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 선수가 FIFA 홈피 '올해의 최고 선수'오른 사연

미국의 어느 칼럼니스트가 방송에서 “만일, 여러분들이 자식을 다시 가질 수 있다면 그렇게 하시겠습니까?”라고 질문을 했다.

이 방송을 본 시청자들이 편지로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였고, 몇 주가 지난 후에 그 칼럼니스트는 질문에 응한 약 10,000명의 부모 중 70%가 “자식을 다시 갖지는 않겠다.”고 답했다고 발표했다. 3

0%만이 자식을 다시 가지겠다고 응답한 것이다. 하지만 몇 달 후에, 리서치사가 통계적으로 계획하여 실시한 여론조사의 결과는 달랐다. 미국 부모의 91%가 “자식을 다시 가지겠다.”라고 답하였다.

리서치사의 조사 결과처럼 자식을 다시 가지겠다는 사람이 91%라고 가정하고 이야기를 풀어보자. 이 91%의 자식에 대해 큰 불만이 없는 사람들 중에 칼럼니스트의 방송 중 질문에 '적극적이고 자발적으로' 찬성 응답을 할 사람은 얼마나 될까?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런 반면 9%의 자식 고생하는 '소수의' 사람들은 적극적으로 편지를 보내었고, 70%라는 부정적인 조사결과를 만들어 내었다.

이와 유사한 인터넷 조사 사례가 있다.

2007년 6월에 국제축구연맹(FIFA) 홈페이지가 ‘올해 최고의 선수는 누구인가’를 주제로 인터넷 설문을 하였는데, 박지성(26·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가 한 때 43.36%로 1위를 차지하였다. 카카(AC밀란, 27.06%), 호나우두(맨체스터 유나이티드, 16.95%) 등 세계적인 슈퍼스타들이 뒷자리를 차지하였다.

이 설문 조사로만 따지면 박지성이 ‘올해의 선수’감이라는 말인데, 소속팀에서 주전 자리를 확실하게 차지하지 못하는 상황을 생각해보면 객관적으로는 수긍하기 어려운 결과이다. 한국 열성 네티즌들의 ‘애국적인 참여’가 이런 이변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들 사례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적극적인 소수의 참여자들이 결론을 주도한다는 것이다. 앞의 사례는 자식에 대해 속앓이 하는 독자들의 적극적 참여가 70%의 수치를 만들었고, 축구 사례에서는 적극적인 팬들, 또 정보공유를 통해 세몰이가 가능한 인프라(인터넷)를 가지고 있는 팬들이 그러하였다.

전문리서치사가 계획한 것이 아닌, 사람들의 자발적 참여로 만들어진 자료를 볼 때는 적절한 단서로 한정하여 결과의 의미를 해석해야 한다.

즉, 위의 사례에 대해 각각 '편지를 보낸 적극적인 독자들' '팬투표에 응모한 사람들'이라는 적절한 단서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런 기준을 적용하는 순간에 결과의 의미는 감소하게 된다. 전체 국민들 또는 축구 팬이 아니라 적극적인 소수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통 이렇게 구해진 수치는 '그저 그러려니'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 적절하다.

작년에 어느 단체에서 인터넷 투표만으로 올해의 영화를 선정, 시상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진행하였으나, 실제 인터넷 투표 진행 중에 이를 중지하고 말았다.

어느 아이돌 스타 그룹의 ‘저평가’ 아이돌 영화가 올해의 영화, 올해의 주연배우 등 주요부문을 모두 싹쓸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아이돌 그룹의 팬클럽들이 1인1일1투표를 모든 회원들에게 적극 권고한 결과였다. 적극적인 소수가 인터넷의 여론을 주도하는 사실을 무시하여 실패한 사례이다.

필자가 아침 출근길에 듣는 경제관련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청취자 의견을 모아서 소개하는 방식은 2가지 방식이다. 첫째는 시청자 게시판의 의견 소개이다.

이를 통해 특정 사안에 대해 가치 있고 합리적인 의견을 선별하여 방송한다. 이와 달리 찬성/반대에 대한 청취자 지지 비율이 필요한 경우에는 전문 리서치기관에 의뢰를 하여 조사한다. 이런 방식을 통해야만 공평하게 사람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 최제호 약력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계산통계학과 졸업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계산통계학과 통계학 석사 및 박사

<통계의 미학> 저자, (현) (주)디포커스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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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제호, (주)디포커스 상무, "통계의 미학" 저자