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뉴스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단어는 뭘까? 아마도 ‘승부(勝負)’가 아닐까 한다. ‘승부’는 “이김과 짐, 곧 승패(勝敗)”로, 경기란 (1)처럼 바로 ‘승부 가리기’이기 때문이다.

(1) 민주노동당의 대선 후보는 권영길,심상정 두 후보의 결선투표로 가려지게 됐습니다.3위 노회찬 후보의 지지표가 어떻게 움직이느냐가 승부를 가르게 됩니다. (2007. 9. 9. MBC 뉴스데스크)

“근소한 차이로 가려지는 승부”가 “박빙의 승부”이다. 이와 아울러 ‘승부’가 들어간 말을 보자. 바둑이나 장기 등에서 판국의 승패를 좌우하는 결정적인 수가 ‘승부수(勝負手)’이고, 축구에서 골로 승부가 나지 않을 경우 일정한 횟수의 페널티 킥을 차서 승부를 내는 일이 ‘승부차기’이며, 경기나 경쟁 등에서 이기고 지는 고비가 되거나 그런 시기가 ‘승부처(勝負處)’이다.

?승부수를 던져 상대편이 이에 걸려들면 전세를 역전할 수도 하고,?전후반을 비긴 후 승부차기로 승부를 가릴 수도 있다. 또한 어떤 경기는 결선 진출이 달린 최대 승부처가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승부’가 다른 의미로 쓰이는 예가 적잖다. 올해 보도된 기사를 중심으로 본다. 괄호 안 숫자는 보도 날짜다.

(2-1) 홈런이 승부의 열쇠(7. 7.)

(2-2) 루아얄 후보 지지자들은 (중략) 역전 승부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5. 6.)

(3-1) 기업들이 매년 명절 때마다 비슷비슷한 선물을 내놓다보니, 이젠 차별화로 승부하는 곳들이

늘어났다. (9. 12.)

(3-2) 대양메카텍(주)/모터 업그레이드 기술로 승부…정밀제어 기술 국내 유일 (9. 7.)

(3-3) LG화학은 (중략) 정보전자 소재 분야를 미래 승부사업으로 집중 육성 중이다. (7.

30.)

(4) 오늘 밀양서 FC서울과 승부//프로축구 경남FC가 오늘(1일) 오후 7시 밀양공설운동장에서

FC서울을 상대로 K-리그 2007 20라운드 경기를 치른다. (7. 9. 1.)

(5) 1회 말 시원한 우전안타를 때리며 팀이 3-1로 승부를 뒤집는 데 징검다리를 놓았으나 이후

볼넷 2개를 골랐을 뿐 범타로 물러났다. (9. 10.)

(2-1, 2)의 ‘승부’는 ‘승리’의 뜻으로 쓰였다. 홈런을 “이기고 지는 것의 열쇠”라고 보기 어렵고, 특정 후보 지지자들의 기대가 “역전하여 이기고 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3-1, 2)는 ‘승부 걸다’ 또는 ‘승리하다’의 뜻으로 쓰였다. (3-2)는 ‘향상된 기술로 승부를 걸어 이겼기에 국내에선 유일하게 정밀제어 기술을 보유한 것이다. (3-3)은 승부수를 띄울 ‘경쟁 상품’이나 ‘주력 사업’ 정도로 보아야 실제와 맞는다.

(4)는 승부를 가리는 ‘경기(競技)의 뜻으로 쓰였다. 스포츠 기사에서 흔히 보이는 ‘힘겨운 승부’ 역시 ‘힘겨운 경기’라는 의미이다.

(5)의 ‘뒤집기’ 대상은 ‘승부’가 아니라 “경기의 형세나 형편”을 뜻하는 ‘판세’나 ‘전세(戰勢)이다.

결국 1, 2, 3은 “승부=승리”로 본 것이다. ‘승부’라는 말의 ‘승(승리)’에는 집착하면서 ‘부(패배)’는 생각하기도 싫어 ‘승부’를 ‘승리(하다) ․ 승부 걸다 ․ 경기 ․ 경쟁 ․ 주력 ․ 판세 ․ 전세’ 등으로 확대해석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렇듯 확장된 의미를 국어사전에서는 인정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그 의미가 담긴 말을 찾아 사용해야 상황에 맞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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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진 국어생활연구원 원장 gimhuijin@hanafo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