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관계(關係)의 의미다면 사고 요구하는 구체적인 문제… 양비·양시론적 접근법은 감점 대상

■ 知彼知己- 출제 경향 알아보기

이번 2008년 연세대 1차 모의고사는 연세대가 표방하는 ‘다면사고형 논술’을 이해하는 데에 중요한 도움을 주고 있다.

형식적인 면에서도 1,800자 분량의 1문항 논술 형태에서 문항이 3문항으로 세분화되었고 답안 분량도 3,000자 내외로 크게 늘어났다. 또한 내용면에서는 과거 논제가 ‘이미지, 웃음, 욕망’ 등 추상적인 개념이었다면 이번 모의고사는 사회적 관계의 의미와 한국사회의 특징과 변화를 해석하는 보다 구체적인 문제가 출제되었다.

따라서 제시문에 대한 정확한 이해 분석력과 다양하고 창의적인 관점에서 사회적 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더불어 제시문들이 창의적이고 확산된 사고를 끌어낼 수 있도록 구체적이고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 제시문 분석

제시문들은 ‘개인들 사이의 협력과 이를 통한 사회의 구성이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라는 포괄적인 주제를 다양한 관점에서 제시하고 있다.

제시문(가)는 데이비드 흄의 ‘인성론(人性論)’ 중 제3권 <도덕편>에서 발췌하였으며 근대 과학의 방법론을 바탕으로 인간과 사회적 관계를 고찰하고 있다. 인간은 서로에 대한 신뢰와 호의를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서로의 관계설정에 있어서 협력을 통한 최선의 방법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위한 차선의 선택을 한다는 내용이다. ‘수인의 딜레마’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다.

제시문(나)는 문화인류학자인 베스터가 출간한 ‘도쿄의 이웃’의 일부분이다. 미나모토죠의 사람들의 깊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 공동체적 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2년 동안의 참여관찰을 통해서 도쿄가 20년간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루어 왔지만 근본적인 삶의 방식은 크게 변하지 않았음을 밝히고 있다.

제시문(다)는 시몬드 드 보부아르의 ‘계약결혼’에서 발췌했다. 실존주의의 거장 샤르트르와 페미니즘의 원조 보부아르의 계약결혼이 어떤 조건 하에 성사되고 있는지 보여준다. 서로의 믿음이 전제된 상황 하에서 결혼이 속박과 습관의 굴레가 되지 않기 위한 서로의 약속이 묘사되고 있다.

제시문(라)에는 두 개의 도표가 제시돼 있다. 도표 A는 각국의 인구 대비 법조 인구 및 변호사 1인당 인구(2005년)로서 한국과 일본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구 당 변호사 수가 낮음을 알 수 있다. 도표 B는 1994년부터 2001년까지 법률상담건수, 개업 변호사, 인구10만 명당 변호사의 증가 추이를 보여준다.

■ 논제에 따른 논의 전개

<문제1> 제시문(가)에서 제기되고 있는 문제는 무엇이며, 이 문제에 대해 제시문(나)와 제시문(다)는 각각 어떠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는지 비교하시오. (배점 30점)

이 문제는 각 제시문의 논지를 정확히 파악하여 비교하는 독해능력 평가문제이다. 이런 유형의 문제는 연세대 뿐만 아니라 통합논술의 가장 기본이 되는 문제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평소 제시문의 핵심논지를 요약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제시문(가)는 개인의 이기적 본능으로 인하여 서로 협력하는 사회적 관계를 만들지 못하는 근본적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핵심논지를 정확히 기술한 다음 상호 호혜적이고 협력적인 관계를 제시문(나)와 제시문(다)는 어떻게 형성하는지 차이점과 공통점을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

제시문(나)에서는 사회를 구성하는 개인들 사이의 관계가 정신적, 감정적 공감대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과거 우리사회의 향약이나 두레처럼 서로 신뢰를 바탕으로 한 공동체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제시문(다)에서도 개인 사이의 관계가 믿음을 전제로 형성되고 있다. 그러나 제시문(다)에서는 연인사이에서도 감정적 결속이나 관계를 맺기보다는 공식적인 계약의 성질을 띠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렇게 두 제시문은 정을 중심으로 한 관계가 소수의 개인에 한정되지 않고 공동체로 확산되거나 연인관계에서도 공식적인 계약이 성립되는 모습을 제시함으로써 일반적인 통념을 깨고 창의적 발상의 여지를 남겨준다. 따라서 제시문(나)와 (다)의 관계를 감정을 기반으로 한 공동체적 관계와 계약적 관계, 또는 묵시적 계약과 명시적 계약의 관계 등 명확하게 개념정리를 해서 답안을 작성해야 한다.

<문제2> 서로 다른 방식의 인간관계를 제시한 제시문(나), 제시문(다) 가운데 본인은 어떤 방식이 보다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지 ,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인지 밝히시오. (배점 35점)

이 문제는 양비양시론, 또는 적당한 절충론의 답안을 작성해서는 감점 대상이 된다. 두 가지 방식 중에서 본인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방식을 제시해야 하기 때문에 사회적 통념이나 상식선에서 대답하는 것은 금물이다. 따라서 자신의 주장에 대해 정합적이고 설득력 있는 근거를 제시해야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우선 답안을 작성할 때 두 가지 방식 중에서 어떤 방식이 바람직한지 분명하게 밝혀두는 것이 중요하다. 정을 기초로 한 공동체적 관계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면 계약적 관계가 갖는 문제점과 한계를 지적한 다음 일관성 있는 자신의 논리를 펼쳐야 한다.

몇 가지 사항을 예로 든다면 계약관계는 합리적인 조항과 약속을 전제로 불이행시 감수해야 할 사항에 대해 서로 명시적인 동의의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책임이 중시되는 관계이다.

그러나 이러한 관계는 유연하기보다는 새로운 문제에 직면했을 때 끊임없이 새로운 조항을 설정해야 하기 때문에 서로에게 합의된 조항만을 강조하여 근본적인 인간의 신뢰관계를 해체할 수 있는 위험성의 소지를 지적할 수 있다.

따라서 긴 시간의 축척이 필요하지만 정을 기초로 한 공동체적 관계가 인위적인 계약의 방식보다 인간의 삶에 있어 더욱 적합하다는 논리를 펼칠 수 있을 것이다.

반대 입장을 전개한다면 정을 기초로 한 공동체 관계는 일정한 공간에서 서로 오랜 시간의 축적이 필요한데 현대사회에서는 잦은 이동으로 인해 현실적으로 그러한 관계설정이 쉽지 않다는 것을 말할 수 있다.

또한 정을 기초로 한 관계는 서로의 균형 잡힌 협력이라기보다는 일방적인 희생자를 양산할 수 있으며 불확실성의 시대에 지속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하기 힘든 여러 가지 현대 사회의 특징(세계화, 다원화, 효율성, 신속성, 익명성 등)을 들어 설명할 수 있다.

<문제3> 제시문(나), 제시문(다)를 참조하여 제시문(라)의 두 표에 나타난 한국사회의 특징과 변화를 해석하시오. (배점35점)

이 문제는 시간과 공간의 개념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선 도표 A에서는 유럽국가나 미국에 비해 아시아(한국, 일본)에서는 상대적으로 변호사 인구가 적음으로써 법적 의존도가 낮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도표 B의 시간적 추이상황은 이제 명시적이고 공식적인 계약관계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현대사회의 모습이다.

IMF로 인한 경기침체와 대기업의 잇따른 부도 등 사회 전반적으로 미래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이 겹치면서 공식화되고 법적 효력이 이행되는 계약관계가 중요시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방식이 현실적으로 개인의 이익을 확실히 보장해준다는 믿음이 사회적으로 보편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제시문(나)와 (다)의 개념을 활용하여 한국사회에서 계약관계가 증가하고 있는 이유를 구체적인 수치를 통해 명확히 밝혀줄 필요가 있다. 유의사항으로는 정을 기초로 한 공동체적 관계와 계약적 관계에 대해 이익을 추구하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에서 논의를 전개해야지 이익추구의 유무에 초점을 맞춰서는 감점요인이 된다.

● TIP. 수인의 딜레마

공범 A와 B가 경찰에 붙잡혀 각각 격리된 상황에서 심문을 받는데, 두 사람 모두 두 가지의 전략밖에 없다. 고백하거나 아니면 함구하여 고백하지 않거나 하는 것이다.

두 사람 모두 고백하면 각각 10년형을 받게 되고, 만약 A는 고백하고 B는 함구하는 경우 A는 특전을 받아 무죄로 풀려나고 B는 30년형을 받게 되며, 반대로 B가 고백하고 A가 함구하면 B는 무죄, A는 30년형을 받는다. 또 A와 B가 모두 끝까지 함구하면 3일씩 구류를 살고 무죄로 풀려난다고 할 때, A와 B가 각각 자기 개인의 형량만을 생각하면 다 고백하고 10년형을 받는 결과가 된다.

왜냐하면 A는 B가 고백할지 함구할지 모르기 때문에 두 가지 경우를 다 생각해야 한다. B가 고백을 한다면 A는 자기도 고백하면 10년이고, 고백하지 않으면 30년형을 받게 되니 고백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또 B가 함구를 한다면 A는 자기가 고백하면 당장 무죄로 풀리나, 함구하면 3일은 고생하여야 한다. 따라서 A가 자기 이득만 생각한다면 B가 함구를 하더라도 고백하여야 한다는 결론이다.

B도 같은 이유로 자기 이득만을 위하여서는 A가 고백하든 함구하든 고백하여야 한다는 결론이다. 결국 A와 B가 자기 이익만을 위하여 의사결정을 한다면 다 같이 고백하게 되어 각기 10년형을 받게 된다.

그러나 A와 B 모두를 위해서는 같이 함구하여 3일씩 구류를 받고 무죄로 나오는 더 좋은 전략이 있으니, 이를 수인의 딜레마라고 한다. 즉, 각 개인이 자기의 이익만을 생각하여 의사결정을 할 때, 사회전체에 손실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 이에 의하여 설명되고 있다.

***2008연세대 모의고사문제는 연세대 입학처(admission.yonsei.ac.kr)>입학도우미>입시자료실 참조

<저작권자 ⓒ 한국아이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윤(유레카논술아카데미 성북캠퍼스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