‘어머니’는 유서를 남겼다.

“명박아, 나는 너를 믿는다. 무엇이든 네가 원하는 대로 될 수 있을 것이다. 소신을 갖고 살아라. 항상 정직하고 용기를 잃지 말아야 한다.”

이 후보는 적었다. <<나는 어머니가 돌아가시는 순간보다 더 목 놓아 울었다. 글씨 쓸 힘조차 남아 있지 않은 상황에서도 힘 없는 손으로 한 자 한 자 또박또박 쓰시며 자식 걱정을 하고 계셨다는 것이 가슴에 사무쳐서, 마지막 순간마저 당신을 위해 쓰지 않으신 어머니가 원망스러워서, 가슴 저 아래서부터 자꾸자꾸 눈물이 솟아 올랐다.

나는 어머니가 나를 누구보다 신뢰하고 믿어주는 게 고마웠다.>>

64년 8월 어느날 서대문 구치소에 내란 선동죄로 복역중인 아들을 면회온 어머니 채태원은 말했다.

“명박아, 나는 네가 별볼일 없는 놈인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대단한 놈이구나. 소신대로 살아라. 어미는 너를 위해 기도하고 있겠다.”

이명박 후보는 ‘어머니’가 떠오를 때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가 바로 ‘어머니’ 아닐까” 생각한다.

그건 ‘신뢰’의 대용어였고 그 자체였다.

또 그건 ‘소신’의 실천어였고 그 자체였다.

“무엇이든지 네가 원하는 대로 될 수 있을 것이다”는 ‘어머니’의 바람이었다. 그것은 ‘신뢰’를 쌓으며 ‘용기’를 갖고 ‘소신’을 실천하는 자식에게만 오는 것이다.

이명박 후보는 대선주자들이 부족한 것-민주주의, 민족주의, 자유주의에 대한 소신을 키워 산을 넘고 강을 건너는 대선 본선에 나서야 한다.

이제 범여권, 무소속 주자들은 이병박 지음 ‘온몸으로 부딪쳐라’를 읽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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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배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