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당 중앙기율검사위 서기에 태자당 출신의 범상하이방인 허궈창 정치국 상무위원이 선출됐다. 상하이방이 당 간부의 생사여탈권

쥔 최고 사정권을 장악한 것은 후 주석의 반부패 드라이브에 더는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2) 일본 삿포로(札幌) 대학병원의 정형외과 주임교수는 (중략) 수술 중에 부하 의료진들에게 계속 잔소리를 하는 버릇이 있었다. (중략) 잔소리를 듣는 학생(부하 의료진)은 이를 결코 가볍게만 받아들일 수 없었다. 자신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교수가 급박한 수술 현장에서 끊임없이 지적을 하면 주눅이 들 수밖에.

위 (1), (2)의 ‘생사여탈권’을 제대로 쓰인 것일까? 아니다. “살리고 죽일 수 있는 권리와 주고 빼앗을 수 있는 권리”를 뜻하는 말은 ‘생사여탈권’이 아니라 ‘생살여탈권(生殺與奪權)’이다. “살리고 죽임”이 ‘생사(生死)’가 아닌 ‘생살(生殺)’이기 때문이다. “전쟁터의 지휘관은 부하들의 생살여탈권을 쥐게 된다.”처럼 쓴다.

‘생사’는 “삶과 죽음을 아울러 이르는 말”로 ‘죽살이’라고도 한다. “생사를 같이한 친구”, “생사가 걸린 문제”, “생사가 불명하다”, “가족들의 생사를 확인한다”처럼 쓰인다.

(3) 갑자기 내 손에 권총이 들어온다면? 권총은 소지자에게 타인의 생살여탈권

위 (3)은 제대로 쓰였다.

다음을 보자.

(4) 한나라당은 또 전남 해남, 진도에서 8.2%라는 유래 없는 지지를 보내 주신 호남 유권자들에게도

감사드린다며, 국민 통합과 동서 화합에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5) 전 세계 인구의 40%를 차지하는 중국과 인도가 매년 두 자릿수 가까운 고속 성장으로 우리를 바짝 추격하고 있고, 우리의 저출산·고령화는 세계에 유래가 없을

‘유래(由來)’는 “사물이나 일이 생겨남. 또는 그 사물이나 일이 생겨난 바”로, “한식(寒食)의 유래, 한가위의 유래”처럼 쓰인다. ‘유례(類例)’는 “같거나 비슷한 예. 또는 전례(前例)”로, “유례가 없는 이변, 유례 없는 진풍경”처럼 쓰인다. 이에 비추어 보면 (4), (5)는 적절하지 않다.

(6) 28명의 의사와 100명의 보조 인력이 동원된 국제적인 수술팀이 동원된 이번 수술은 세계 의학사상 유례가 없는 성인 샴쌍둥이 분리 수술입니다.

(7) 빈자떡이 빈대떡이 된 유래에는 두 가지 설이 있다고 한다. <명물기략>은

중국 떡을 지칭하는 알 병(餠)의 알자가 빈대를 가리키는 갈(蝎)자로 잘못 알려져 빈대떡이 되었다고 밝힌다. 또 하나는 옛날 정동에 빈대가 많아 ‘빈대골’로 불렸는데 그곳에 빈자떡 장수가 많아서 빈대떡이 되었다고도 한다.

(6)과 (7)은 상황에 알맞게 잘 쓰였다. 제대로 된 말과 비슷하여 음이나 뜻을 혼동한 까닭에 잘못 말하는 경우가 적잖다. 언뜻 들으면 그럴듯하지만 실은 거리가 있는 말을 하면 듣는 이를 매우 거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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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진 국어생활연구원 원장 gimhuijin@hanafo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