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월스트리트 저널(WSJ)의 특집 기사가 우리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하버드 등 미국 내 명문대 입학률이 높은 명문고를 다룬 기사였다. 소개된 40개 명문고 중 미국 이외 고등학교는 단 2개 학교였는데 바로 한국의 대원외고(13위)와 민족사관고(23위)였다. 이들 학교 재학생의 미국 명문대 합격 소식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대원외고의 경우 소위 ‘SKY'로 통하는 한국의 명문대 진학률 또한 60%를 웃돈다.

단편적으로 명문대 진학률만을 따져봤을 때, 경기?경복 등 1960~1970년대 비평준화 시대 명문고를 연상시키는 것은 사실이다. 과연 특목고는 ‘네오엘리트 코스(Neo-elite course)’의 징검다리인가.

특목고에 대한 논란의 이면에는 올해 시행 35년을 맞이하는 ‘평준화 교육’이 자리 잡고 있다. 현재 공교육이 직면한 위기론에 대해 자신 있게 ‘No'라고 반박하기는 어렵다. 학교 교육에 대한 만족도는 낮으며 명문대 진학이라는 단일목표를 향한 근시안적인 ‘성적 줄세우기 교육’은 여전하다.

세계적인 교육열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의 학부모, 특히 중산층은 일찌감치 공교육을 대체할 대안을 물색해왔다. 90년대 중반부터 이들의 ‘니즈’를 만족시키는 유일한 창구로 ‘특목고’가 부상했고 2000년 현재, ‘특목고 입시 과열’과 ‘사교육 범람’이라는 일대 홍역을 치르며 논란의 핵심이 되었다.

‘명문대 양성소’, ‘부자들의 귀족학교’라는 색안경을 잠시 벗어두고 진지하게 특목고의 교실을 엿볼 필요가 있다. 일반고에 진학한 학생과 특목고에 진학한 학생에게는 똑같은 3년이라는 시간이 주어진다. 특목고의 교실, 수업 시간의 열기는 대단하다. 너나 할 것 없이 공부 잘 하는 아이들이다 보니 지속적으로 경쟁이 벌어지며 서로에게 끊임없이 자극을 준다. 질문과 토론 방식으로 수업을 하기도 하고, 거침없이 어려운 문제에 도전한다.

특목고에 집중되는 관심은 이처럼 일반 고등학교에서는 제공할 수 없는 빼어난 교육 환경 때문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외국어나 과학 등 해당 분야의 심화학습을 통해 대학 입학 전부터 전문화된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이와 같은 환경은 학생들이 자신에게 잠재된 가능성에 대해 끊임없이 몰입하고 개발하도록 부채질한다.

특목고에도 일등과 꼴등이 존재한다. ‘내신반영률’이 중요한 현재 대학 입시에서 특목고 학생들의 내신이 불리한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핸디캡을 안고 있음을 뻔히 알면서도 우수한 아이들이 왜 특목고 입학을 불사하는 걸까. 첫째는 ‘내신’을 뛰어넘을 수 있는 ‘실력’을 기를 수 있다는 확신 때문이다. 서두에 밝힌 명문대 진학률이 이를 입증한다. 둘째는 특목고 진학을 원하는 학생들의 위상이 단순히 ‘명문대 진입’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국제 사회에서 입김을 발휘할 수 있는 ‘글로벌 인재’로 발돋움하려면 어려서부터 체계적인 훈련을 받아야 한다. 일반고에서도 학생 스스로 창의력과 전문성을 계발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

토머스 프리드먼은 저서 <세계는 평평하다(The World is Flat)>를 통해 21세기 지구촌에서는 전 세계를 무대로 개인과 개인이 경쟁하는 시대가 펼쳐진다고 진단했다. 또한 많은 미래학자들은 21세기 사회에서 누가 더 양질의 지식을 많이 갖고 있느냐에 따라 성공과 실패가 나누어진다고 말한다. 지식기반사회를 구축하려면 교육이 구심점이 되어야 하는데, 안일주의로 전락해버린 공교육 체제로는 해답을 제시하기 어렵다.

이 시점에서 새 정부의 특목고 확대에 대한 판단은 잠시 유보해도 좋을 것 같다. 시급한 것은 ‘경쟁력 있는 인적 자원의 배양’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다.

■ 송오현 DYB최선어학원 원장 ('중학교 첫시험 특목고 합격 결정한다' 저자)

고려대 졸업, 15년 동안 서울 대치동에서 중고생을 대상으로 영어를 강의했다. 현재 DYB최선어학원, DYB입시전문학원, DYBt수학전문학원 등 서울과 경기도 지역에 13개 분원을 직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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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오현 DYB최선어학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