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서울대학교 정시 기출문제(인문계열) 1번문항

지난해 11월 6일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가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양성평등 실천다짐 한마당에 참석, 사회자의 진행에 맞춰 부인 김윤옥 씨와 양성평등 지수 알아보기 게임을 하고있다. / 오대근기자
■ 知彼知己- 출제 경향 알아보기

서울대는 수시2학기 논술기출문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교과과정의 범주에서 문제를 출제하고 있다. 이번 정시기출문제 1번 문항도 윤리와 사상, 사회 문화, 전통 윤리 등 교과서 지문에 나오는 양성평등이나 전통윤리의 새로운 계승과 윤리체계에 대해 학생들이 다각적이고 창의적인 답안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자신이 암기하고 있는 교과서의 배경지식보다는 자기주도적인 심화발상을 통해 주장과 근거를 명확하게 기술해야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제시문 분석

1번 문항의 제시문은 총3개의 제시문과 2개의 도표와 도표에 대한 보충설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시문은 문제를 푸는 실마리를 제공할 뿐 제시문 자체를 해석하는 데에는 큰 어려움이 없다.

먼저 제시문(가)는 과거 부계 혈통의 가부장적 제도의 현실을 밝히는 제시문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가부장 중심의 대가족을 당연시 여기고 부계 혈통을 중시하는 남성위주의 사회가 여성들의 사회적 차별을 낳는다는 입장이다.

제시문(나)는 동성동본금혼 규정의 위헌 여부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 불합치 결정요지를 밝히고 있다. 남녀평등의 관념이 정착된 현대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동성동본금혼 규정은 사회적 타당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개인의 존엄과 평등권을 해친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중요한 대목은 동성동본인 혈족, 즉 남계(男系)혈족에만 한정하여 적용한 금혼 규정은 성별을 차별화하고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사실을 통해 이 규정에서도 남성중심의 차별적 요소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제시문(다)는 기존의 가족질서와 성에 따른 차별화된 사회 질서를 평등과 조화의 사회질서로 재창조하여 새로운 윤리 체계의 구현을 위해 노력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제시문(가)가 과거의 가부장적 사회의 모습과 차별화된 사회구조를 보여주었고 제시문(나)는 현대 사회에서 양성평등의 사회로 나아가는 현실을 제시했다면 제시문(다)는 새로운 관점에서 이 문제에 대해 접근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 관점을 가지고 있다.

도표1은 17세기 중엽에 간행된 어느 가문의 족보에 나오는 16조도(十六祖圖)를 기초로 만든 족보와 설명이 제시되어 있다. 도표2는 장본인의 14세부터 18세까지의 세계를 조선 후기의 족보형태로 재구성한 것으로 상세한 보충설명까지 포함하고 있다.

논제 분석 및 논제에 따른 논의 전개

[논제1] 제시문(가), <도표1>, <도표2>를 참조하여 물음에 답하시오. (800자 이내)

① 구성원 수를 살펴보면<도표 1>은 31명이고 <도표2>는 14세(世)부터 18세까지

5명으로, 26명의 차이가 난다. 이러한 차이가 의미하는 바를 서술하시오.

② 두 족보의 작성 목적에는 뚜렷한 차이가 있다. 이러한 차이에서 드러나는 두 족

보의 특징을 구체적으로 서술하시오.

이 문제는 제시문(가)와 2개의 도표를 참조하여 ①과②의 두 가지 요구사항을 만족시켜야 한다. 각 도표의 족보는 26명의 구성원 수가 차이가 난다. 이러한 차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기보다는 제시문(가)에서 알 수 있듯이 부계혈통을 중시한 의도적인 성향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도표1>에 나와 있는 ‘장본인’의 16조도는 장본인의 4대 조상이 모두 16명을 알기 위해 작성된 것이다. 이는 ‘장본인’의 조상에 대해 객관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장본인’의 4대 조상인 장고조에 초점이 맞춰진 족보라기보다는 4대 조상을 총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서 부계와 모계 모두를 동등한 위상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도표2>의 족보는 부계혈통을 중심으로 작성되었다.

이는 ‘장본인’의 입장에서 본다면 자신의 어머니 이외의 모계 혈통은 알 수 없는 도표이다.

이는 전통적인 부계 조상을 집안의 뿌리로 삼아 부자간에 혈통을 계승하고 제도화하기 위한 의도적 성향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장차남 아래 ‘出系’의 표시를 통해 아들이 없는 친척의 대를 잇게 하려는 모습과 아들 다음에 딸을 족보에 기재하는 것을 통해 딸 보다는 아들을 우선시여기는 점을 알 수 있다.

글씨의 크기 또한 남성 구성원의 글씨를 크게 적고 당사자의 관직과 생몰연도 다음에 부인의 내용을 기재함으로써 자신의 혈통과 가문의 사회적 지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부계만 파악해도 충분하다는 의미를 찾아볼 수 있다.

[논제2] 제시문(나)에 따르면 동성동본금혼 규정은 헌법에 합치하지 않는다. 제시문(나)에 나오는 논거 이외에 혈통 계승의 측면에서도 동성동본금혼 규정이 불합리한 것임을 두 도표를 활용하여 밝히시오. (400자 이내)

이 문제는 제시문(나)에 나와 있는 동성동본금혼 규정이 헌법에 합치하지 않는 근거만을 가지고 동성동본금혼 규정의 불합리성을 말해서는 안 된다. 논제가 요구하는 사항은 혈통 계승의 측면에서 두 도표를 활용하는 내용까지 포함돼야 한다.

우선 제시문(나)의 동성동본금혼 불합치 근거를 정리해보면 남녀평등의 관점에서 위배되며 인간의 존엄성과 행복추구권, 개인의 존엄성 및 양성평등의 헌법정신에 배치되는 근거를 찾을 수 있다.

이러한 헌법의 평등원칙에 위배되는 사항을 충분히 인지했다면 이제는 혈통 계승의 측면에서도 왜 동성동본 금혼 규정이 불합리한지를 밝혀야 한다. <도표1>은 자신의 4대 조상이 누구인지를 알기 위해 작성된 족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부계나 모계를 동등한 위상으로 표시하여 이 자료를 통해 자신의 조상이 몇 명인지 그리고 누구인지를 전체적으로 알 수 있게 작성되어 있다.

이 도표를 통해 ‘장본인’은 4대 조상 16명과의 관계를 총체적으로 알 수 있다. 이와 반대로 <도표2>는 직계 부자관계를 통해 동성과 동본을 중시여기고 여자보다는 남성을 중시하는 부계혈통주의를 대표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도표1>에서 알 수 있듯이 ‘장본인’은 동성동본만이 조상이 아니라 더 다양한 조상과 관계를 맺고 있으며 그러한 과정을 통해 존재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동성동본금혼은 가부장적인 부계혈통주의를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지 순수한 혈통계승이라고 볼 수 없는 것이다.

[논제3] 논제1과 논제2의 내용을 바탕으로 제시문(다)를 읽고 바람직한 성(姓) 표시방법에 대하여 서술하시오.(600자 이내)

이 문제는 논제1과 논제2의 내용을 바탕으로 제시문(다)를 읽어야 하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논의를 바탕으로 바람직한 성(姓) 표시방법을 창의적이고 논리적으로 서술하길 요구하고 있다.

논제1과 논제2의 내용을 바탕으로 제시문(다)를 파악한다면 양성평등의 관점에서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가부장적 혈통주의는 혈통을 계승한다는 미명 하에 부계 혈통주의를 고착화 했으며 남성위주의 사회구조를 정당화함으로써 남녀불평등을 심화시켰음을 알 수 있다.

물론 호주제로 인한 가족 간의 위계질서가 높은 결속력과 자부심을 가져다주었으며 전통문화로써 긍정적인 측면도 간과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행 헌법에 이르러서는 양성평등과 개인의 존엄이 혼인과 가족제도에 관한 최고의 가치규범으로 확고히 자리 잡은 상황에서 과거의 전통만을 고집한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혈통중심의 가족문화가 아니라 새로운 가족개념의 재정의가 필요하며 양성평등과 조화의 관점에서 성(姓)에 대한 표기방법을 현실적 차원에서 설득력 있게 논의해야 한다.

참고로 헌법재판소는 부와 모의 양계혈통을 모두 성으로 반영하기 곤란한 점, 부성의 사용에 관한 사회일반의 의식 등을 고려하여 ‘부성주의’가 원칙적으로는 합헌이라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태어난 아이에게 성을 부여할 때 아버지가 이미 사망했거나 부모가 이혼해서 어머니가 단독으로 친권을 행사하고 양육할 경우에는 아버지의 성을 쓰도록 하는 것이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침해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또 입양이나 재혼 등 가족 관계에 변동이 있을 때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양부 또는 계부의 성으로 바꾸는 것이 개인의 인격적 이익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도 일방적으로 친아버지의 성만 따르도록 하는 것은 개인의 인격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하였다.

즉 부성주의는 원칙적으로는 합헌이지만 예외적으로 위헌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2008서울대학교 정시기출문제는 서울대학교 입학본부> 입시자료실에서 열람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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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유레카논술아카데미 성북캠퍼스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