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知彼知己- 출제 경향 알아보기

2007년 성균관대 정시 기출문제는 빈곤국가에 대한 국제적 원조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해서 묻고 있다.

오늘날 물질적 풍요의 세계를 살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빈곤과 기아에 허덕이는 국가들은 존재하고 있다. 현재 수많은 사람들이 저소득, 영양결핍, 문맹, 보건 위생 결여 등으로 말미암아 최소한의 환경과 요건도 갖추지 못한 채 인간 이하의 삶을 살고 있다.

따라서 절대빈곤의 문제는 부유국을 포함해서 세계 모든 나라들의 모든 국민들이 공동으로 대처하고 합심해서 치유해야만 하고 또 그렇게 할 수가 있는 사안으로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 보면 그러한 책임과 의무가 과연 어느 정도 근본적인 해결책이며 얼마나 유용한 것인지를 놓고 회의적 의견 또한 제시될 수가 있다. 특별히, 절대빈곤에 대처하기 위한 국제원조와 관련해서, 그 필요성을 주장하는 입장과 부인하는 입장을 대비시켜볼 수 있는데, 이들 두 입장은 각기 상이한 윤리·도덕적 그리고 실효적 논거를 보유한다.

◇ 제시문 분석

제시문(가)

제시문(가)는 가난과 가아라는 인간의 고통은 연민을 느끼게 하고 도덕적 행위의 동기가 된다고 말한다. 특히 자신의 능력과 상관없이 운명적인 가난을 갖고 태어난 어린이에 있어서 근본적인 연민과 도덕적 의무감으로 도와야 함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이 글의 핵심논지는 어린이를 강조함으로써 연민과 도덕적 의무감으로 원조해야 한다는 당위성에 있다. 어린이를 강조한 것은 논란의 여지를 막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생각된다.

제시문(나)

제시문(가)가 인간의 본성인 연민을 강조하여 기아와 가난에 처한 어린이들을 도덕적 의무감으로 도와야 한다는 입장이라면 제시문(나)는 개인의 소극적 권리를 전제로 하고 있다. 인간은 자신의 권리를 침해받지 않을 권리가 있기 때문에 사유재산을 침해하거나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가난한 국가나 계층을 돕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이는 개인의 자율적인 판단과 선택의 문제이지 도덕적 의무를 강조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내용이다.

제시문(다)

제시문(다)는 원조에 대한 두 가지의 내용으로 구분할 수 있다. 우선 부유한 나라는 가난한 나라의 빈곤을 딛고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원인과 결과의 책임으로 당연히 원조해야 마땅하다는 주장이다.

또 다른 주장은 국제관계의 역학을 고려한다면 투자에 개념으로 빈곤국가를 도와야 하고 이러한 행위는 결국 빈곤국의 사회경제적 발전뿐만 아니라 자국의 이익이 된다는 입장이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첫 번째 주장은 원인과 결과의 책임으로 당연히 부유국이 원조해야 함을 논외로 설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 제시문에서 논지, 즉 필자가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실용적 측면에서 바라본 원조의 긍정적 측면”이다.

제시문(라)

제시문(라)도 제시문(다)처럼 원조의 실효성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다만 제시문(라)는 경제적 원조가 아프리카의 기아와 빈곤을 일시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궁극적으로 인구폭발로 인해 더 많은 사람들이 기아에 직면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자생력을 길러주고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에 도움을 줘야하지만 이 또한 엄청난 비용이 들기 때문에 경제적 원조를 회의적으로 바라본다.

제시문(마)

제시문(마)는 개인에게 아무리 중요한 일이 있더라도 생명의 가치와는 비교할 수 없음을 강조한다. 즉 원조를 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있음에도 외면한다는 것은 연못에 빠진 아이를 보고 지나친 것과 진배없다는 주장이다.

제시문(바)

제시문(바)도 제시문(마)와 같이 가상적 예시상황을 통해 원조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제시문(바)가 생명의 가치를 우선시 여겨 원조가 당연히 정의롭다고 주장한 반면 제시문(바)는 구명정의 예를 들어 원조를 할 경우 모두가 공멸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즉 똑같이 생명의 가치를 우선시 여기고 있지만 구명정의 상황에서 보편적 정의에 따라 행동했을 때의 위험성을 지적하고 있다.

■ 논제에 따른 논의 전개

[문제 1] 아래 6개 제시문들은 빈곤국가를 돕는 일에 관한 두 가지 상반된 입장을 나타낸다. 이 두 가지 입장의 핵심 논지를 대비시켜 요약하시오. (800± 50자)

이 논제는 빈곤국가에 대한 원조를 찬성하는 입장과 반대하는 상반된 입장으로 단순히 구분해서 답안을 작성해서는 안 된다. 우선 찬성과 반대의 입장의 핵심 논지를 정확히 파악하여 핵심 논지를 대비시켜 요약해야 한다. 따라서 핵심 논지가 서로 명확히 대비되는가가 문제의 핵심이다.

대비란 사전적 용어로 ‘서로의 차이점을 밝히기 위해 비교함’을 뜻한다. 따라서 찬성과 반대의 제시문을 여섯 개나 제시한 것은 다름 아닌 핵심논지의 차이점을 밝히기 위한 기준이 중요하다. 즉 제시문의 주장은 찬성과 반대로 양분되기 때문에 주장보다는 어떠한 기준과 근거에 의해 주장을 펼치는지 정확한 제시문 독해가 가장 중요하다.

제시문(가)와 제시문(나)는 서로 동일하게 도덕적 의무를 강조하고 있지만 빈곤국에 대한 원조의 입장이 확연히 다름을 알 수 있다.

핵심논지를 대비시켜 요약하라는 논제의 요구사항에 따라 (가)는 가난과 기아는 운명적인 불행에서 기인했기 때문에 도덕적 의무감으로 원조를 해야 하며 특히 어린이는 가난을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대물림 받아야 한다는 사실은 도덕적 의무감에 의한 원조를 더욱 강조하고 있다.

반면 (나)는 원조에 있어서 도덕적 의무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타인에게 자비를 베푸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그렇다고 도덕적 의무를 부여해 강요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즉 개인의 생명에 대한 가치와 사유재산을 동일한 가치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국가가 원조를 강요해서는 안 되며 전적으로 개인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제시문(다)와 제시문(라)는 공통적으로 원조의 실효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 제시문(다)는 국제관계의 역학을 고려해서 장기적인 안목으로 원조를 한다면 서로에게 이익이 된다는 입장이다.

반면 제시문(라)는 사회구조적으로 부패가 만연하고 교육수준이 낮아 경제적 지원의 실효성이 없음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제시문(라)와 제시문(바)는 공통적으로 가상의 예시상황을 들어 정의적 차원의 원조를 언급하고 있다.

제시문(라)에서는 개인이 피해를 보더라도 연못에 빠진 아이는 당연히 구해야 하는 상황을 제시하고 있다. 즉 생명의 가치보다 개인의 이익이 우선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선진국이 사치품을 사는 일에 쓰이는 비용은 생명의 가치 앞에서는 하찮은 일이며 당연히 빈곤국가의 원조에 쓰여야 가치 있고 정의롭다는 입장이다.

제시문(바)도 생명의 가치를 중요시 여긴다. 그러나 생명의 소중한 가치를 보편적으로 보고 구명정에 더 많은 사람을 살리기 위해 초과인원을 태웠을 경우 모두가 공멸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생명의 가치를 우선시 여기는 완전한 정의처럼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더 많은 희생자를 양산할 뿐이라고 주장한다.

이번 문제는 이렇게 각 제시문의 핵심논지를 정확히 파악하여 논지를 대비적으로 요약해야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2007성균관대 기출문제는 cafe.naver.com/urekazzang > 기출문제>성균관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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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유레카논술아카데미 성북캠퍼스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