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유세 시작 첫날 범여권 후보들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선 연합 단일화, 후 통합’, 이를 확대한 작가 황석영의 ‘연합정부를 통한 단일화’ 제안에 대한 코멘트가 없었다. 선거 막바지인 12월 12일께 재론될는지 모른다.

주요 신문의 사설은 11월 22, 23일 “DJ는 무엇이 겁나서 이렇게 안달인가”(중앙), “훈수, 참견이 지나친 두 전직 대통령”(한국일보), “김대중 전 대통령 ‘정권 교체되면 전쟁 날 수 있다’”(조선), “DJ의 얄팍한 전쟁 협박”(동아)이라는 제목으로 DJ의 발언을 비평했다.

DJ는 22일 서울 여의도 렉싱톤호텔에서 열린 ‘2007 창작인 포럼’에서 특강을 했다. DJ는 이날 손을 세워 특유의 ‘칼 도마’ 제스처를 쓰며 강하게 말했다. 이를 요약한다.

<<여론 조사를 보면 진보나 중도적 입장을 지지하는 이들이 7~8활이어서 우리 기반은 아직도 살아 있다. 그런데 우리 자체가 위축되고 패배의식에 사로잡혀 기력을 못 내고 있는데 어떻게 대선 승리가 있을 수 있겠느냐.

우리가 소신을 가지고 힘을 합쳐 나간다면 두려울 것이 없다. (이번 대선은) 6자회담 성공시대, 북미국교 정상화 시대, 동북아 평화시대, 남북 교류협력이 크게 발전하는 시대에 합치하는 정권이 나오느냐, ‘잃어버린 10년’이라면서 ‘옛날의 50년’으로 돌아가는 정권이 나오느냐의 갈림길이다. (보수세력이 집권하면) 심지어 전쟁의 길로 끌고 갈 수 있다.

전직 대통령으로 조용히 있으면 존경 받고 대우 받는 것을 알면서도 제가 말하는 것은 우리가 세계의 방향을 거부하는 길로 나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이고 야당투쟁 시절 저를 지켜주고 대통령까지 시켜준 국민에 대한 보답이기 때문이다.>>

이 특강에 앞서 DJ는 통합신당과 민주당의 후보단일화가 협상불능 상태에 빠진 11월 13일 오마이 뉴스와 인터뷰에서 말했다.

“정당 대 정당으로 단일화되면 그것도 좋지만 지금은 시간이 너무 늦었고 또 정당 단일화하면 당연히 국회의원 내다보는 지분 얘기도 나오고 하면 어려워지니까 지금은 대통령 하나에만 집중해야 한다.

정당 단일화가 조금이라도 어려우면 문국현씨까지 포함해서 모두 다 연합으로 해서 대통령 당선시키고, 설사 안 되더라도 최선의 투쟁을 해서 국민적 인정을 받으면 나중에 총선 끝내고 통합해도 되는 것이다.”

DJ의 “모두다 연합해서 대통령 당선시키고” 와 관련해 2007 창작인 포럼의 사회를 맡은 황석영<1943년생, 2004년 4월 영국으로 출국, 지난달 29일 귀국. 7월에 나온 장편소설 ‘바리데기’ 소설부문 베스트셀러>은 오마이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를 요약한다.

<<어제 김대통령을 만나 오늘의 행사 취지를 설명하고 초대 요청을 드렸다. 개인적으로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통령 재임 기간에도 만난 적이 없다. 1시간 정도 시국 얘기를 나눴다.

단일후보로 합치면 승산이 있다는 말씀을 하셨다. … 내가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나선 이유는 각 정당이 이른바 후보 단일화를 위해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는데 지식인들이나 재야도 자기 페이스를 못 찾고 있기 때문이다.

각기 조금씩 다른 견해차로 시간이 없지만 다시 헤쳐모여 연정(엽합정부)을 전제로 한 선거연합을 하라는 것이다. 그런 논의들이 충분히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

내가 촉구하는 것은 후보 단일화가 아니고 연정을 전제로 한 연합이다. 후보 연합이다. 연합해 한 명의 후보로 대선을 치르자는 것이다. … 우리 정치문화에서 연정을 위한 선거연합은 생소하다.

각 정당이 정책과 지지층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자칫하면 과거처럼 흡수하고 담합하는 결론이 되기 쉽다. 서구의 선진정치를 보면 보수, 진보 양당 체제로 해서 서로 정책대결 하면서 국민의 선택을 통해 엎치락뒤치락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를테면 진보의 경우도 여러 층위가 있지 않나.

독일이나 프랑스도 연정을 자주 하는데 중도에서 좌파 정당까지 연정을 시도해왔다. 우리도 그런 정치적 실험을 해가면서 민주주의를 완성해 가자는 것이다.… 민주화 이후 IMF로 삶이 힘들어졌다. 노무현 정권의 개혁 프로젝트가 미진했다. 특히 사람에 소홀했다.

그게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모든 사람들이 천대 받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모든 가치가 몰가치하게 되었다. 민주화? 평화? 통일? 웃기지 마라, 시시하다 그렇게 되었다. 사람을 대접하고 인문적 가치를 세우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황석영 작가는 “‘사람만이 희망이다’고 한 문국현 후보를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답했다. “나는 세 사람(정동영, 문국현, 권영길)을 모두 지지한다. 부모식으로 표현하면 손가락 깨물면 다 아픈 손가락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 백낙청 교수, 작가 황석영은 세 후보를 함께 만나 설득시켜야 주장의 결실을 얻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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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배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