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수능 등급제’가 적용 1년 만에 ‘폐기’되었다. 말로는 ‘보완’이라고 하지만, 백분위점수와 표준점수를 제공하는데 정시모집에서 등급을 반영하는 대학이 과연 있을 것인가?

등급은 아마도 기존처럼 수시모집에서의 최저학력기준 정도로만 활용될 것이다. 정시모집에서 수능 이외의 전형요소는 무의미해질 것이다.

대학입시의 전형요소는 학생부와 수능, 그리고 대학별고사가 있다. 수시모집에서는 학생부와 대학별고사 성적이, 정시모집에서는 수능 성적이 당락을 좌우하고 있다. 학생부 성적은 교과와 비교과로 나뉜다.

교과 성적은 각 과목의 시험 성적을 말하는 것이고, 그 이외에 학교생활기록부에 등재되는 모든 자료는 비교과 성적으로 활용된다. 비교과 성적 중에서 많이 활용되는 자료는 출석성적, 봉사시간, 수상경력, 자치활동 경력 등이다. 이를 일반전형에서는 일정 기준을 정해놓고 미달하면 감점하는 방식으로 활용하며, 특별전형에서는 지원 자격이 된다.

따라서 특별전형에 지원하고자 하는 수험생은 1학년 때부터의 체계적 관리가 필요하다. 특별전형을 보면 대학마다 용어가 다르기는 하지만 ‘봉사활동 우수자 전형’, ‘리더십전형’등이 있는데, 바로 비교과 성적이 지원 자격이 되는 것이다.

수시모집에서 대학별고사를 실시하는 대부분의 대학들이 단계별 전형을 실시하고 있다. 즉, 1단계에서 학생부 성적 등으로 모집인원의 일정 배수를 선발하고, 2단계에서 대학별고사를 실시하는데, 아무리 대학별고사에 자신이 있다고 해도 1단계를 통과하지 못하면 대학별고사를 볼 자격조차 주지 않는다.

이런 대학들은 또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따라서 ‘수시모집에서 지원 대학의 레벨은 학생부 성적이 좌우하고, 최종 당락은 수능이 결정한다’는 말이 성립하게 되는 것이다.

정시모집의 경우는 좀 다르다. 대학들이 고교간 학력격차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하여 어떤 방법으로든 학생부 성적을 무력화하려고 한다. 교과 성적의 경우에도 반영교과 성적을 합산하여 단일 등급으로 반영하고 있다.

2008학년도 정시모집에서 서울의 유명 사립대학인 K대는 1등급과 2등급의 점수 차이를 0.4점으로 하였고, Y대는 0.5점으로 하는 형태가 그것이다.

수능은 언어, 수리, 외국어, 탐구의 4가지 영역이 있다. 탐구영역의 경우 사회탐구와 과학탐구는 4과목까지 응시할 수 있고, 직업탐구는 3과목까지 응시할 수 있다. 물론 일부 인문사회계열에서는 제2외국어/한문을 반영하기도 한다.

2007학년도 입시까지는 일부 최상위권 대학들을 제외하고는 4개 영역 중에서 3개 영역의 점수를 반영하였지만, 등급제로 실시된 2008학년도 입시에서는 변별력을 높인다는 명분아래 대부분의 상위권 대학들이 4개 영역을 모두 반영하였다.

수능 성적 제공방식이 등급 이외에 백분위점수와 표준점수까지 제공하는 것으로 바뀌는 2009학년도 입시에서는 2007학년도 입시와 그 반영 경향이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능 점수제공방식이 바뀐다는 것은 단순히 자료를 더 제공한다는 의미 이외에 수험생 각자가 1점이라도 더 얻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더해지는 것을 뜻한다.

수능 등급제가 ‘굵은 동아줄로 한 줄 세우기’였다면, 백분위점수와 표준점수까지 제공하는 방식은 ‘가는 실선으로 한 줄 세우기’인 것이다. 학생 입장에서는 1문제가 정시모집의 당락을 결정하는 정말 살벌한 제도인 것이다.

흔히들 ‘논술’만이 대학별고사라고들 생각한다. 하지만 대학별고사는 논술 이외에도 면접, 적성검사, 실기고사 등이 모두 해당된다. 대학별고사는 평가권이 대학에 있고, 수능이나 학생부와는 달리 떨어뜨리기 위한 시험이다. 따라서 각 대학에서 요구하는 대로 답을 해야만 한다.

각 대학마다 출제 유형이나 경향이 다르기 때문에 수험생들은 지원하려는 대학에 맞춰서 준비할 수밖에 없다. 대학입시가 자율화로 가게 될 경우 논술이 과거의 본고사로 변질될 것을 우려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것은 그야말로 기우에 불과할 것이다.

우리나라 대학들의 능력은 과거처럼 외국 입시문제를 베끼는 수준은 벗어나 있다. 따라서 기존의 통합교과형의 난이도를 좀 더 높이는 수준으로 출제될 것이다.

대입 용어 중에서 많이 쓰는 것이 ‘맞춤식’이다. 자신의 장단점을 잘 파악한 후에 상위권 학생들은 단점 보완에 주력해야 하고, 중하위권 학생들은 장점을 더 잘하게 하는 것이 최고의 입시전략이 된다.

최병기(영등포여고 교사, 대교협 중앙상담교사단 중앙위원)

■ 최병기 약력

영등포여자고등학교 교사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입상담교사단 중앙위원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논술연구회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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