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어 3~4, 사회 3~5, 영어 독해 2~3 문제
“이거 완전 내신이었음. (ID:elquiness)” "교과서 10번씩만 읽으면 웬만한 사회 문제 다 맞지 않았을까. (ID:jean0177)" "저도 진짜 허무했음. 교과서 한번도 안 읽고 그냥 갔어요. ㅠㅠ. (ID:lsjin013)"
서울 지역 외고 수험생들이 한 특목고 정보 사이트(www.studymania.com)에 시험을 마친 후 남긴 촌평이다.
올해부터 특별전형까지 공동출제로 전환한 서울권 외고의 구술 면접은 총 10문제. 국어 3~4, 사회 3~5, 영어 독해 2~3문제로 구성되었다.
수험생들의 문제 복기를 통해 정리해 보면, 공통적으로 출제된 국어 문제는 <우리꽃 산책> 중 쑥부쟁이(중1 교과서)와 <슬견설>(이규보 <동국이상국집> 중, 중2 교과서)의 지문을 인용했다.
글의 구성 형식과 논리 전개 방식(귀납이냐 연역이냐)을 묻는 문제였다. ‘귀챦다(귀찮다)’ ‘설레이다’(설레다) ‘틀리다’(다르다) 등 맞춤법 오용 고르기도 나왔다. 2007학년도 한 외고 입시에 출제되었던 ‘훈민정음 창제 당시의 모음 순서’와 비교해 보면 난이도 차이를 한눈에 알 수 있다.
사회는 경제 국사 법 지리 상식 등 골고루 출제되었다. 경제는 수요공급곡선에서 균형가격 및 초과 수요와 기회 비용의 개념을 정확히 알고 있는지 물었다. ‘스태그플레이션’(2006학년도)과 천지 차이다.
국사는 ‘역사적 사건의 시대 순 나열하기(망이망소이의 난-홍길동전-박씨전-삼정의 문란:환곡)’와 국내 불상이 전래되어 온 과정의 문항 등 중3 과정(9-가)을 착실히 공부한 학생들에게는 낯설지 않은 문제였다.
수험생들은 히틀러와 박정희의 독재를 다룬 위헌 문제, 도시의 침입 & 천이 현상 등을 심화 학습이 필요한 까다로운 문제로 꼽았다. 날씨와 관련된 ‘머피의 법칙’도 여러 학교에서 출제해 눈길을 끌었다.
영어 독해는 저작권 관련 지문과 XEROX 여성 CEO의 글(The best advice I ever got) 등 비교적 평이한 문장이 제시되었다.
■ 학원 안다녀도 갈 수 있다
그동안 외고는 그동안 ‘사교육 시장 확대 주범’이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영어 수준뿐 아니라 수리 국어 사회 상식 등 선행이나 별도 학습을 하지 않으면 접근 못할 구술 면접 문제를 통해 특목고 전문 학원을 키워 준 측면이 있었다.
서울 소재 외고는 2008학년도부터 내신 선발 인원을 늘렸고 내신실질 반영률을 30%로 확대한 데 이어 출제 수준을 중학교 교과 범위 내로 낮추었다. 이제 특목고 전문 학원의 도움없이도 외고에 진학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은 셈이다.
김포 외고 시험문제 유출 사건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는 경기도 교육청도 최근 2009학년도부터 외고 입시 내신실질 반영률을 30%대로 올린다는 대책을 발표했다.
중학교 정문에서 사라진 ‘축 특목고 합격’이라는 현수막이 다시 붙을 수 있는 날이 멀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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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덕기 교육칼럼리스트 beaba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