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학년도 서울 소재 6개 외고 특별전형의 구술면접 문제는 대부분 중학교 교육과정 범위 내에서 출제됐다. 창의 사고력을 포함한 수리 문제는 배제되었고 국어와 사회는 중학교 교과서에서 지문을 발췌했다. 지난해 고교 수준의 국어나 사회 그리고 사설학원에 의존치 않을 수 없게 만들었던 창의 사고력 문제는 사라졌다. ‘학교 공부를 충실히 하면 풀 수 있는 문제를 출제하겠다’던 약속이 지켜진 것이다. 영어 듣기는 전체적으로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평이다.

■ 국어 3~4, 사회 3~5, 영어 독해 2~3 문제

“이거 완전 내신이었음. (ID:elquiness)” "교과서 10번씩만 읽으면 웬만한 사회 문제 다 맞지 않았을까. (ID:jean0177)" "저도 진짜 허무했음. 교과서 한번도 안 읽고 그냥 갔어요. ㅠㅠ. (ID:lsjin013)"

서울 지역 외고 수험생들이 한 특목고 정보 사이트(www.studymania.com)에 시험을 마친 후 남긴 촌평이다.

올해부터 특별전형까지 공동출제로 전환한 서울권 외고의 구술 면접은 총 10문제. 국어 3~4, 사회 3~5, 영어 독해 2~3문제로 구성되었다.

수험생들의 문제 복기를 통해 정리해 보면, 공통적으로 출제된 국어 문제는 <우리꽃 산책> 중 쑥부쟁이(중1 교과서)와 <슬견설>(이규보 <동국이상국집> 중, 중2 교과서)의 지문을 인용했다.

글의 구성 형식과 논리 전개 방식(귀납이냐 연역이냐)을 묻는 문제였다. ‘귀챦다(귀찮다)’ ‘설레이다’(설레다) ‘틀리다’(다르다) 등 맞춤법 오용 고르기도 나왔다. 2007학년도 한 외고 입시에 출제되었던 ‘훈민정음 창제 당시의 모음 순서’와 비교해 보면 난이도 차이를 한눈에 알 수 있다.

사회는 경제 국사 법 지리 상식 등 골고루 출제되었다. 경제는 수요공급곡선에서 균형가격 및 초과 수요와 기회 비용의 개념을 정확히 알고 있는지 물었다. ‘스태그플레이션’(2006학년도)과 천지 차이다.

국사는 ‘역사적 사건의 시대 순 나열하기(망이망소이의 난-홍길동전-박씨전-삼정의 문란:환곡)’와 국내 불상이 전래되어 온 과정의 문항 등 중3 과정(9-가)을 착실히 공부한 학생들에게는 낯설지 않은 문제였다.

수험생들은 히틀러와 박정희의 독재를 다룬 위헌 문제, 도시의 침입 & 천이 현상 등을 심화 학습이 필요한 까다로운 문제로 꼽았다. 날씨와 관련된 ‘머피의 법칙’도 여러 학교에서 출제해 눈길을 끌었다.

영어 독해는 저작권 관련 지문과 XEROX 여성 CEO의 글(The best advice I ever got) 등 비교적 평이한 문장이 제시되었다.

■ 학원 안다녀도 갈 수 있다

그동안 외고는 그동안 ‘사교육 시장 확대 주범’이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영어 수준뿐 아니라 수리 국어 사회 상식 등 선행이나 별도 학습을 하지 않으면 접근 못할 구술 면접 문제를 통해 특목고 전문 학원을 키워 준 측면이 있었다.

서울 소재 외고는 2008학년도부터 내신 선발 인원을 늘렸고 내신실질 반영률을 30%로 확대한 데 이어 출제 수준을 중학교 교과 범위 내로 낮추었다. 이제 특목고 전문 학원의 도움없이도 외고에 진학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은 셈이다.

김포 외고 시험문제 유출 사건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는 경기도 교육청도 최근 2009학년도부터 외고 입시 내신실질 반영률을 30%대로 올린다는 대책을 발표했다.

중학교 정문에서 사라진 ‘축 특목고 합격’이라는 현수막이 다시 붙을 수 있는 날이 멀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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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덕기 교육칼럼리스트 beaba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