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통령 당선자에게 바라는 일, 당부(말로 단단히 부탁하는 일)가 많다. 그러나 언론인이 이명박 당선자에게 바라는 일은 ‘부탁’(무슨 일을 해달라고 당부하여 맡김)이여야 할 것 같다.

지금은 ‘언론인’으로 인터넷 신문 프레시안, 잡지, ‘헌정’ 등에 칼럼을 쓰는 서울신문 남재희 전 주필<1934년생. 서울법대. 한국일보 입사(58년), 조선일보 정치부장(67년), 서울신문 주필(78년), 10,11,12대 국회의원(79-88년), 대통령직 인수위원(93년), 노동부장관(93-94년)>. 그는 12월21일 프레시안에 “억압적 용어인 ‘좌파’라는 표현 삼갔으면”이란 글을 기고했다.

<<…이명박 당선자에 대한 기대, ‘부탁’도 크고 많다. 우선 행정부 책임자에게는 정책 수립도 중요하지만 그 정책의 집행이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점을 새삼 강조해두고 싶다. 우리는 그동안 정책만 화려하게 내세워 선전했지, 그 실적을 소홀히 한 경우를 많이 보아왔다. 그리고 그 집행에 대한 평가를 철저히 해오지 않았다고 하겠다. 그런데 이 당선자는 그 집행력(추진력)에 대한 보증수표가 아닌가.… 끝으로 우리 정치에 있어서의 용어 사용에 관해 한마디 해두고 싶다. 일부에서는 여권을 꼭 ‘좌파’라고 표현한다. 효과를 계산한 의도적인 게 분명하다. 만약에 우리가 유럽에 살고 있다면 별로 문제가 될 게 없다. 그들은 좌파, 우파란 말을 흔하게 쓴다. 그러나 해방 후 공산당과 피나는 투쟁을 했고 지금도 대립하고 있는 우리 현실에서 ‘좌파’ 운운하는 것도 주술적으로 ‘친공’이라는 뜻을 함축하게 되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용어는 억압적인 언어가 되고 때로는 폭력성을 띠기도 한다.>> 요약하면 언론인 남재희는 이 당선자측에게 ‘좌파’라는 용어를 쓰지 말 것을 ‘부탁’한 것이다.

한국일보에 ‘본사 고문’이란 타이틀로 ‘장명수 칼럼’을 쓰는 한국일보 전 주필 장명수<1942년생. 이화여대. 신방과. 한국일보 입사(63년), 문화부장(84년), 주필(98년), 사장(99년), 한국언론학회 언론상(98년) 수상>. 그는 12월 21일, “이명박 당선자의 ‘낮은 출발’” 칼럼에서 ‘부탁’ 했다.

<<당선이 확정된 19일 밤에서 20일에 이르는 승리의 시간에 보여 준 이명박 당선자의 말과 행동은 좋은 점수를 받았다. 그는 달변도 눌변도 아닌 보통의 말솜씨로 “분열된 우리사회의 화합을 이루고 위기에 빠진 경제를 반드시 살리겠다. 앞으로 5년동안 매우 겸손한 자세로, 매우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섬기겠다”고 말했다.… 품격은 인간의 됨됨이에서 나온다. 시장에서 콩나물을 파는 할머니 중에도 품격이 느껴지는 사람이 있고, 국가의 녹을 먹는 고위 공직자 중에도 격이 없는 사람들이 허다하다. 공직자들이 격이 없으면 나라의 격이 흔들린다. 어떤 이념도 인간사회의 품격을 파괴하는 것이어서는 안된다. 이명박 당선자가 실용과 함께 품격을 강조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이명박 당선자는 ‘낮은 자세’로 좋은 출발을 했다. 당선 첫인사로 강조한 겸손함이 5년 내내 그의 미덕이 되기 바란다.>>

조선일보 주필 강천석<1948년생. 서울대 사회학과. 조선일보 입사(75년), 정치부장(93-95년), 편집국장(98-2001년), 주필(2006년) ‘세계가 뛰고 있다’ 저자>. 그는 21일자 ‘강천석 컬럼’에서 ‘부탁’했다.

<<이명박의 표는 낱개로 모은 표가 아니다. 무더기로 쏟아진 표다. 투표함을 열자 이명박의 머리 위로 함박눈처럼, 축복처럼, 밀가루처럼 하늘에서 표가 내렸다. 폭설이었다.… 1956년 제3대 대통령 선거에서 “못살겠다 갈아보자”라는 야당의 구호가 국민의 마음을 흔들었다. 그로부터 50년이 흐른 올해 “못살겠다 갈아보자”의 목소리가 그때 그 기세로 타올랐다. 국민이 ‘못참겠다’면서 ‘갈아보자’고 나서 정권을 바꾼 것이 이번 선거 결과다. 이명박 당선자는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섬기겠다”고 했다. 쉬운 말이지만 실현하기는 어렵게 느껴질 때마다 “함박눈은 쉬 녹고 축복은 오래가기 어렵다”는 사실을 떠 올릴 일이다. 이명박 당선자의 득표율은 48.7%다. 2002년 노무현 당선자 득표율이 48.9%였다. 노무현 언덕이 녹아 없어지는 데는 불과 몇 달로 족했다. 무서운 줄 알아야 한다.>>

한겨레의 주필격인 김지석 논설위원 실장<1959년생. 서울대 철학과. 서울신문사 입사(84년), 한겨레(88년), 국제부 부장<2000년), 논설위원(2003년), ‘미국을 파국으로 이끄는 세력에 대한 보고서’(2004년 6월) 저자>. 그는 세 주필에 하루 앞서 12월 20일 “역사의 법정에 선 이명박 당선자”라는 칼럼에서 ‘부탁'했다.

<<…이명박 당선자는 ‘특권적 시민’이다. 그는 기본적인 사회윤리조차 무시하고 말의 가치를 떨어뜨렸으며 물질주의를 공공연하게 조장한다. 그러면서도 선거에서 이겼다. ‘특권적 시민’이기에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는 이제 질서(법)를 말한다. 나라를 자신의 기준에 맞추려 하는 듯 하다. 법은 실증적인 잘못을 따지지만 역사는 사람전체를 저울대에 올린다. 이 당선자는 역사의 두려워 할 줄 알아야 한다.>>

이명박 당선자, 그의 측근 인사들은 네 주필의 ‘부탁’을 2008년 신년 축하인사로 받아드릴 것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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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배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