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말한다.

그때 참았더라면

그때 잘했더라면

그때 알았더라면

그때 조심했더라면

훗날엔 지금이 바로

그때가 되는데… .

지금은 아무렇게나 보내면서

자꾸 그때만을 찾는다.

이주경 님의 ‘온 가족이 읽는 짧은 동화 긴 생각 중’에서 옮긴 명구다. ‘-더라면’은 과거의 사실을 실제와 다르게 가정해 보는 뜻을 나타내는 말이다. ‘-더라면’은 소설 속에서도 적잖이 나온다.

○골짜기에 파묻혀 있는 것을 구해 주지 않았더라면 영락없이 무당이 되었을 것≪문순태, 피아골≫

○오늘 공격에 실패한 것은 나쁘지 않다. 만일 성공했더라면 만심이 생길 뻔했다.≪이병주, 지리산≫

위 예들은 현실이 그나마 다행스럽다는 뜻으로 쓰였다. 그러나 다음 예들은 그게 아니다. 아쉬움으로 가득 차 있다.

○마누라의 부지런함과 자신의 뚝심을 합쳤더라면 아무리 소작이지만 배 곯며 살지는 않았을 것이다.≪조정래, 태백산맥≫

○그러기에 진작 오셨더라면 상치되는 일도 없고 좋았단 말씀이에요.≪홍명희, 임꺽정≫

○김백선이가 살았더라면 천석지기는 됐을 텐데 여러 가지로 아깝게 됐다.≪박경리, 토지≫

○아내가 벌이도 시원찮은 옷가게를 진작 걷어치웠더라면 삼촌이 올라오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현기영, 순이 삼촌≫

○일이 이렇게 낭패될 줄 미리 낌새라도 채었더라면….≪이문구, 오자룡≫

○이렇게 남을 청상과부로 만들어 놓고, 일찍 가 버릴 사람인 줄 알았더라면 애초에 정을 주지 않는 것인데….≪하근찬, 야호≫

○아이를 빨리 낳았더라면 네 부부가 파경을 당하진 않았을 거야.≪김승옥, 서울의 달빛≫

이전의 잘못을 깨치고 뉘우침이 ‘후회(後悔)’요, 막심한 후회가 ‘대한(大恨)’이다. “일찍이 이와 같은 일을 알았더라면”의 뜻으로, 뒤늦게 후회함이 ‘조지약차(早知若此)’요, 시기에 늦어 기회를 놓쳤음을 안타까워하는 탄식이 ‘만시지탄(晩時之嘆)’이며, 이미 잘못된 뒤에 아무리 후회하여도 다시 어찌할 수가 없음이 ‘후회막급(後悔莫及)’이다. 

후회를 뜻하는 말에는 동물도 등장한다. 사람에게 잡힌 사향노루가 배꼽의 향내 때문에 잡혔다고 제 배꼽을 물어뜯으며 이미 저지른 잘못을 후회하여도 소용이 없음을 이르는 말이 ‘서제막급(噬臍莫及)’이요, 험한 낭떠러지에 이르러 말을 멈춘다는 뜻으로, 정욕을 마음껏 즐기다가 위험에 처하게 되어 갑자기 깨우쳐 후회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 ‘현애늑마(懸崖勒馬)’다.

2007년 끝자락에 선 우리는 어떤 ‘그때 ~ -더라면’을 읊으며 후회하고 있을까. 순간순간 되풀이되는 ‘그때 ~ -더라면’… . 아마 죽는 순간까지 ‘그때 ~ -더라면’을 맘속으로 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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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진 국어생활연구원 원장 gimhuijin@hanafo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