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4일에 있을 제2차 남북정상회담에 나서는 노무현 대통령은 ‘아리랑’ 공연을 볼 것 같다. 또 서해갑문도 둘러보고 개성공단도 찾을 것 같다.

아직도 평화체제 문제에 대해 어떤 의제로 얼마나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지는 가늠할 수 없다.

한나라당 정책위원회 주최로 9월 18일 열린 ‘남북정상회담’, 무엇을 다뤄야 하는가’라는 주제의 토론회에서 제성호 중앙대 교수는 말했다.

“(이번 회담은) 대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간의 기획성 정치이벤트다. 신북풍 또는 깜짝쇼의 성격이 다분하다….대선쟁점을 경제살리기와 국가경영능력에서 평화와 전쟁 구도로 바꾸기 위한 선거전략이 작용했다…정부의 실정에 대해 국민의 눈 귀를 가리려는 국면 전환용 회담에 불과하다.”

남북관계에 대해 중립적 자세를 가지고 있는 한국일보 사설은 아리랑 공연 관람이 확정되지 않은 9월 20일자 사설-‘북측 아리랑에 대한 열린 자세와 절제’에서 주장했다.

“정상회담 정례화 등을 통해 남북관계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상대방의 문화와 생각도 인정하는 관용적 자세가 필요하다.

이제 참관지 제한이나 금기사항이니 하는 것들을 둘러싸고 소모적인 신경전을 끝낼 때도 됐다. 하지만 이러한 전향적인 변화는 우리내부의 합의와 조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뤄져야 한다. 아직 우리 사회 분위기가 그만큼 성숙하지 않았는데 북측이 요청한다고 해서 억지로 따를 수 없는 노릇이다.

상당수 국민이 정서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데 무리하게 아리랑 공연 관람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고 보는 이유다….이번 정상회담은 경협 등 실질적 진전을 중시하는 실용주의 접근이 바람직하다. 북측도 남측 사회가 수용할 수 없는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았으면 한다.”

한국일보 사설은 노 대통령의 방북을 둘러싼 미묘한 서울의 대선정국 속 남북 정상회담 개최의 실상을 표현했다고 볼 수 있다.

엉뚱한 질문을 던져본다.

지난 3월 7일 미국에서 ‘두 번째 기회’를 낸 지미 카터 전 미국대통령의 안보보좌관 즈비그뉴 브레진스키<1928년. ‘거대한 체스판’(1997년), ‘제국의 선택(2004년)의 저자. 콜럼비아대 석좌 교수. 현 국제전략연구소 고문>. ‘거대한 체스판’, ‘제국의 선택’을 번역한 연세대 정외과 교수 김명섭<1963년. 연세대 학ㆍ석사, 프랑스 파리제1대학 박사. ‘대서양 문명사’(2001년) 등 씀>은 브레진스키를 이렇게 소개했다.

“1928년 폴란드에서 태어나 미국의 냉전 전략가가 되었던 브레진스키. 외교관이던 아버지를 따라 캐나다로 간 브레진스키는 폴란드가 독일과 소련에 의해 분할 점령됨으로써 돌아갈 조국을 잃었다.

그러나 불사조 같은 폴란드 민족주의에 대한 그의 확신은 소련제국의 내부적 균열에 대한 전략적 통찰로 이어졌다.

폴란드 자유노조의 바웬사, 폴란드 출신이었던 요한 바오르 2세, 아프가니스탄의 무자헤딘 등이 모두 그의 지원대상이었다(카터의 안보보좌관 시절). 자신이 추진했던 냉전전략의 연장선에서 소련제국은 내파됐고, 그 결과 미국은 ‘역사상 최초의 글로벌 제국’이 되었다는 것이 브레진스키의 지론이다.”

이런 브레진스키에게 노 대통령이 “이번 김 위원장과 회담에서 무얼 이야기 하는 게 좋겠습니까”하고 물어본다면 그는 어떤 대답을 했을까?

브레진스키는 ‘두 번째 기회’에서 2008년 대선을 통해 조지 부시를 이을 새 대통령이 ‘글로벌 리더’로서 펼쳐야 할 세계관에 대해 요약하고 있다.

<<89년 베를린 장벽 붕괴, 91년 소비에트 와해, 1차 걸프전 등으로 미국은 ‘역사상 최초의 글로벌 제국’이 됐다.

글로벌 리더1세(부시1세), 2세(클린턴), 3세(부시2세)의 성적을 학점화 해보면, 부시1세는 B학점(소년 붕괴 직후 대서양동맹과 동구지역 관리를 잘했기 때문), 클린턴은 C학점(대서양동맹, 무역 및 빈곤퇴치는 잘했지만 중동정책, 대량살상무기확산 대책에서 실패했기 때문), 부시2세는 F학점(중동문제, 환경문제, 대서양동맹과의 관계악화 때문)이다.

미국의 대통령제가 임기 8년(재임 경우)에서 끝날 수 있다는 것은 우리가 ‘두 번째 기회’를 볼 수 있는 행운을 준다. 부시2세는 단순하고 독단적인 자기탐익적 세계관으로 인해 미국을 향한 적의(敵意)를 방어하지 못했다.

스스로 상처를 입고 고름에 묻혀 빠져 나오지 못했다. 특히 부시2세는 제국주의 폐해를 입은 동아시아, 중동 등 세계인민들의 미국에 대한 반미 물결을 감지하지 못했다. 그래서 북한, 이란과 같은 ‘악의 축’ 국가를 미국 단독으로라도 ‘축출’하려고 혼자 힘썼다. 이제는 미국의 체제를 바꾸고 세계문명을 보다 우아하고 고상하게 바꾸기 위한 때가 왔다.>>

브레진스키는 노 대통령의 물음에 무어라 대답할까?

노 대통령은 시간이 있다면 김명섭 교수와 해답을 연구해 보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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