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고려대학교 모의고사 인문계열 문제

아우구스티누스가 신에 대한 믿음으로 코기토(나는 생각한다)를 언급했다면 데카르트는 진리탐구의 주체로 ‘나’를 상정했다. 그러나 현대사회의 코기토는 ‘소비’로 대체되며 ‘소비의 사회’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고려대는 2007년 4월 7일 시행한 모의 논술에서 현대사회에서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소비의 문제를 ‘소비의 구조와 의미’라는 관점에서 출제하였다.

■ 지피지기(知彼知己)- 출제경향 알아보기

이번 고려대 모의논술 문제는 지난해와 달리 언어와 수리를 통합하지 않고 인문계의 경우 수리문제를 제한하고 인문과 사회영역의 통합을 시도하였다.

문제의 난이도는 높지 않은 편이지만 각 논제별로 9개 등급으로 채점기준을 세분화해 채점의 변별력을 높였고 올해도 이러한 채점 경향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항수는 통합논술의 기본 형태인 세 문항으로 출제되었으며 세 문항을 합한 총 분량은 1,800자로 기존에 비해 조금 늘어났다. 문제 유형은 고려대가 꾸준히 추구하고 있는 전체 주제찾기와 제시문들의 연관관계를 통해 현대사회의 문제점을 묻는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소비’를 묻는 문제는 서울대를 비롯해 이화여대 등 주요대학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매우 비중 있는 논제다. 현대사회에서 ‘소비’는 과연 어떤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지, 무엇을 의미하며 어떻게 구조화되는지 수험생들은 꼭 한 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또한 올해부터 인문계열에서 수리문제를 제한하고 인문과 사회영역의 통합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에 ‘소비’라는 주제는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우선 다양한 영역에서 제시문을 발췌하기가 쉽고 특히, 문학작품이나 도표의 연관성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대학에서 선호하는 편이다.

앞으로 통합논술의 취지에 걸맞게 다양한 문학작품이나 도표를 통해 사회적 이슈나 문학적 소양을 묻는 문제는 계속 출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문학작품의 깊이 있는 이해와 도표의 구체적인 분석능력을 키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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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시문 분석을 잘하면 답이 보인다.

● 나무를 볼 때 꼭 숲을 염두에 두자

이번 논제는 제시문들이 서로 공통된 주제를 가지고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

각 제시문의 공통주제 찾기는 고려대 논술의 가장 큰 특징이었다. 문제가 세분화 되었고 직접적으로 공통주제를 찾으라는 요구사항은 없지만 이번 문제에서도 공통주제 찾기는 유효하다. 공통 주제를 찾는다는 의미는 결국 무엇을 중점적으로 답안을 작성할 것인가의 중요한 로드맵이 되기 때문이다.

■ 각 제시문의 연관성을 중심으로 문제 파악하기

제시문(가)는 프랑스의 사회철학자 장 보드리야르의 <소비의 사회>에서 발췌하여 출제의도에 맞게 각색한 글이다.

이 제시문(가)는 400자 내외로 요약하라는 <문항1>과 직결되기 때문에 전체적인 필자의 주장과 근거를 꼼꼼히 파악해야 한다. 제시문(가)는 원시 사회와 현대 산업사회의 ‘사회적 논리’를 비교하며 현대사회에서 생산성을 아무리 증대해도 풍요롭지 못한 이유를 지적하고 있다.

원시사회는 사회관계의 투명성과 상호성 덕분에 부(富)가 무한정한 개념이지만 현대는 시장경제체제에 따른 경쟁과 차별로 인해 희소성과 강요된 소비만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결국 이 제시문은 현대 산업사회가 물질적으로 풍요롭다고 인식하지만 호화로운 빈곤과 결핍의 사회적 논리에 희생당하고 있음을 역설적으로 표현한다.

긴 제시문을 400자 분량으로 요약하라는 것은 반대로 말하면 100자나 200자로 짧게 요약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제시문의 핵심논거들이 서로 비중 있기 때문에 제시문의 반복되는 주장을 간략하게 줄여주는 대신 핵심 근거를 빠뜨리지 말고 재정리할 필요가 있다.

우선 전체적인 필자의 주장을 정리하면 ‘현대 산업사회는 원시사회와 달리 생산성의 증가로 물질적 풍요로움을 충족시키는 듯이 보이지만 오히려 풍요로움이 상실된 결핍과 강요된 소비의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에 사회조직과 사회관계가 근본적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논리이다.’

이렇게 전체적으로 제시문을 파악한 다음 풍요로움이 상실된 핵심 원인(희소성에 의한 사회조직의 지배원리, 시장경제와 보편적 경쟁사회, 인간과 인간의 투명과 상호성의 사회가 아닌 독점과 희소성을 제도화하는 사회) 등을 중심으로 재구성하면 된다.

제시문(나)는 독일의 사회연구가 마인하르트 미겔의 <성장의 종말>에서 발췌했으며 소비의 왜곡현상을 설명하고 있다.

즉, 공급자의 교묘한 판매 전략이 소비자의 욕구를 자극함으로써 상품의 가치나 용도가 왜곡되고 이러한 소비 왜곡현상은 산업사회에서 물질적인 풍요로움만을 강조하는 사회의 본질이 된다는 내용이다.

이 제시문의 ‘물질적 풍요의 사회’는 제시문(가)의 물질적 기호(記號)와 같은 의미이며 제시문(가)에서 말하는 인간과 인간의 관계가 현대사회에서 광고에 의해 어떻게 왜곡되고 있는지를 좀더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각 제시문을 연결시켜 파악하면 현대사회의 소비구조를 좀더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제시문(다)는 왜곡과 강요된 소비의 모습이 잘 나타나 있는 최정례 시인의 <빵집이 다섯 개 있는 동네>라는 시이다.

현대사회에서 상품의 가치나 용도를 정확히 이해하고 소비하기보다는 기업들의 강요된 소비전략과 광고에 따른 ‘지름신’을 연상케 한다. 제시문(나)의 “구매자들을 환각상태에 빠뜨리고 이성의 브레이크를 약간 느슨하게 만들고 감정의 엔진을 한껏 돌림으로써” 왜곡된 소비를 부추기는 모습과 연관 지어 시(詩 )를 이해한다면 보다 쉽게 의미파악을 할 수 있다.

따라서 <문항2>에서 (나)의 논지를 밝히고 이를 참고하여 (다)를 해설할 때 시적 자아의 소비가 주체적인 소비라기보다는 상품의 가치나 용도가 왜곡되는 이유를 접목시켜 광고 전략에 의한 강요된 소비의 사회를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제시문(라)는 4가지 항목(국민총생산, 에너지소비량, 1인당 전력소비량, 총광고비)의 연도별 변화추이를 보여주는 도표다. <문항3>은 제시문(라)의 도표를 분석하고 제시문을 참고하여 1970년 이후의 전력 소비량의 급격한 증가요인을 사회변동과 관련시켜 논술하는 문제이다. 따라서 도표를 분석할 때 제시문을 통해 알 수 있는 현대사회의 소비를 고려하는 것은 필수사항이다.

도표를 살펴보면, 1970년부터 2000년까지 매 10년마다 국민총생산은 14.0배, 4.8배, 3.0배씩 증가하였지만 에너지 소비량은 2.2배, 2.1배, 2,0배씩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경제성장률은 둔화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에너지 소비량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이다.

또한 개인 전력소비량은 30년 동안 21.0배나 증가했고 에너지 증가율보다 높음을 통해 개인의 에너지 소비가 급격히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총광고비도 1970년도에 비해 2000년도에 무려460.8배나 크게 증가했다.

여기서 관건은 이러한 도표가 의미하는 수치를 각 제시문과 관련 지어 설명할 수 있는가 이다.

제시문(가)에서는 국민총생산이 늘고 외형적으로 풍요로운 사회라고 단정 지을 수 있지만 강요된 소비와 희소성의 산업경제체제에서 현대인들은 더 큰 욕망과 결핍에 목말라한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제시문(나)와 (다)에 나와 있는 소비의 왜곡현상과 점점 교묘해지고 있는 광고를 통한 판매 전략을 근거로 전력소비량의 증가를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현대인들에게 있어 전력소비를 유발하는 가전제품들은 끊임없는 유혹의 손길을 뻗치고 있으며 이러한 소비는 인간의 필요에 의한 소비라기보다는 생산 메커니즘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음을 사회적 변동과 연관 지어 설명해야 한다.

**제시문 원문: 고려대 사이트(oku.korea.ac.kr?입시자료?기출문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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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 유레카논술아카데미 성북캠퍼스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